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대표 등 경영진 보험업 경력 전무·미흡...자본잠식·내부통제 등 리스크 심각

김완재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8 17: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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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보험업 경력 등 고려 등 이사회의 전문성 제고 필요” 제재 조치
전체 이사 평균 보험업 경력 4.8년 불과...대표 등 5명 이사 보험업 경력 전무
지난 2022년 9월 자본잠식 발생하고 같은해 10월 RBC비율 100% 하회
▲ 사진=NH농협생명 제공.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NH농협생명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이사 대부분이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경영유의’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농협생명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므로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의 효율적 관리감독, 정책수립 및 평가 등에 필요한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농협생명은) 대부분의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므로 향후 보험업 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재 조치했다.


전체 이사의 평균 보험업 경력은 4.8년에 불과하고 5명의 이사(대표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비상임이사 2명)는 최초 선임 당시 기준으로 보험업 경력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최근 3년 간(2020년∼2022년)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어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업무집행책임자 선임 시 부문별 업무 특성 및 보험업 관련 경력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농협생명 리스크 관리 미흡

 

금감원은 “회사는 연 1회 위험자본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 의결로 ‘통합위험 자본한도’ 및 이를 반영한 ‘리스크별 위험자본 허용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며 해당 허용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관된 기준을 유지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한 위험량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농협생명은) 매년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을 변경하면서 변경사유의 적정성을 점검하거나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 분석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사전조치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특히 2022년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 수립 시 사전조치 발동기준을 전년 대비 완화해 사전조치의 실효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등 리스크 허용한도 관리기준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을 변경하는 경우 변경사유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사전조치의 실효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 관리 강화 필요

 

금감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2020년 9월 RBC비율 제고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으나 이로 인해 순자산의 금리민감도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해 2022년 중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2022년 9월말 자본잠식이 발생하고 같은해 10월말 RBC비율이 100%를 하회했다.

 

또한 채권재분류 및 이후 대응과정에서 내부 의사결정 절차 및 리스크 관리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으며 재무건전성 악화 및 리스크관리 부실에 대한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체계를 보다 강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보면 농협생명은 2019년 7월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채권재분류 실행 시 금리변동에 따른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손익 증감 폭이 확대돼 RBC비율의 안정성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음을 보고했고 2020년 9월 채권재분류(만기보유→매도가능) 시 2023년 이후에야 만기보유채권으로 재분류할 수 있고 지주연결회계 유지(상각후원가)를 위해서 채권의 처분이 제한되는 등의 제약요인이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금리변화 시나리오별 매도가능채권 평가 손실액 및 RBC비율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했어야 하는데도 농협생명은 2020년 9월 8일 금리 시나리오(금리 변동폭 ±70bp 이내)별 단기(2021년) RBC비율 수준만을 추정하고 2020년 9월 24일 금리하락 상황만을 가정한 내부 시나리오로 채권재분류를 반영한 위기상황분석을 실시하는 등 채권재분류 이후 금리변동이 중장기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의 보험업 전문성 부족은 RBC비율 관련 보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실무진은 2020년 9월 24일 이사회에 채권재분류 계획을 보고할 당시 ‘채권재분류 시 재무영향’을 보고하면서 자본변동성에 대해서는 금리 민감도가 증가한다고만 간략히 보고했고 이사회에서 금리변동에 따른 RBC비율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도 이후 별도의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농협생명은 2021년 2월말부터 매도가능채권 평가이익이 3개월 연속 임계치를 하회하자 리스크 점검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금리 추가 상승에 대비한 구체적·실질적인 대응방안 마련 및 이행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21년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과 RBC비율 하락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본확충 등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금감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또한 계정재분류 이후 RBC비율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금리변동에 대한 가용자본의 민감도 축소, 양질의 자본확보 노력 등의 대응방안이 지속적으로 언급돼 왔으나 이행 방안의 수립 검토 및 실행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22년 2월 이후 에야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이행 내역을 점검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실시했다.

 

금감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내부 시나리오 설정 시 취약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도 2020년~ 2021년 기간 중 모든 내부 시나리오에서 금리하락을 일관되게 가정함에 따라 내부 시나리오를 적용한 위기상황 발생 시 RBC비율이 대부분 개선되는 결과가 도출됐고 2022년에는 내부 시나리오에 금리 상승 가정(IMF 당시 국고채 3년 금리변동률)을 추가했으나 절대적인 상승 폭은 54bp에 불과해 금리상승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등 회사의 리스크 특성 및 시장 상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위기상황분석을 통한 선제적 위기대응이 미흡했다.


또한 위기상황분석의 적합성 검증이 개별리스크 산출 관련 분석모형 검증에 편중돼 있고 통합리스크 산출 및 내부 시나리오에 대한 적합성 검증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시나리오 등이 회사의 리스크 특성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위기상황분석 결과에 따른 단계별 대응방안을 수립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관련 방안 마련이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농협생명은 자본 내 이익잉여금 비중이 작아 자본안전성이 낮고 자본잠식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의 하락, 자본조달비용 상승 및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부정적 효과가 증가하는데도 2021년 5월 27일 리스크관리위원회에 금리상승으로 2021년 2월말부터 매도가능채권평가 이익이 임계치를 3개월 연속 하회했음을 보고했으나 별도의 대응방안 논의가 없었고 위기상황 시나리오별 재무제표 영향 분석 시 표준 시나리오(금리상승)에서 자본감소가 크게 발생하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산출됐는데도 별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자본감소 및 자본잠식 발생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 논의 및 마련이 미흡했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 사항이다.


문서관리업무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생명 내규 ‘사무관리준칙’에 의하면 서면결재가 완료된 문서의 경우 사무자동화시스템에 보관 및 보존 등록해야 하나 서면결재 문서 중 일부를 해당 시스템에 보관 및 보존등록 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농협생명에 대해 서면결재 문서의 경우 전자문서 대비 이력 관리 곤란, 일상감시 대상 누락 가능성, 자료의 소실 및 임의 수정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체계적인 문서관리를 위해 관련 업무를 개선하시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재해복구시스템 운영 미흡도 지적됐다.

 

내규에 따라 전체 35개 업무 중 16개 업무를 핵심 및 중요업무로 선정하고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 재해복구시스템 전환 모의훈련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있으나 사고보험금 청구 등의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창구앱을 핵심 업무에 포함하지 않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및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재해발생 시에도 대고객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모바일창구앱 등에 대해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등 관련 업무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투자한도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보험업법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시 한도(비율)를 정하고 있으나 회사의 내규 ‘익스포저한도 관리준칙’ 및 자금운용한도 설정(안) 등에서 정의하는 자산의 범위가 보험업법과 상이해 해당 내규에 따른 익스포저한도 관리만으로는 보험업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하고 보험업법상 ‘자산운용한도’(운용지원팀)와 ‘리스크관리상 운용자산 투자한도’ (리스크관리팀)를 각각 별도 팀에서 관리하며 투자한도 관리부서가 보험업법상 자산운용 한도를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으므로 투자한도 관리 시 이를 함께 고려하는 등 한도 관리 업무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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