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문재인 정권 4년은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5-10 09: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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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권력자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분노한 시민이 거리를 가득 채웠던 촛불집회 여파로 정권이 바뀐지 4년의 세월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되었고, 소위 진보 세력에게로 세 번째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과거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성 짙은 조사가 '적폐 청산'이란 명분하에 진행되었다. 검찰의 칼끝이 찌르는 곳마다 전직 고위 관리들이 피를 흘렸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법원장, 세 명의 국정원장을 비롯한 이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구속되었다. 1948년 친일파 처단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 이후 전례가 없었던, 가히 혁명적 사건의 연속이었다.

19대 대선에서 41.08%의 득표로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지 5년 차, 촛불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국민의 분노가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와 지금은 과연 무엇이 바뀌었나를 이 시점에서 되집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이 구(舊)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의 수립을 절실하게 소망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혁명적 변혁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혁명이란 언제나 혁명 주체인 자신들의 사고(思考)가 먼저다. 자신들은 구태를 답습하며 제도에만 혁명적 변혁을 주문한다고 그것이 잘 이뤄지겠는가.

진정한 혁명은 그 시제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미래의 개창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프랑스혁명이 혁명적인 것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네이트를 처형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ㆍ평등ㆍ박애에 기초한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냈기에 혁명적이다. 영국의 명예혁명이 혁명적인 것도 제임스 2세 폐위를 넘어 권리장전을 통해 입헌군주제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 든다.

4년 전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 비선 실세로의 권력 집중, 폐쇄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권의 공정하지 못한 국정 운영과 같은 낡은 체제의 문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이런 문제들은 얼마나 해결되었을까. 과거 정권이 부정되었고 당시 권력자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처벌을 받고 있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통치 시스템이나 정치 질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문 정권은 대선에서 41.08%의 과반수에 못 미치는 표를 얻었지만, 당시 민심에 편승해 야당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촛불 민심'이라며 정치적 독주를 감행했다. 협치는 실종됐고 오히려 조국 사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유발로 지켜보는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모든 부서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문빠라는 홍위병들이 문자 폭탄의 무기로 청와대를 성역으로 만들었고 그만큼 하위 행정 부서의 자율성은 약화되었다.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입법부는 180석의 공룡이 되었고 사법부는 내 편 심기로 개악되었다. 공영 방송도 똑같이 내 편으로 장악하였다. 이 정권 마지막 개혁이라 외치는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도 결국 말 안 듣는 놈 길들이기로 변질되고 있다. 공기업이나 정부 투자 기관에 대한 선거 캠프나 같은 성향 인물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달라진 게 없다. 권력을 잃은 보수 세력의 울분을 가짜 뉴스로 재갈을 물리려 하는 정황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야당 시절 정치 개혁을 외치며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말했던 민주당도 권력을 잡은 후 새로운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됐다. 정의는 사상과 이념에 뒤틀려 졌다. 평등은 하향 평등으로 못 가진 자가 더욱 힘든 세상으로 변질됐다. 공정 또한 내 편에게만 적용되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민생은 뒷 전이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연동형 비래 대표제라는 괴물 제도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력 강화에 열공했다. 내 편 네 편 편가름의 정치에 불을 댕기며 국민을 양분시켜 놓았다. 정의ㆍ평등ㆍ공정 등 각종 정치 상황에는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이 들끓게 했다.

국민은 결국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며 지난 4년간의 선거를 몰표로 민주당을 밀어줬던 것에 실망했다. 국민은 이전의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대체되어 가고, 적폐 청산의 요란한 구호 속에 새로운 폐단이 쌓여 나가는 불편한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혁명적 탄핵 정국 4년이 지났어도 그때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보수 야당 정치 세력의 무능과 지리멸렬 속에서 권력은 오만해졌다. 모든 권력이 예전보다 한층 더 강화되어 야당으로부터 "독재 정권"이라는 비판을 듣기 시작했고, 심지어 대통령이 시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를 묻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쩌다 새 정치가 이모양이 되었는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출범한 이 정권의 목소리는 컸지만,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그 희망은 역시나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신기득권으로 등장한 그들의 정치형태는 변할 조짐이 없다. 정치와 경제는 자기들만의 리그로 끌고 가고 있기에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4년 전 국민이 그토록 외치고 열망했던 새로움이 과연 무엇이었고, 문재인 정권 4년은 국민의 기대를 어디까지 채워줬는가. 가난한 자는 여전히 가난하고 가진 자들은 부동산값 폭등에 반사 이익을 누리며 자신들 뱃살을 찌워 가고 있다.

나는 문재인 정권을 독재로 부르고 싶지 않지만, 하는 짓이 그렇지 못하기에 안타깝다. 지난 4ㆍ7 재보궐 선거의 패배를 보라. 민심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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