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작된 고용세습 의혹은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는 직원의 자녀 1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마사회에선 직원 친인척 98명이, 서울시설공단에선 직원부인 12명이 정규직이 됐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가 이뤄진다. 여야는 22일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대상 기관, 조사일정 등은 오는 12월 중 정해질 예정이다.
급기야 젊은층의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부터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에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를 ‘현대판 음서제’로 규정하거나, ‘친인척 고용비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가하면 서울시청 앞에는 1인 시위가 이어졌고, ‘취업공부(한) 내가 바보’란 문구가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유빽유직 무빽무직’(빽이 있어야 취업한다는 의미)이란 신조어까지 번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취업준비생들과 부모들이 채용비리를 비판하는 수십 개의 글들이 올라왔다.
특정한 신분, 직업, 재산을 가진 한 집안에서 자손대대로 물려받는 것을 소위 세습(世襲)이라고 한다. 불공정 채용이 화두인 요즘 복기되는 유행어 중 대표적이다.
일찍이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세습은 보았어도, 가장 평등하고 공정해야 할 노동기본권의 일환인 근로자 채용세습은 처음 접한다. 노사 간 단체협약이라고 하나 헌법과 법률 아래 있을 진데 일자리를 세습하는 것은 파렴치한이자, 법치를 흔드는 짓거리에 불과하다.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과 근로의 권리,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특권층을 인정하는 행위는 범죄이다. 책임 있는 위치의 정권이 이를 수수방관 한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헌법과 법률을 하찮게 여기는 행태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말이다.
이러다보니 정치권과 정부도 반응했다. 정치권에선 야 4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이 공동으로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다행히 정부도 채용비리 척결의지를 보였다. 범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해 전국 공공기관 1453개에 대해 채용비리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공정인 이른바 ‘생활적폐’ 9대 과제 중 하나로 ‘채용비리’를 포함시켰다. 고용세습 의혹은 '신종 일자리 대물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적폐는 우리사회를 더욱 병들게 했다. 이제는 적폐 청산 없이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적폐 청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사람은 첫째, 깨끗해야 한다.
깨끗한 사람만이 적폐를 청소할 자격이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적폐를 청산하여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균등히 가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나라를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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