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후 불리한 처우 사례 7건·의무 위반 4건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 “상사가 계속해서 어깨 마사지를 요구합니다. 신체 접촉이 불쾌해서 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동료들은 오히려 ‘그냥 해주고 말아라’라고 합니다. 해당 상사는 평소에도 저를 포함한 여직원들에게 ‘왜 남자 안 만나냐, 너는 어떤 남자가 어울린다’ 등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매일 합니다. 이 상사는 제가 일하는 팀의 최고 권력자라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 “서울 소재 본사에 있는 사장이 지방에 내려와 회식하자고 해 술을 몇 번 마셨습니다. 그 후 서울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게 하고 호텔로 오라고 해 거절했습니다. 자꾸 사적으로 만나자, 애인하자고 이야기해 연락을 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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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역 사건 이후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 사진=뉴시스 |
직장갑질119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00일이 되는 날인 23일, 여성 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해 제보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는 지난 9월 14일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같은 달 2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석 달 동안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사례는 25건이었다. 이 가운데 강압적 구애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추행에 해당하는 원하지 않은 신체접촉 6건, 외모 통제 5건 등이었다.
제보된 25건의 사례 중 사업장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한 후 상담을 요청한 사례는 11건이었다.
이 가운데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사례는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고했음에도 사용자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의무를 위반해 상담을 요청한 사례는 4건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신고했을 때 ▲바로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하면 사용자에게 최대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젠더폭력을 절차에 따라 신고해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2차적 폭력이 이어진다”며 “이러한 행위는 고평법에 의해 명백히 금지되고 있음에도 실제 사업장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다른 피해자의 신고를 막는 효과를 일으킨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담당하는 고용노동청에 소규모 사업장 감독 등 선제 대응할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조직 내 직급상 우위에 있는 자가 일방적으로 행하는 구애 행위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닌 호러”라며 “이는 권력에 기반을 둔 폭력행위이므로 노동자 보호 의무가 있는 사용자와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장 내 조직문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을 이수해 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젠더폭력 피해자의 노동권이 침해되지 않고 평범했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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