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아, 부(不)다 좀스럽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2-01-25 09:28:08
  • -
  • +
  • 인쇄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나는, 어쭙잖고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기에 스스로를 낮추어 겨우 일신의 적막을 지탱하고 있다. 더구나 대구 어느 고을 깊숙한 곳에 엎드린 지 오래니 세상사를 입 벌려 말할 만한 식견이나 글을 쓸 재간은 있을 리 없다.

 

특히 정치에 관한 것은 장님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수준이다. 그러할진대 굳이 정치 행위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는 동네에 먹잇감 하나를 놓고 온갖 군상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꼴불견 때문이다. 또 그것 때문인지, 많은 정치인과 '애국', '애민' 말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작금 행동을 보며 '시정잡배들도 이러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에 참담함을 느끼며 견딜 수 없는 허망함에 이 글을 쓴다.

지난해, 국민의 힘 전당대회 후 야권 모습은 대권 주자 중심의 깃발 아래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 함에도 사람들은 제 팔 제가 흔들며 큰소리를 내는 아수라판이었다. 나는 이 아수라판이 이른바 '야권 통합'이나 '원 팀 구성'으로 국민적 여망인 정권교체의 거룩한 가치와는 사소한 관련도 보탬도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이 아수라의 본질을 적나라하고도 파렴치한 권력투쟁일 뿐이라고 믿는다. 요즘 야당의 모든 사태는 권력투쟁이 아닌 게 없다. 

 

윤핵관을 거론하며 대권 주자와 힘겨루기를 벌인 야당 대표의 당무 거부가 그랬고 원 팀 협상 과정에서 내 편 공천 끼워 넣기가 다 권력 쟁취목적이 그 배경에 깔려있다. 정치인에게는 오직 권력만이 이 아수라판에서도 최고의 목적이다. 그렇기에 권력에 환장하고 권력에 눈이 뒤집힌 자들이 모두 권력을 향한 기갈을 깊이 감추고 '협상'과 '협력'의 깃발을 흔들며 정권교체의 국민적 여망을 기만하고 있다.

원래 조악한 것일수록 당당한 외양을 들어내게 마련이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할 때 비난의 화살은 배가 된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두 장수가 다가오는 전투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논의하는 말미에 불거져 나온 한 장수의 어른스럽지 못한 행각이 심히 우려스럽다. 그 장수의 정치적 야심은 염불이 아닌 잿밥에 맘을 두고 있다는 게 드러나 주변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장수가 '이겨서 전리품을 나누자'라는 것이 아니라 전리품부터 챙겨줘야 전투에 참여하겠다니 기가 막힌다. 물론 정치인의 정치적 흥정은 틀린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 정치를 해야 할 지도자가 그것을 볼모로 내 편을 위한 정치 행각을 했기에 염치가 없다는 비아냥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이 정권교체를 위한 원 팀으로 재무장,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정치적 당위는 왠지 처음부터 이상했다. 그것은 대권후보 선출에서 패배한 주자들이 흐트러질 때로 흐트러져 제각기 다른 길을 걷는 상황을 원 팀 구성으로 가다듬는 작업이 정치 초년생인 대통령 후보가 감당하기에는 낭만적 행보로 보였다. 온갖 이해타산과 권모술수가 득실거리는 정치판 정글에서, 상대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9단들인데, 이 낭만은 결국 야심가들의 먹잇감으로 배만 채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냈고, 소속당 대권까지 지낸 지도자가 대사를 앞두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오불관언(吾關不焉)을 선언한 그는 원 팀 협상 과정에서 목불인견을 드러내며 계속 자기 당을 향한 총질을 해대고 있다. 언어도 현란하게 치고 빠지며 이리저리 비트는 궤변은 발군의 실력이다. 또 다른 지도자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ㆍ야 대선 전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야권을 대표하는 올바른 지도자라 말할 수 있겠는가. 결국, 그들을 믿고 따랐던 국민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나는 지도자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행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지켜보며, 하고 싶은 말은 지도자의 삶은 쉽지 않기에 말과 행동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정치적 의제를 앞에 놓고 공인은 사인의 사고(思考)로 행동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시대적 소망인 정권교체의 당위를 두고 정치적 흥정으로 몽니를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않아야 신뢰감이 가는 지도자란 것이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삶이란, 어처구니없게도 간단한 것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 하지 않으려 한다. 쉬운 말을 비틀어서 아리송하게 하는 자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고, 그걸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는 몰상식한 자들도 있는데, 그 또한 정치에 관한 일인지라 하는 수 없지만, 다만 연민스러울 뿐이다.

지도자의 품격이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폐지해서, 국민을 볼모로 자신이 입신양명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부끄럼 없는 당당한 행동, 올바른 정견과 모범이 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눈앞 이익에 매몰돼 쪽박깨는 일도 서슴지 않고 행하며 이해타산에 집착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는 의리로 내 편 챙기기보다 더 아름답고 본질적인 국면이 반드시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도구로 쓰여지는 것, 이 올바른 것들이 없다면 큰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부끄럼을 모르는 행동이 수치스럽지 않은가. 아, 부(不)다. 그러니 치워라! 나는 사람의 품격과 신뢰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기초라 생각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놓은 것들이 대부분 무너진다. 그것은 정치 지도자는 필히 겪고 가야 하는 숙명이다. 눈앞에 의리를 챙기는 좀스러움은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다. 이것은 경험칙이다. 이 경험칙은 과거와 미래에도 공히 유효하다. 혼자서 잘난 척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 추악하고 남세스럽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마땅히 국민의 뜻을 소중히 알고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절대다수 국민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염원을 볼모로 정치적 흥정을 벌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지도자가 하는 짓인가. 그 거래는 대통령 후보와 벌이는 게 아닌 국민과의 흥정이기에 더욱 울화가 치민다. 지금 야당의 모든 정치 지도자는 힘을 한곳으로 모아 정권교체 당위에 부합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정서를 생각하며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아는 자들만이 마침내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란 걸 알 때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늘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 올바름을 원한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내 주변의 나처럼 못난 좀팽이들은 공정을 원하고 정의를 원하고 올바름을 원한다. 좋다는 것을 다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지기를 원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헛소리해대듯이 내 편 챙기는 것이 공정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정치적 욕망을 위장해 놓고서 벌이는 흥정에 국민을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정치인이 없는 허상을 만들어 소란을 떨고 국민을 향해 기만 질을 해대면 세상은 견딜 수 없이 무의미해진다. 이해타산으로 무장한 내 편 주의가 공정을 송두리째 폐기하려는 부도덕함을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심란하고 또 한심하다.
아,부(不)다 좀스럽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