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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후보(좌)와 힐러리 후보.ⓒ뉴시스 |
[일요주간=최종문 기자] 미국 정치의 최대 이벤트이자 축제인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모두 막을 내렸다. 이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권을 향한 피말리는 경쟁이 앞으로 약 100일동안 숨가쁘게 펼쳐진 예정이다.
이번 양당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사회의 현재 문제점에 대한 인식,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정치 사회 경제적 이데올로기가 마치 서로 뒤바뀐 듯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공화당은 전당대회 내내 현재 미국 사회가 놓여있는 암울한 현실, 경제위기,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상실, 그리고 희망없는 미래를 강조했다. '종말론적(apocalyptic)' 세계관이란 평가가 나왔을 정도이다.
반면 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여전히 견고하게 살아있는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정신과 '아메리카 드림' , 가족과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당대회 첫날 연사로 선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미국은 이제 위대한 국가가 아니며,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하도록 만들지 말자. 왜냐하면 미국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라고 선언했다.
전당대회 셋째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연설에서 미국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심지어 오바마는 연설에서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스타'격인 공화당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28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위대함, 아메리칸 드림, 가족과 노동의 소중한 가치, 안보 등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들이 한 연설,그리고 트럼프와 클린턴의 후보 수락 연설을 비교해보면 지금까지 양 당의 전통적인 세계관 및 이념 및 인식과는 '심대하게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7일 오바마의 연설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이념과 가치관을 민주당이 장악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공화당 성향의 대표적인 정치 블로거 중 한 명인 에릭 에릭슨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은 붕괴, 절망, 분열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전달했는데 대통령은 낙관주의를 제시했다. 이번 대선이 증오스럽다"고 실망감을 나타낸게 대표적인 예이다. 또다른 공화당 지지자들 역시 오바마 연설이 "바로 공화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란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오바마가 연설에서 레이건을 언급해 놀랐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미국의 낙관주의와 자신감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스스로를 규정해왔고, 또 그렇게 평가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민주당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과 회의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의 선거 전략가였던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28일(현지시간) WP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민들이 이용만 당해왔고, 그래서 이제는 국민이 보복해야 할 때라고 말해온 정당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게 공화당의 메시지가 돼버렸다"며 "국민들을 고양시키고 미국을 통합하고자하는 긍정적인 정당이 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공화당에 재앙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공화당과 트럼프가 노선을 현명하게 잡은 것일수도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들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 시절 각료였던 윌리엄 베넷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미국의 현재와 미래를 암울하게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과거의 미국과 현재 미국이 직면한 현실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풍요롭게 살 것이란 확신이 없어졌고, 중산층이 풍요로운 삶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관점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과거와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유경제에 큰 가치를 둬왔던 공화당이 무역장벽 강화를 주장하는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선정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세계관과 이념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이처럼 뒤바뀌게 나타난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입장에선 지난 8년에 걸친 민주당과 오바마 정권 때문에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졌으며, 나라 전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강조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꼽힌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미국이 더욱 강대한 국가가 됐다고 강조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공식이 언제나 통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6년전 대선에서 승리한 조지 W 부시는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해가 지는 서쪽이 아니라 동쪽"에 있는 미국의 미래를 역설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8년에 걸친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을 끝내고 공화당 정권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정권 하의 미국과 세계를 암울하게 그리는 대신 보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던 것이다.
반면 당시 부통령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클린턴 시대의 풍요로움과 업적을 강조하기 보다는 '국민 대 권력'의 구도로 미국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WP에 따르면, 이는 훗날 결정적인 선거 전략 실책으로 평가됐다.
바뀌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트럼프, 미국의 낙관주의와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강하게 만들자는 클린턴. 과연 미국의 유권자들이 어느 쪽에 더 공감하고 있는지는 오는 11월 대선 결과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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