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메르스 쇼크가 한 달 가량 지속되는 동안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했으며 전염병에 취약한 우리 의료체계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메르스에 무방비 노출된 비정규직 의료 노동자들이 대거 발생함으로써 병원 비정규직의 안전 관리와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2차 확산지 삼성서울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 약 3,000명에 대한 감염관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가 그 예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애초 그는 병원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그 탓에 메르스 증상이 있은 채 무려 9일 동안 정상 근무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뒤늦게야 이송요원 90명 전원의 체온을 확인하고 문진을 실시했지만 비정규직 차별 논란 문제가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지난 19일 보건의료노조는 “시설관리와 이송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메르스 관리 명단에서 빠져 아무런 관리와 추적조사를 받을 수 없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비정규직을 차별해 더 큰 재앙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 또한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 뿐 아니라 기존 위험한 병 감염(신종플루)에 대해서도 관리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적절한 교육이나 방호복 등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배제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뿐만이 아니다. 울산대학병원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방비인 채 메르스에 그대로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울산대병원은 병원 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을 상대로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나 세정제 등 보호구를 지급하면서 안전관리에 힘을 썼지만 90여 명에 달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은 뒤늦게야 이들 청소노동자들에게도 마스크와 세정제를 지급했지만 상황은 메르스 확산 2주가 지난 뒤였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에 속수무책인 병원 노동자의 실태를 지난 18일 의료연대본부는 ‘병원노동자 당사자 증언대회’를 통해 낫낫이 고발한 바 있다.
“12시간 근무를 시키면서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에게 따로 숙소조차 마련 해주지 않고 있다”, “메르스 환자 이송 관련 매뉴얼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마스크는 자기 돈 주고 사야 한다” 등 열악한 근무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언들이 대회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이밖에도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병원 비정규직들의 무방비 노출 사례는 다양했다. 지난 10일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들 다수의 보이지 않는 인력들(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이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외주화해 병원 직접 관리 하에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대응 매뉴얼에 누락되기도 하고 마스크라도 쓰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병원 측으로부터 불쾌한 시선을 받는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이처럼 안전관리 대상에서 차별받는 병원 내 비정규직 양산 원인으로 병원 외주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평화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의료민영화로 인한 외주화 확대가 의료를 돈벌이 산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그것이 비정규직 양산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전염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킨 이유 중에는 전염병 발생 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다수의 비정규에 있었다. 또 이 비정규직 양산에는 의료민영화가 꼽히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향후 정부가 의료공공성강화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 정부가 할 것은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공공기관 정상대책 등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정책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 비정규직 없는 병원 만들기 등 전면적인 의료공공성강화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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