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전사회시민연대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 내가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시작은 세월호 참사였다. 자식이 3명 있는데 작년에 한 아이가 세월호 사고 때 큰 피해를 입은 단원고와 같은 코스로 6월에 수학여행을 가게 됐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얼마안된 뒤라 (수학여행을) ‘가지 마라’라고 했다가 문득 든 생각이 ‘내 자식만 안 보내면 단가..’ 또 그 아이 누나도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학년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만 괜찮으면 다가 아니라 이걸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걸 계기로 안전사회시민연대를 창립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게 된 계기는.
△ (6월) 20일 전에도 1차 기자회견을 열어 호소한 적 있지만 이 메르스 사태가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고 국가적 문제 그리고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부와 대통령이 잘 대처했어야 됐다고 보는데.. 근데 지금 현실은 그 대처를 못해 이 상황이 벌어졌다. 이건 정부의 직무유기, 대통령의 컨트롤타워 포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 중요한 건 이 사태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은 지금 이 문제를 저 멀리서 바라보는 관조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올인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다. 이 일(메르스 사태)이 터지고 2주 뒤에서야 정부가 움직였다. 이런 정부의 무책임, 무능함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게 됐다.
- 이날 기자회견 중 보인 호미 퍼포먼스에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았다는 거다.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호미 사러 철물점에 들렀는데 다량의 호미를 구입하니 철물점 아주머니가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이런 일로 기자회견을 엽니다’라고 하니 아주머니도 무릎을 치며 하시는 소리가 ‘그래 정부가 너무했지’였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내 주변 일상의 보통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는 소재를 담았다.
-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싶었나.
△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라고 뽑은 존재다. 하지만 그 기능을 수행치 못하면 필요 없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얘기했던 건 대통령이 최소한 메르스 참사에 대해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컨트롤타워 책임 방기, 초기 늑장 대처로 국민을 고통과 절망에 빠트린 거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 정부의 메르스 부실 대처를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언론 앞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 그렇다. (박 대통령이) 퍼포먼스를 하고는 있다. (6월) 14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 병원 간호사와 통화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간호사와 통화하는 화면에서 ‘살려야 한다’고 적힌 문구들이 포착돼 같이 보도된 바 있고 이 영상을 보급한 것에 대해 ‘지나친 설정’이라고 지적한 여론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가 <국민일보>에 실렸다. 이후 정부 정책광고가 국민일보에서 누락 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 가뭄현장을 찾아가 농민들을 위로하며 소방 호수로 물 뿌리는 모습을 보인 적 있다. 근데 박지원 그 분도 말했듯 논에 소방호스로 물 쏘기는 첨 듣는 얘기 아닌가. (지난 6월 21일 가뭄 최대 피해지 인천 강화도를 찾은 박 대통령이 소방차량을 이용해 직접 논에 호스로 물을 뿌린 바 있다. 그 후 22일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논 물대기는 있지만 논에 소방호스로 물 쏘기는 첨 듣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제발 대통령이 웃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지금 초상나서 염도 못하고 임종도 못 지키고 그러는데 대통령은 웃으며 시장가서 사진 찍고 마치 인기 연예인 마냥.. 간호사와 통화할 때도 웃으며 하지 않았는가. 이해가 안 간다.
-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은 당연하다. 초창기부터 너무 잘못 대처하지 않았는가. 또 (박인용) 국민안전처장도 사퇴시켜야 한다. 국민안전처라면 컨트롤타워로써 이미 그 기능을 만들어줬는데 지금 아무런 일도 못하고 있다. 고작 문자 하나 날린 게 다다. (국민안전처는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8일 후인 지난 6월 6일 메르스 예방수칙을 담은 긴급재난문자를 시민들에게 단체로 발송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이 모든 사태를 깨달았으면 빨리 대처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국민께 드려야 할 것이다.
- 그럼 메르스 확산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의 정부 모습을 돌이켜본다면.
△ 우선 5월 하순 메르스 초창기 때 평택성모병원에서 먼저 ‘코호트 격리’(병원에서 감염 확산을 막으려고 환자와 의료진을 병동에 함께 격리하는 방식)를 요청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막았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규정에 없다고.. 병원은 대처를 잘 하려고 했다. 근데 막은 게 정부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라고 했다더라. 메르스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병원 수리한다고 거짓말을 하게 해 말이다. (해당 내용은 평택성모병원 이기병 원장이 의료 전문매체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음압시설을 얘기하자면.. (국내 병원 통틀어) 100여 병상 정도라고 하니 거의 안 돼 있는 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 전부를 다 현 정부 책임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2년이나 지났잖은가. 그랬으면 그런 걸(음압시설) 다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2년 전부터 이미 ‘메르스 대책반’이 운영돼 왔었는데 그럼 그때부터 중동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체크가 전부 이루어졌어야 됐다. 그리고 이미 1년 전 ‘WHO’에서 메르스에 대한 감염예방과 검역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근데 그걸 다 무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정부는 제대로 정보공개도 안 하고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 해달라고 해도 검사 거부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숨진 국내 첫 메르스 환자 경우 말이다. 바레인에서 입국한 그 사람이 ‘메르스 증상 있으니 유전자 검사 해달라’ 먼저 요청했지만 보건당국이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다’며 오히려 ‘메르스 아니면 책임져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 그럼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 세월호 때도 그랬듯 현재 정부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고는 일어났지만 지금부터라도 튼튼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감염전문 정부 기관과 감염전문병원을 지역별로 설립했으면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지금 10%채 안된다. 유럽 같은 경우는 공공병원이 70% 수준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에 비해 대략 7분의 1밖에 안 되지 않는가. 지금부터라도 이런 모자란 시스템을 강화한다면 앞으로 이런 사고가 날 때 수습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론 정보공개를 의무화했으면 한다. 정보공개는 투명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지금 메르스 사태가 (정부가) 정보공개를 초기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커진 것 아닌가. 병원 명단, 감염 과정, 감염된 환자, 이동 경로 등등 이것들을 감추고 있던 사이에 소문은 소문대로 커지고 그 중에 유언비어도 퍼지고 메르스 환자 개개인이 제대로 대처도 못하게 만들어 사태를 확산시키지 않았는가.
- 그렇다면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우리 사회의 어떤 안전∙보안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나.
△ 작년 9월 말 세월호 사건 이후 ‘시민 안전은 시민 스스로 지키자’라는 모토 하에 안전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던 시민들끼리 자구책 강구 차원에서 모였던 게 그 시작이었다. 단순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비난을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나서서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월 2, 3회 정도 기자회견을 주관해왔다. 기자회견을 가져야 (안전?보안 관련 현안)그 쟁점을 언론에서도 주목하니.. 그동안 우리가 관심 가졌던 문제는 바로 환풍구 문제(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 하기 위해서 환풍구 최소한의 높이가 5m는 되어야 하고 인도와 사람이 출입하는 곳에서 거리도 최소한 5m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천 캠핑장 사고(올 3월 강화도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안전연대는 야영장 시설 전수 조사를 하고 캠핑장 관련 근본적인 화재 안전대책을 담은 법률을 제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농협 사기 인출 사건(작년 12월 농협 통장에서 예금주 모르게 텔레뱅킹으로 1억 2,000만 원이 인출된 사고로 안전연대는 ‘국민금융안전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제2롯데월드 사고 (올해 3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 발생, 안전연대는 제2 롯데월드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국내외 전문가와 지역 주민의 참여와 시민단체의 감시 속에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등등이 있었다.
- 안전사회시민연대의 향후 계획은.
△ 생명안전토크를 월 1회씩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껏 다뤄온 현안을 말하자면 식품첨과물, 세월호 참사, ktx 안전문제 등이 있었다. 또 지금처럼 안전사고와 관련한 현안이 발생하면 기자회견 형식으로 여러 단체와 모여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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