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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정치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유머와 웃음의 선사다. 경제와 안보의 어려움으로 민생의 개선이 뜻한 바와 같이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여ㆍ야의 대치가 너무 극명해 쉽사리 화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 하코드는 "유머는 인생의 소금이며 의회의 방부제다. 그 신묘한 처방으로 상처받은 사람은 물론 원망하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국민이 힘들어할 때는 유머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정치이기도 한 것을 직설한 말이다.
윈스턴 처칠이 세기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센스있는 유머를 구사하기 때문이기도다. 잘 알려져 있는 처칠의 유머 중 하나가, 2차대전 직후 노동당 총리로서 철도와 은행 등 주요 산업시설의 국유화를 추진하던 애틀리와 의회 회장실에서 만나 나눈 '대화'이다. 애틀리와 주요 산업 국유화 문제로 다투고 있던 처칠을 화장실에서 만났다. 화장실에 들어간 처칠은 애틀리의 옆자리에 빈자리가 없음을 보고선 멀찌감치 떨어진 다른 자리로 가 기다렸다 소변을 보았다.
이를 본 애틀리가 왜 그러느냐는 뜻으로 농담을 건냈다. "물건이 작아 보여주기 싫어 그런가 보군요."라고 말하자 처칠이 "아니요. 당신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니까요"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처칠의 유머 중 잘 알려져 있는 또 하나가 있다. 처칠과 동료 의원들 간에 노동당의 창시자가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을 때였다. 처칠은 엉뚱하게도 콜럼버스가 창시자라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이 어찌 그러냐고 물었다. 처칠은 이렇게 답을 했다. "콜럼버스는 땡전 한 푼 없이 남의 돈으로 항해를 시작했고, 자기의 목적지가 정확히 어디인지조차 몰랐으며, 도착한 다음에도 그곳이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네, 딱 노동당이 그렇지 않으냐"라고.
소가 앞으로 나아 가지 않으니 소를 때려야 할지 수레바퀴를 때려야 할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치가 '어찌 저리 끝도 없이 싸울까' 싶은 요즘이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들어섰는지도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정치 상황은 여ㆍ야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윤석렬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통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 인사, 국회의원 누구와도 만나 식사하며 대화했다는 소식이 없다. 집권 초부터 여ㆍ야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안부에서 발의한 경찰조직의 운영사항과 정부조직법 개정이 여ㆍ야 협상의 난항으로 결국 입법 상정도 못하고 끝났다. 여당은 입법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지만, 야당의 힘의 벽에 막혀 꼼짝도 못 하며 물러났다. 야당도 쪽수 우위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갈길 바쁜 여당의 발목을 잡고 불필요한 힘을 과시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3고의 파고로 국민은 힘들어하지만 여ㆍ야당 공히 민생 해법의 제시와 실천도 없이 여당은 여당대로 감투싸움만 벌리며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로 치닫고 있다. 야당도 대표의 법 위반 행위를 놓고 민주당을 대안의 정강 정책보다 방탄으로 운영하며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새 정치인가. 애당초 싸울 거면 싸움질 잘하는 종합 격투기 선수를 의원으로 뽑아야 맞지 않겠는가. 왜 많이 배워 일 잘한다는 지도자를 뽑아 정치가 이 모양인가. 모두가 처칠이 비판했던 콜럼버스를 창시자로 한 노동당 같은 꼴새를 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정책에 대해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또 경쟁자와 반대자가 서로 싫을 수도, 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가 그 와중에서도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려면 다름과 미움을 품격있는 유머로 표현해 내며 유쾌한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매사를 성질부터 내며 대처하니 정치인들의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얼굴에는 희망이라는 것보다 절망과 좌절만이 보인다. 유머가 '자기 사랑하는 실천 방식'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분노와 증오를 넘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넉넉함과 힘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유머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정치의 이상으로 유머를 꼽는 것은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움을 통해 정국을 긴장으로 끌고 가지 않고 소통되는 장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바르며 좋은 정치의 힘은 이미 누군가가 다 주장한 바가 있는 레토릭과 정책들의 나열에 있지 않고 유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 출발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은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등으로 힘든 서민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웃을 주는 희망의 정치를 유머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모두가 많이 웃는 정치와 고품격의 정치 행위를 위해, 정치인들은 유머에 관한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지옥에 방치해두는 잔인함을 그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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