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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편집인 |
경제 분야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주의 정책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우리 주력 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엄사태 이후 해외 거래가 끊기고 증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의결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는 중국 경기 호황, 2016년은 반도체 호황 등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진단이다. 미국 포브스지는 “계엄령의 대가는 5100만 국민이 분담해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정치적 긴장과 경제활동 지장이 장기화하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치는 실종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고 경제와 안보만큼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와 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며 차분하게 경제와 안보를 지켜야 한다.
군과 정보기관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책임진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 와중에 군과 정보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추락해 걱정이다. 추한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물 빠지니 돌이 드러나는 꼴이다.(수락석출 水落石出)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 조사했다. 그러나 그가 밝힌 내용들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발언과 달라 상호 벌어지는 진실게임을 보는 듯하다. ‘과연 저렇게까지…’라는 믿기지 않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3일 후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장본인이다. 이어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밝힌 체포 대상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박찬대, 정청래, 조국, 김어준, 김명수, 김민웅, 권순일, 선관위원 1인, 노총위원장 1인등 13명이다. 공수처는 그에게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는지, 여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들은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이 받았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국정원 어느 선까지 공유됐는지도 불분명하다. KBS와 인터뷰에서 그는 조태용 국정원장에게만 이를 대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에게 ‘윤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보고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며 ‘내일 얘기합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조 원장에게 ‘대통령 전화를 받아 방첩사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의 기억은 전혀 다르다. 그는 KBS와 인터뷰에서 ”(홍 전 차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 체포 지시는)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지금 ‘정치인 체포’ 지시가 핵심인데,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과 홍 전 차장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셈이다.
홍 전 차장이 조 원장에게 보고했다는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내용도 국정원이 이런 지시를 받았다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는 ”(누군가가 잡으러)다니고 있다더라“는 전언이었다는 게 관련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시 이미 계엄에 돌입한 상황에서 홍 전 차장은 ”계엄사 혹은 방첩사와의 협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만 보고했고, 조 원장은 이를 계엄 하에서 국정원의 역할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계엄사태 후 12월 7일, 8일 이틀 연속으로 별도 입장을 내고 홍 전 차장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국정원은 ”홍 전 차장은 지시를 받았다는 3일부터 최초 (언론) 보도가 나온 6일 오전까지 4일 동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내부 누구에게도 이를 보고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체포 지시의 실체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전 차장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비화폰(보안 처리 전화)은 통화 송수신 시간은 기록이 남아도 녹음은 불가능하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한 정확한 실체는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
국가안위 책임지는 군·정보기관 위상 굳건히 해야
한편 비상계엄과 탄핵의 혼란에서 국회에서는 계엄과 관계없는 군사 기밀과 보안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금도(襟度)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에서 민주당 의원이 군 핵심 보안시설인 ‘결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물었고, 육군 참모총장은 합참 전투통제실과 지휘통제실의 구체적 위치와 시설까지 설명했다. 국방위원장이 “보안 사안 아니냐”고 지적하고, 국방부 차관이 “중요한 전투 시설 개념을 얘기하고 있다. (발언을) 끊어야 한다”고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생중계되는 국회 상임위에서 유사시 국군 지휘부가 차려질 장소 등을 최고위 장성이 자기 입으로 공개한 것은 이적(利敵) 행위나 다름없다.
국회에선 대북 첩보 기관인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실명과 수도방위사령부 지하 시설도 공개됐다. 정보사 요원 실명은 북한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정보다. 수방사령관이 서둘러 발언을 신청해 “정보 요원은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며 “우리가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산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게 굉장히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 역시 북한이 지켜봤을 것으로 보인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대북 특수부대의 배치와 이동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북한군으로 위장해 소요 사태를 조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평양 무인기’가 북한 도발 유도용이라는 주장을 하며 드론작전사령부 내 화재 사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는 밝혀야 한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계엄과 관련 없는 군사 기밀을 보호한 채 말이다. 그런데도 군 최고 지휘관인 장군들이 군 기밀과 정보 자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유출하는 것은 기강해이(紀綱解弛)를 넘어 국기문란(國紀紊亂)과 다름없다.
특전사 여단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우는 장면도 포착됐다. ‘살려 달라고 비는’ 것처럼 보였다. 군인이면, 그것도 장군이라면 잘못한 게 없으면 당당하게 나서고, 잘못한 게 있으면 깨끗하게 책임져야 한다. 이런 군인들이 국가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정보원은 군사정권 시절 국내정치 개입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고, 역대 좌파 정부에 의해 대공수사권 폐지 등 손발이 잘려 나갔다. 국내 정치 불개입을 철칙으로 삼는 국정원은 이제 ‘존재의 이유’를 해외에서 찾았으면 한다. 국정원의 해외 정보력은 뛰어나다. 국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지구촌 험지를 누비는 요원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지구촌 마지막 분단의 장벽에서 철통방위에 앞장서고 있는 국군장병들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낸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책임지는 군과 정보기관의 위상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거센 후폭풍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끊임없이 전진하는 대한민국호(號)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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