
[일요주간=황경진 기자] 국내에서 지난 5월 20일 메르스에 감염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메르스는 1차 진앙지인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대형종합병원들까지 빠르게 전파돼 격리자 1만 명이 넘는 초대형 확산 사태를 낳았다.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와 더불어 메르스 확진자들이 거쳐간 병원 이름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안일한 대응이 ‘제2의 세월호’ 사태를 만들어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과거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사스 예방국’의 영광에서 ‘메르스 국가’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게 됐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4번 환자의 경우 병원 내 응급실에서 80여 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를 낳기도 했다. 이같은 메르스 확산 사태가 한 달이 넘어 장기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은 극한 공포에 빠져있다. 수많은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고 백화점, 관광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썰렁할 정도로 인적이 끊긴 상태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공포심’이 경제 침체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동국의대 미생물학교실 김익중 교수를 만나 메르스 확산 사태의 원인과 향후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정부가 메르스 관련 초기 부실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메르스 관련 권고사항을 전 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알렸다. 정부당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대처에 실패해 많은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대형병원과 국내 모든 병원 의료진들에게 메르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감염예방과 검역을 강화하는데 주력했어야 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그 환자를 격리시키고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정보공개는 물론이고 확진자도 뒤늦게 격리됐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만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는 회원국들에게 신종 바이러스 출몰에 대해 경고하고 각 나라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역에 소홀히 한 점이 가장 큰 잘못이다. 국민들에게 가장 큰 비판을 받은 메르스 정보 관련 공개를 전혀 하지 않았던 점도 마찬가지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국민들에게 병원 이름을 알리지 않아 결국 메르스가 국내에서 이만큼 확산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 메르스 확진자들의 사망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위험성은 과장됐다’고 밝히고 있는데.
▲ 우리나라는 치료의학이 매우 잘 발달된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메르스 확진자 사망률이 20%에 육박한다는 것은 메르스가 그만큼 치명적이란 이야기다. 사망률이 1%인 독감에 비교하자면 굉장히 위험한 수준 아닌가. 대신 독감에 비해 메르스의 전파력은 떨어진다. 메르스가 독감에 비해 전파력이 낮은 대신 치사율이 훨씬 높은 격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메르스는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해왔다. 하지만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자들의 사망률인 40%에 비해 (국내 메르스 확진자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지 메르스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도 메르스 확산 상황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전세계 메르스 환자의 95%가 중동에서 나온 통계치다. 당국은 중동 지역의 날씨 등 환경이 다른 국내 환경에서 메르스 전파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메르스 확산 추이로는 중동과는 다른 양상이 보인다. 또 전파력은 중동보다 센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확진자로 인해 80여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과연 중동 지역과 국내 의료 환경이 달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날씨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추이를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
- 보건당국이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를 미루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브리핑을 이후 뒤늦게 병원 이름을 공개했는데.
▲ 평택성모병원장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애초에 정부가 메르스 관련 사항을 숨기려고 했던 것은 사실 같다. 어느 병원인지 어떤 경로로 확산됐는지 답이 안 나온다. 1번 확진자를 제대로 격리시켰다면 삼성서울병원까지 확산될 이유가 없다. 거론했다시피 확진자의 감염경로 혹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정보 등에 대해 방역당국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처음부터 솔직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밝혔어야 했다. 특히 방역은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바로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병원 이름만 밝혔을 뿐 그 외 정보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르스 관련 역학조사가 잘 돼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고 국민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정부는 지금껏 ‘메르스는 곧 잡힌다’며 분명한 정보가 아닌 가장 좋은 시나리오만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왔다. 이런 ‘비밀주의’는 큰 문제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보를 제대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병원 외에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메르스는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결국 보건당국이 손 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인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런 사례였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에 대한 가능성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국내 병원의 모든 의료진들이 메르스에 대해 매우 예민한 상태에서 메르스가 진단되지 않고 폐렴환자로 진단되는 확률은 굉장히 낮지 않을까. 물론 메르스 판정 검사를 애초에 지역사회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의심스럽긴 하다. 굳이 말하자면 평택 경찰인 119번 확진자만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확진자들은 병원 내 감염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인데 119번 확진자 한 명으로 지역사회 감염의 가능성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병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 백신 예방접종을 생각해보면 민간 병원에선 소홀히 할 수 있지만 보건소와 같은 곳에서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처럼 국민 전체의 건강을 생각했을 때 공공의료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사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병원의 경우 국가방호를 위해 공공을 위해 굳이 격리병동을 만들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공의료병원이 1차적 책임을 지고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 마땅히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민간병원에게 그런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취약하다. 미국보다도 훨씬 취약하다. 정부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너무 모른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로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바람이다.
- 앞으로 정부가 사후대처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가버리면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우리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잘 반성해야 하고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던 (방역) 매뉴얼이 이명박 정부 때 없어진 것들이 많다. 이런 매뉴얼을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면 다시 복원하고 가장 중요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한다.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한 뒤 그것을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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