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탈당 유승민, 무소속 출마 승부수...'진박' 이재만과 '벼랑 끝 대결'

최종문 기자 / 기사승인 : 2016-03-24 12: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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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최종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 내부적으로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지난 23일 밤 늦게 전격적으로 탈당이 이뤄졌다.

이같은 한밤의 탈당 배경에는 공직선거법상 무소속 출마를 위해선 공식 후보등록일(24~25일) 하루 전인 23일 자정까지 탈당계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자발적 탈당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공천을 받지 못해 등 떠밀려 나간 셈이 됐다.

유 의원은 이날 밤 대구 동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천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이건 정의도, 민주주의도, 상식과 원칙도 아니다”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천 보류로 지적된 정체성 문제와 관련 “자신과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내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할 뿐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다”고 일갈했다.

유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헌법 1조 2항을 언급하고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국민만보고 나아가겠다”며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할 수 도록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무소속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로써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맞붙게 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4일 대구 동구을 전략공천에 이재만 후보를 확정했다.

대구 동구을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의원과 ‘진박’(진실한 친박)인 이 전 구청장 간의 ‘벼랑 끝 대결’로 이번 총선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의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구는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인데다 유 의원이 새누리 당적을 벗어 던지 상황인 만큼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로 승부수를 띄운 것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유 의원은 진박 후보를 꺾고 승리하면 비박계 핵심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만 지더라도 당의 집요한 공천 방해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으로 각인돼 차기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 의원을 새누리당 공천 파워게임의 희생자로 보는 유권자가 상당한데다 야권 지지층으로부터도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적 정치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편 유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 ‘경제통’ 정치인으로 통한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경제정책을 담당했으며 2004년엔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2005년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2014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 된 이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정부와 여당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키면서 박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대척점에 섰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격한 비난을 쏟아냈고 친박까지 가세하면서 결국 유 의원은 원내대표 자진 사퇴하는 참담함을 맛봤다.

이후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에 ‘진박’ 후보들이 대거 공천되면서 당내 공천 갈등의 도화선이 됐고 유 의원은 그 중심에서 버티다 결국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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