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서 칩거하던 손학규, 2년 만에 정계 복귀한 속내는?

최종문 기자 / 기사승인 : 2016-10-21 15: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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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민주당 ‘탈당’…제3지대론↑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뉴시스

[일요주간=최종문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20일 정계복귀와 동시에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2014년 7·30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정계를 은퇴했던 그는 2년 3개월 만에 정계에 복귀하면서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아울러 헌법개헌을 화두로 꺼냈다.
2번째 탈당, 대권 꿈 가능할까?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다시 탈당을 택했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대선 잠룡 반열에 올랐던 손 전 대표는 17대 대선을 9개월여 앞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정동영 상임고문에 패했다.
이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나섰지만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에 그쳐 탈락했다. 이처럼 2차례 대권 도전에서 본선에 오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손 전 대표는 9년 7개월여 만에 다시 당을 떠나면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행을 택할지 제3지대에 머물지는 불분명하지만 바로 국민의당행을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세력이 큰 민주당만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세력이 큰 국민의당에서도 손 전 대표가 공간을 확보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에 머물면서 국민의당 또는 안 전 대표와 교감을 가지며 정치적 공간을 넓혀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손 전 대표가 현 정치권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 교류를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도 바로 탈당하기보다는 원거리에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 강창일·강훈식·고용진·김병욱·박찬대·양승조·이종걸·이찬열·전혜숙·정춘숙·조정식 의원 등과 만나 “당내 의원들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대권주자로 활동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세력을 확장한 뒤 국민의당과 연대 내지 경선을 할 가능성, 민주당까지 합해 야권 통합 경선을 치를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준정당 성격의 정치결사체를 결성하고 민주당·국민의당 등과 대결·협상·연대 등의 다양한 정치적 카드를 놓고 정치적 진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개헌 언급, 공약은 가능하지만 실현은 글쎄…

손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내년 대선 전 개헌을 실현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즉 200명 이상의 현역의원이 찬성해야 개헌이 가능하므로 원내 1, 2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한목소리를 내야만 개헌이 가능하다.

설사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헌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개헌 세부내용에 반대하면 개헌이 불발되므로 현실적으로 무소속에 현역의원도 아닌 손 전 대표가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개헌을 하려면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 분야에 있어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내년 대선까지 1년여 동안 이 작업들을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손 전 대표가 개헌을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개헌 공약을 고리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 기존 개헌론자들과 세력을 규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김종인 전 대표는 대통령 임기를 2년여로 단축함으로써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에도 김 전 대표의 제안에 찬성 의견을 내놓는 의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김종인식 개헌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개헌을 고리로 김 전 대표 등 개헌론자들과 손을 잡는 데 성공하면 손 전 대표는 당선 후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함으로써 제3지대를 중심으로 세력 확장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안철수, 의기투합한 이유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8월 의기 투합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지난 21일 손 전 대표가 발간한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8월28일 강진에서 손 전 대표를 만나 “국민의당으로 오시라.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열겠다”고 말했다. 이에 손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말했다.
두 사람의 8월 대화에 이어 손 전 대표가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자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결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손 전 대표가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말했다는 점에 시사점이 있다.

‘10년 이상 가는 정권’은 한 정당이 두 번 집권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감안하면 손-안 연대를 통해 대통령을 두 명 배출하자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따라 손 전 대표가 먼저 대통령이 되고 안 전 대표가 차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손 전 대표가 당선되면 안 전 대표는 국무총리 등 주요 요직을 맡고, 그 다음 대선에 안 전 대표가 집권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그리 크지 않다. 당장 내년 대선 향배도 점치기 어려운데 차기와 차차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의 구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대립 속에서 정치불신이 커지면 중도층의 표심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 등 제3지대로 향할 수도 있다. 손 전 대표나 안 전 대표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친박 세력, 민주당의 친문 세력이 패권적 행태를 보일 경우 내년 대선에서 손학규 대통령-안철수 총리 카드가 더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역시 20일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소식에 “이제 정계복귀하면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국가가 위기상황인데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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