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삼성화재와 한 병원 사이에 맺어진 보험 협약서의 내용이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윈-윈 문화 구축을 위한 포괄적인 협약체결서’에는 보험사가 병원과 맺는 통상적인 보험가입 내용이 아닌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협력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의문을 자아냈다.
이 협약서를 공개한 병원장은 삼성화재 지역단 담당자가 자신들과 협약을 맺을 경우 삼성화재 실손 보험 가입자들이 질환에 있어 문의를 할 경우 해당 병원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화재 지역단 담장자는 이와 같은 MOU를 맺으며 공적 건강보험제도가 아닌 민간보험사가 책임지는 미국의료보험체계처럼 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매장에 입점하는 것처럼 병원에 개인의사들이 입점하고 환자들이 자신들이 지목하는 병원을 찾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협약을 권유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 측은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해당 병원과의 협약 체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본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화재 측은 “해당 병원과의 보험계약은 종료된 상태이며 문제가 된 협정서는 지역단이 작성한 것으로 본사의 취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협약서에 대한 본사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구축되어 있긴 하지만 지역단 설계사 한명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영업 활성화를 위해 한 직원 개인의 행동”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삼성 측은 지난 3월 24일 삼성그룹 블로그에 “뉴스타파에 보도된 ‘보험사와 병원, 수상한 커넥션 포착’ 기사는 사실과 달라 바로 알려 드립니다”라는 해명 자료를 통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삼성은 “기사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제하고 “2011년 삼성화재 지역단과 병원의 제휴는 ‘미국식 의료보험체계 도입’, ‘의료 민영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협약서의 내용은, 병원은 병원 시설물에 대한 화재보험 등을 삼성화재에 가입하고, 보험사는 임직원, 보함설계사/대리점이 우선적으로 해당 병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1년 당시 삼성화재 본사에서는 어떠한 지침도 내리지 않았으며, 지역단에서 영업 활성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제휴 업무”라며 “‘의료기관의 보험사 종속’ 또는 ‘미국식 의료보험체계 도입’은 불가능하며, 논의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민간보험사 체제 구축을 위한 자체적인 활동을 했다는 의혹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나온 삼성생명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료보험은 6단계의 진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보험’ 즉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체제로 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자사의 보험 발전단계가 4단계인 ‘실손의료보험’에 와 있으며 다음단계인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정부보험, 즉 공공보험을 대체하는 삼성의료보험의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5단계인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은 삼성화재와 병원간의 협약과 맞물려 해당 의혹을 뒷받침 해준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 ‘환자 몰아주기식’의 물밑 협약이 이뤄진다면 진료의 독립성을 갖춰야할 병원이 보험사에 종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보험사는 병원에 누적된 개인 질병정보를 통해 큰 불법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삼성은 삼성화재·삼성생명이라는 보험회사와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원스탑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단순한 기술 협력체계가 아닌 ‘보험판 빅 브라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는 물론 의료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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