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newsis. |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SK텔레콤(이하 SKT)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부 민사부(2021가합509722 판결)는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1항에 근거해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20일 논평을 통해 정보주체 처리정지요구권의 범위를 명확히 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원고(SKT 가입자)들은 SKT를 상대로 ▲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본인의 개인정보를 해당 통신사 혹은 제3자의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가명처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 만일 가명처리했다면 그 대상이 된 본인의 개인정보 일체, ▲ 통신사 기지국에 기록된 본인의 개인정보 일체, ▲ 본인이 통화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통신사의 기지국에서 본인의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있다면 이에 대해 본인이 동의한 사실에 대한 정보의 열람청구와 동시에 향후 본인의 개인정보를 해당 통신사 혹은 제3자의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가명처리하는 것에 대한 처리정지를 함께 요구했다. 그러나 SKT는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 28조의 7을 근거로 개인정보 열람 및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제35조제1항)는 점과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음(제37조제1항)을 명시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인 SKT는 정보주체인 가입자의 열람청구와 처리정지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하지만 SKT는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 제28조의7 각 조항을 근거로 개인정보 열람 및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며 사실상 가입자의 열람청구와 처리정지를 거절했다. 이에 원고들은 법원에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행위의 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SKT의 답변은 일단 통신사가 수집한 가입자 개인정보를 가명처리만 하면 가입자의 명확한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통신사가 자유롭게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SKT는 제1심 소송의 변론과정에서 동의 중심의 개인정보 법제로 인해 기업의 데이터 이용이 지나치게 위축돼 관련 산업의 성장이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졌다.
참여연대는 “(SKT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1항 처리정지요구권의 대상에 가명처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이미 가명처리된) 가명정보의 처리’와 ‘개인정보의 가명처리’는 다르며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보주체의 권리를 제한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양 측의 이 같은 팽팽한 법적 다툼에 대해 법원은 정보주체의 가명처리에 대한 처리정지 요구 등이 가명정보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결정권 행사 방법인 점, 반드시 처리정지 요구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만 피고가 주장하는 산업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가명정보의 처리’가 아닌 ‘개인정보의 가명처리’에 대해서는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KT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의 ‘처리정지’ 대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가입자의 권리행사를 거부했다”며 “이용자의 동의없이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것도 이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이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의 정당한 처리정지권 행사마저 가로막고자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은 SKT의 지나친 탐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통신사가 제약 없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활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됐다”며 “SKT는 제1심판결 취지에 맞게 원고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처리를 정지하고 원고들뿐만 아니라 다른 가입자들이 정보주체로서 행사하는 열람청구와 처리정지 요구에 지체없이 응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향후에도 정보주체의 처리정지 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SKT의 후속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2020년 9월 당시 SKT 외에도 KT와 LGU+를 상대로도 개인정보 열람청구와 가명처리 정지 요구가 있었는데 SKT와 마찬가지로 KT와 LGU+ 역시 이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은 KT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을, LGU+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침해신고를 했다.
2021년 4월 13일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인이 요구한 바와 같이 KT에 대해 “기지국 접속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 실제 내용의 열람 조치 및 신청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처리 정지 조치를 이행”할 것을 주문하는 조정 결정을 했고, KT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는 1년이 넘도록 질질 끌다가 2022년 7월 18일에야 신고 결과 답변을 보내왔는데, LGU+의 소명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신청인의 요구는 해결해주지 않았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