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기업들이 경기하락을 예측하고 투자를 축소하면서 한국경제가 ‘투자절벽’과 맞닥뜨리고 있다. 설비투자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연속 4개월 내리막길을 걷는 등 18년 만에 최악의 투자위축을 보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투자가 멈춰서 성장엔진이 차갑게 식어가면서, 생산·투자 곳곳서 계속 울리는 한국경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자동차 생산도 줄고 건설경기도 침체 되면서 기업체감경기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7월 전체 산업 업황 BSI는 75로 17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높은 상가임대료, 고공 행진하는 부동산가격, 극심한 빈부격차, 저출산, 생산부진으로 인한 경기불황 등 한국경제는 성장엔진이 멈춰선 채 장기침체 늪 속으로 빠져들면서 서민과 노동자 심지어 중산층조차도 느끼는 체감경기는 2008년 외환금융위기(IMF)때보다 더 힘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빈익빈 부익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상당수 거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다간 한국경제가 장기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L’자형 장기침체 초입에 이미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경제정책방향을 수정, 과감한 규제완화로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경기침체를 인정하고 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소비 안 꺾였다’며, 낙관론을 고집, 지속적으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나, 오히려 기득권층에는 반발과 저항으로 다가서고 있다. 치솟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상승 앞에 서민들은 과연 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억측과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선 어느 누구도 국민을 위한 가처분소득을 말하지 않는다.
이를 반증하듯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8월 31일 조사한 여론조사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53%로, 취임 이래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대표선출 뒤의 컨벤션효과가 전혀 없이 지지율 40%이하로, 문대통령 취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나 정치권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소득 하위계층의 지지율이 지난주(48%)보다 10% 포인트나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소득 하위계층에게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인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도 정치권은 선거가 있을 때만 민생을 위한다고 외쳐 대고, 정작 경제위기상황이 닥쳤는데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중시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고민하고 답변해주는 정치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민생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누구를 위한 사탕발림인가, 지금도 민생관련 수많은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치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혁신도 변화도 없다.
집권여당은 기껏 한다는 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하자는 것뿐이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통과시켜 민생안정을 도모해줘야 할 ‘상가임대차보호법’통과를 적극 반대해 불발시키는 등 발목잡기에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국민은 미래를 내다보고 사는데 우리정치권은 20년 전의 시계에 멈춰선 채 그대로다. 성장엔진이 멈춰선 우리경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여야정치권의 역동성을 갖는 정치인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에너지공급책임은 정치권에 있지만 자기들 해야 할 일을 깨닫지 못해 취업실패, 해고자, 비정규직 같은 낙오자집단이 전체국민 가운데 3분의 1을 넘어 절반 선을 향해 팽창해가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정치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경제 불황에 정치 불황이 겹쳐 장기화되면, 조만간 이 나라가 어디쯤 서 있을지 모른다. 국회의원 총선은 앞으로 20개월, 대통령선거는 43개월 뒤에 치러진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리고 야당들은 민생법안과 국정현안에 대해 당리당략만을 추구하고 민생을 위한 구호만 외쳐대는지, 지켜보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눈매가 심상치 않다. 날이 추워져야 그때서야 추운 줄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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