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지고 4명 다친 지포리 K-9 폭발사고…원인 논란 지속 전망

[일요주간=최종문 기자] 지난 8월 강원 철원군 지포리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의 원인이 일부 부품의 복합적인 결함으로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26일 나왔다.
육군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K-9 자주포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사인 한화 측은 이번 조사 결과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 육군,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 편성…“일부 부품 비정상적 작동”
앞서 육군은 기계·재료·화재·폭발 등 분야의 전문가와 한국 재료연구소 등 8개 전문 연구기관, 군경 수사기관 등 113명의 조사위원이 참여하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편성했다.
육군에 따르면 합동조사위는 지난 4개월 간 현장감식 8회, 전문 감정기관의 채증물 감정 76건, 임상신문 13회, 관련 실험 23회 등을 실시하고 사고원인을 조사·검증했다.
육군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승무원이 격발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격발해머와 공이(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장치)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중력, 관성 등에 의해 뇌관(기폭장치)이 이상(異常) 기폭해 포신 내부에 장전돼 있던 장약(화약)을 점화시켰다"며 "폐쇄기(탄약·장약 삽입장치)가 내려오는 중, 뇌관집과 격발장치의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뇌관이 '삽입링 화구'에 정상적으로 삽입되지 않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히 닫히지 않은 폐쇄기 아래쪽으로 포신 내부에 장전돼 있던 장약의 연소 화염이 유출됐다"며 "유출된 연소 화염이 바닥에 놓아두었던 장약을 인화((引火)시켜 급속 연소되면서 승무원이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육군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은 "(K-9 자주포) 사격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부품에 대해 전문검사관을 편성해 2회에 걸쳐 전량 기술검사와 정비를 실시했다"며 "장약을 보관하는 방법, 운용지침과 뇌관 사용지침, 사격 간 안전통제체계를 보완했다"고 말했다.
또한 "승무원용 난연전투복 120벌을 12월 우선 지급해 내년 2월까지 부대시험 후 전군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며 "주요 화기의 사격 절차, 안전통제와 관련한 세미나, 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이밖에도 포병 안전사격 시범식 교육 후 단계적으로 사격을 재개하고, 정비인력 보강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정비부사관 인사관리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요 부품 품질개선과 병행해 블랙박스와 자동 소화장치 설치 등 36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 논란의 끝은 어디…K-9 자주포 개발사 ‘한화’, “조사결과 동의 못 해”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K-9 자주포 개발 업체 한화측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제작사로서 어떤 책임도 회피하지 않고, 군과 전문기관과 협력해 추가 검증 후 최대한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 측은 화포 제작에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을 보유했던 제작업체인 한화지상방산, 현대위아, 개발기관인 ADD가 조사위원회에 공식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된 점, 육군이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제작업체가 공식 조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점, 제작 업체와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조사단에 수차례 추가 검증 시험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점 등을 이유로 육군 발표에 동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육군이 제시하고 있는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 가설 중의 하나이며, 그 또한 정확하게 검증된 것이라기보다 추정에 기반한 것으로, 저희가 조사한 내용과 차이가 있어서 동의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군, 제작업체, 전문 연구기관 등이 협력하여 추가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격발장치 공이 및 뇌관 단품 비기폭 에너지 측정시험 ▲사고 장비의 사고 시 획득된 포구초속의 정확성 검증 ▲사고 장비 격발장치의 단발자와 공이 접촉?공이 돌출여부 정밀 감식 ▲선행사격 시 잔류된 미상의 열원에 의한 추진 장약 지연 연소 가능성 검증 등을 군에 요구했다.
한화 관계자는 “관계 기관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고 마무리된다면 또 다른 불행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원인 분석 결과는 군, 전문 개발기관, 제작업체 등 누구에게도 과학적인 억울함이 없도록 근거가 명확해야 하고,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므로 추가 검증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18일 지포리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고(故) 이태균(26) 상사, 위동민(20) 병장, 정수연(22) 상병 등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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