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이 된 반려동물을 위해 집에서 초나 향을 켜놓고, 상에 음식 차리고, 사진을 올려두고, 때마다 말도 거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극락세계로 보내줘야 하는데, 이런 행동은 개의 영가를 붙잡아놓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암 환자가 자기 암 덩어리를 콕콕 찔러서 더 성을 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영가는 반드시 깨우치게 해서 극락세계로 보내줘야지요. 영가를 다룰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리움이나 위안을 위해 그런 행위를 하는 자체를 저는 사후학대라고 봅니다. 사후의 영적인 학대죠.”
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덕산 스님을 만나, 천도재의 의미와 방식, 그리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가: 불교에서 쓰는 말로, 영혼을 뜻한다.)
천도재는 돌아간 영혼을 극락세계로 보내는 것
덕산 스님은 "기독교로 치자면 구주를 영접해야 구원받아 천국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에서는 반드시 부처님께 귀의하여 생전의 욕심 욕망을 내려놓고, 본래 순수한 마음, 불성을 찾아서 환해져야 극락에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돕는 것이 스님들의 천도재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천도하지 않아도 극락에 가는 사람이 있어요. 생전에 선한 일만 하고, 악행을 하지 않았다면 천도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극락세계로 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바탕이 욕심으로 가득하고, 누구나 업을 짓고 죄를 짓고 살기에 어렵습니다.”
스님은 "죽은 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지장보살이 지옥문 앞에서 늘 울고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로,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일체의 중생을 모두 제도하고 성불하겠다고 석가모니불에게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죽은 자는 지장보살의 인도로 아미타 부처가 관장하는 극락세계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극락세계로 보내주어야지요. 전생에 나와 무슨 관계였는지 모르고. 동물이 죽었다고 해서 그저 방치해서 묻거나, 납골묘에 넣거나 하지 않고, 그 영혼 자체를 편안히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반려동물 천도재죠."
덕산 스님은 반려동물이 죽었기 때문에 시름에 잠겨 초를 켜고 기도하고 동물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위안이지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음식을 차리는 법도, 극락세계로 가는 법도, 어떤 부처님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영적 능력이 없으므로 종교의식에 따라 스님들이 천도한다는 것이다. 적법에 따라 규범과 규율을 지키고, 정확한 경전을 읽고, 계획의 법을 해서 영가를 불러들이고, 대접하고, 깨우치게 한 다음, 올려 보내는 것이 천도라는 설명이다.
“천도는 삼박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영가를 부를 수 있는 능력, 대접할 수 있는 능력, 올려보낼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스님은 영혼을 불러놓고 대접을 못 해도 안되고, 다시 올려 보내지 못 해도 안된다고 말하며 "그 영혼을 올려 보내지 못하면 지박령으로 지상에 떠돌기 때문에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그 영가를 잘못 다루면 빙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 오히려 천도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동물 천도재에서 중요한 것이 ‘대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대접은 바로 ‘설법’이라고 했다.
“평소 좋아했던 먹이나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를 주고 위로한다고 해서 천도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동물에게 설법을 해주는 것이 ‘대접’입니다. 부처님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지요.”
사람이 생각하기에 동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부처님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영혼은 누구나 신령스런 존재이기에 육신을 벗고 나면 영혼의 지능이 높아진다’고 했다.
“인간이 눈, 코, 입, 귀, 감각, 생각으로 이루어진 여섯 개의 뿌리, 즉 육근으로 죄를 많이 짓습니다. 육신은 욕망이 많아요. 어쩔 수 없이 더러움을 취할 수밖에 없고, 이 육신이 있는 동안 청정하지 못하죠.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죽게 되면 식욕이나 맹수적 본능, 이런 것들 다 내려놓고 깨끗해집니다. 그 상태에서는 인간으로 치면 아이큐가 150 정도 되는 겁니다.”
깨끗해진 동물 영혼에 부처님 경전을 읊는다고 했다.
생야일편부운기 生也一片浮雲起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사야일편부운멸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다
“이런 고귀한 부처님 법문을 들려주면 동물이 그것을 알아듣습니다. 내가 따랐던 주인, 내가 있었던 장소, 좋아했던 먹이 등의 미련을 버리고, 이런 좋은 법이 있고 부처님의 세계가 있구나, 나도 거기로 가야겠구나, 영가가 먼저 가고 싶어 합니다.”
영가가 극락으로 가고 싶게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것이 천도라는 것이다. 즉, 동물 천도재라는 것은 부처님 법을 얻어 깨우쳐 부처님 곁에 보내주시거나 인간세계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동물을 위해 변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반려동물 천도재는 어떻게 지내나
한 번 만에 천도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인간 천도재와 달리 동물은 관례와 통념상 1회로 그친다고 한다. 덕산 스님에게 반려동물 천도재 의뢰는 1년에 12번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다고 했다. 동물 천도재는 인간 천도재에 비해 비용과 절차 면에서 간소하다.
“반려동물 천도재는 제수가 많이 안 들어요. 평소 즐겨 먹던 것, 좋아했던 것 준비하시고, 새 옷 한 벌 준비하시면 됩니다.”
또한, 인간 천도재는 많은 사람의 보조가 필요하지만, 반려동물은 스님 혼자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위패를 올리고 ‘요령’이라고 부르는 작은 종을 좌우로 흔들어 영가를 부르면 동물이 천도 장소에 온다. 불러서 음식을 먹이고 물도 먹이고 향과 꽃으로 위로하고 의식과 절차에 따라 보낸다. 시간은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보통 동물들은 가는 길을 잘 깔아주어 고맙다고 하며 잘 간다고 한다. 천도 후 반려인이 꿈을 꾸었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평소보다 털이 빛나고 환하고 살찐 모습으로 웃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강아지의 영가가 꿈에 나타나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남은 가족의 슬픔
사랑으로 함께한 반려동물이 떠나고 극심한 우울증으로 반려인이 따라서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나는 요즘 세태에 대해 덕산 스님은 “반려동물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반려인이 밝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 영가의 마음을 헤아려서 절대 그러지 마시라”고 덧붙였다.
“정신분석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배우자를 잃은 슬픔이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늘 함께했고 소통했던 귀한 동물이 세상을 떠난 그 스트레스를 이루 말하지 못하겠지만, 상심에 젖어 세상을 저버리는 비겁한 행위는 해서는 안 됩니다.”
스님의 말에 따르면 자살을 하게 되면 영혼의 세계에 가서도 끊임없이 자살한다고 했다. 생전에 반려동물을 사랑했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라며 반려동물의 죽음 후에 닥치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동물 천도재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극락세계, 좋은 세계로 간 것을 알게 되면 그 우울증도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통과 배려 없이 동물 키우지 말라
동물 유기와 학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요즘, 스님은 반려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으로 ‘소통과 배려’를 꼽았다.
“첫 번째로, 소통하라는 것입니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지극정성으로 마음을 다해 돌보면 절대 배신 않고 충성하는 것이 동물입니다. ‘앉아, 손, 누워’ 이건 소통이 아니에요. 명령과 훈련이죠. 아이의 눈을 보고 무언의 말을 계속하세요. 통하든 통하지 않든, 자꾸 하세요.”
눈빛을 보며 무언의 대화를 건네면 반려동물이 원하는 것을 알고 아픈 곳과 불편한 곳도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는, 항상 배려하라는 것입니다. 소유물이라 생각하면 배려 안 합니다. 반려동물과 산책하기로 했는데, 약속이 생기면 우선순위에서 산책은 밀려납니다. 그게 배려가 없는 거예요.”
덕산 스님은 반려동물에 대해 "이만큼 충실하고 진실한 생명체는 없다"라고 말하며 "소통하고 배려하지 못할 거면 아예 기르지 마시라"고 따끔한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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