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염병처럼 확산…공공의료 대폭 수술을"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4-02-16 2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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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홍의 시니어 칼럼> 21세기 ‘천형(天刑)' 치매! "한국의 치매환자는 2020년에는 80만 명, 2025년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주간=서지홍 칼럼니스트]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사회는 꼭 무슨 사건이 발생하고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또 다른 큰 이슈에 발생하면 거기에 휘말려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고 마는 사회가 안타깝다.

효자가 존속살해범? 엄청난 비극

인기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본명 박정수)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숨지게 하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연초 우리 사회를 안타깝게 한다. 또 며칠 전 서울에서 수년간 치매환자로 84세, 79세 노부모를 돌보던 아들(57)이 부모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부모님 내가 모시고 간다. 용서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치매환자의 가족이 겪는 극심한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효자를 존속살해범으로 몰고 가는 엄청난 사회적 사건이 어디 언론에 밝혀진 것뿐이겠는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많은 가정에서 발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으면 그 가정은 거의 파산에 이르기까지 심한 고통에 이르고 간병하는 가족까지 결국은 중병을 앓게 하는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준다. 환자의 가족이 부담해야 할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 가정을 파산에까지 이르고 수년을 간병에 매달린 가족을 살인자로 만드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온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치매환자는 54만 명으로 유병률은 9.18%로 10명 중 1명가량이 치매환자라는 얘기다. 또 고령사회로 진전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에 비례해 치매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2020년에는 80만 명, 2025년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한 번 치매에 걸리면 10년~15년 이상 앓게 된다니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치매는 환자자신과 가족전체를 황폐화 시키는 천형(天刑)과도 같은 질병이다. 치매는 어떤 특정한 사람만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알츠하이머로 10여 년간 앓다가 타계하였으며, 영국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도 10여 년간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나야 했던 무서운 병이다.

이제 치매는 가족에게만 맡겨둘 상황이 아니다. 보통 10여 년 이상 앓다보면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고 종래에는 파산의 위기까지 몰고 온다.

그래서 치매는 가족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프랑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처럼 국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우리 정부도 치매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제1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에 이어 2012년에는 제2차 종합계획(2013~2015년)을 세워 추진 중이다.

그러나 치매환자 증가 속도에 비해 정부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무엇보다 치매환자에게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매 판정 문턱이 너무 높아 혜택을 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발병을 하면 다른 병들처럼 눈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낮에는 조용하다가 밤이 되면 시작되는 치매, 또는 의식이 있다가도 금방 무의식으로 변하는 증세가 치매를 판정하는 복지관계 공무원에게도 판정하기 애매한 질병이다.

모인기그룹 치매부양 부친 비극 ‘모두에 큰 아픔’
65세 이상 ‘치매환자 54만명’ 10명 중 1명 유병률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질병’ 엄청난 비용과 노력


國家의 핵심역량 총집결 ‘마스터플랜’

전문가들은 치매는 초기 확진 및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노인 가구 중 절반가량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이다.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치매 조기진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고 또한 중증환자는 일정비용만 부담하면 요양병원에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40만에 가까운 경증 환자는 가족 손에 방치하다시피하고 있다. 이들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을 덜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통계청에서 100세 이상 고령조사 집계 발표를 살펴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100세를 넘어선 노인이 1,836명으로 2005년 961명보다 91% 급증,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수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노인성 질병이며 특히 무서운 것이 치매라는 질병이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 장수는 치매걱정과 함께 큰 재앙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각종 통계에 따르면 장수인구 증가 속도와 함께 치매환자 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치매는 빈부, 교육, 지위, 건강 등에 관계없이 발병한다. 치매가 전염병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치매 에피데믹(epidemic)'이란 말로 치매 발병률이 전염병같이 매우 빠를 것이라고 판단,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다. 각종 성인병이 인간의 장수를 가로막는 적이라면, 치매는 오히려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질병’인 셈이다. 거기다 치매의 경우 의료비, 간병비 지출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 가족이 치매환자를 돌보기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치매환자 급증 자료를 통해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노후에는 돈이 많이 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간병비가 가계지출에 상당부문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 경제적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당연히 의료비는 몇 배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중장년층에서는 보험회사에서 내놓은 보험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치매 진단시 1,000만 원의 진단비를, 매월 50만 원의 간병비를 지급하고 있는 보험 등 몇 가지 보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치매라는 죽음보다 더한 질병에 대해 국가나 사회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가에 있다. 한 가정이 치매환자 발생으로 하여금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설사 의료보험비용이 높아진다 하여도 진단에서 간병까지 국가가 맡아주는 치매 요양병원이나 시설이 많아진다면 자식들이 가정파탄이나 사회활동에 지장이 없이 생활할 수 있으며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를 목 졸라 죽여야 하는 비극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려해도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옳은지, 아니면 100세까지 장수하는 것이 옳은지 인간의 신체는 오묘하기만 하여 해답을 찾기 힘들어 진다. 언젠가 본지에 말했듯이 ‘인생 100세 시대’ 절대 행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지홍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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