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관련 중재합의서 서명...'반올림-삼성電' 11년 다툼 종지부 찍나

한근희 / 기사승인 : 2018-07-25 1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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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반올림 농성장의 모습.(사진=newsis)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반올림 농성장의 모습.(사진=newsis)

[일요주간=한근희 기자] “돈 없고, 힘 없고, 가난한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화학약품에 의해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를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로 활동해 온 황상기 반올림 대표의 이 같은 소회 속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던 거대 기업 삼성과의 싸움에 베어있는 긴 세월의 고통이 절절히 뭍어있다.


11년이나 끌어 온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다툼이 조정위원회가 제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양측이 무조건 받아이기로 합의함에 따라 사실상 완전타결되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를 대변하는 모임인 반올림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2차 조정 재개를 위한 중재합의서 서명식을 진행했다.


이날 서명식은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와 황상기 반올림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대표로 참가해 중재권한을 조정위에 위임한다는 중재합의서에 서명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앞선 인사말에서 “회사와 반올림 모두 저희 조정위원회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울러 이 문제 해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조정위는 서명식 종료 후 곧바로 중재안 마련에 착수한다.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방안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동안 조정위는 △1차 조정 당시 양측의 요구사항과 쟁점 △조정결렬 후 양측의 주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3사에서 기존에 실시한 지원보상안 등을 검토해 중재안의 방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향후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수용가능한 최적의 중재안을 만들어야 하는 조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조정위 관계자는 “일부 사안에 대해 여전히 견해차가 크고 세부사항으로 가면 복잡하게 얽힌 쟁점이 많아 최종중재안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보상안은 이르면 올해 9월 중, 늦어도 10월까지 완성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진정성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전무는 “완전한 문제 해결이 발병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 판단해 이번 중재 수용을 결정했다”며 “향후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돈 없고, 힘 없고, 가난한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화학약품에 의해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를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입니다. 그래도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분쟁은 2007년 3월 삼성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당시 23세)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2008년 3월 시민단체 반올림이 결성됐다. 이때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반올림은 이번 합의에 따라 그간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이어온 천막농성을 25일 저녁 문화제를 끝으로 중단하고 1023일만에 농성을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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