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행 탑승수속 중 여성 2명의 공격받아
-한국정부 지문통해 사망한 김정남 신분확인
-김정일 이복동생인 김평일 체코 북한대사와
-김정남 아들 김한솔 제거될 수 있어 ‘비관론’
[일요주간=소정현 기자]
●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습되다.
지난 2월 13일 북한의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 당시 김정남은 마카오행 항공편의 탑승수속을 위해 셀프체크인 기기를 사용하고 있던 도중 여성 2명의 공격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체포된 2명의 여성은 출국장에서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뿌린 뒤 손수건으로 얼굴을 10초 동안 눌렀다. 이들 용의자들은 택시를 타고 사라졌고, 김정남은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김정남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으며 2월 13일 마카오로 돌아가려다 변을 당한 것이다.
김정남 피살에 연루된 6명의 용의자 중 말레이시아 경찰에 붙잡힌 2명의 여성은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 한명은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터미널에서 체포됐다. 그녀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에는 도안 티 흐엉(엉(Doan Thi Huong), 국적은 베트남이며 나이는 29세로 기록되었다. 두 번째 여성은 인도네시아 세랑 출신의 25세 '시티 아이샤'로 적힌 인도네시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
나머지 4명의 남성 용의자 중 붙잡힌 1명은 처음 붙잡힌 베트남 국적의 여성의 남자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의 진술에 따르면 나머지 3명의 남성 용의자 중에는 북한계 남성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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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에는 도안 티 흐엉(엉(Doan Thi Huong), 국적은 베트남이며 나이는 29세로 기록되었다. 두 번째 여성은 인도네시아 세랑 출신의 25세 '시티 아이샤'이다. 왼쪽부터 |
김정남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방문할 때 중국은 경호팀을 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남의 이번 말레이시아 방문 및 피살 현장에는 중국 당국이 경호한 흔적은 포착되지 않았다.
우리 정보 기관도 '동남아 라인'을 총동원해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찾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정원은 탈북루트 관리를 위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상당한 '휴민트'(인적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 비운의 사나이 김정남은 누구인가.
김정남은 1971년 5월 10일 북한의 평양에서 김정일(金正日) 전 국방위원장과 성혜림(成蕙琳)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80년대에 구 소련의 모스크바를 거쳐 스위스에 유학하여 제네바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였으나 졸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IT(정보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컴퓨터광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8년부터 북한의 IT 정책을 주도하는 조선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하였다. 또 해외 유학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 하고, 국제사회의 정보에 밝은 개혁·개방주의자로 전해진다.
1995년 인민군 대장 계급을 받는 등 한때 최고 권력자 김정일의 후계자로 안착되는 듯 싶었으나 1996년 이모인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한 뒤 입지가 흔들렸다. 여기에 2001년 4월 도미니카 공화국의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가 적발되어 중국으로 추방된 일 등이 겹쳐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
이후 주로 중국과 마카오 등지에 머물면서 김정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무기 수출 총책임자로, 또 김철(金哲)이라는 가명으로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조선노동당 39호실의 총책임자로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2009년 이후 이복동생 김정은(金正恩)이 후계자로 떠오르면서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사실상 해외 망명 생활을 하면서 2010년에는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2011년 12월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 후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하였다.
김정남은 해외를 떠돌면서 암살 시도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2004년 10월 김정남은 당시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이종사촌 누이 김옥순을 방문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당국은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북한인의 계획을 파악했다. 그때도 배후가 김정은으로 추정된다.
이후 2009년 4월에도 평양에서 ‘우암각 사건’으로 김정남 측근들이 모두 숙청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평양의 중심가인 중구역엔 특별한 건물이 있다. ‘우암각’이라 불리는 호화 특각(별장)이다. 김정일이 1978년 영화감독 신상옥과 배우 최은희 부부를 납치한 뒤 거처로 내준 곳이다.
1997년께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이곳을 빈번히 찾았다. 러시아와 스위스에서 유학한 뒤 마카오·홍콩 등 해외에서 주로 체류하던 김정남은 평양에 올 때마다 우암각에서 묵었다.
그런데 2009년 4월, 여느 때처럼 우암각에서 김정남의 측근들이 비밀 파티가 벌어지고 있던 중에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급습했다. 이복동생 김정은의 지시였다. 김정남의 최측근도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마카오에 머물던 김정남은 서둘러 좀 더 안전한 싱가포르로 도피했다. 평양판 ‘형제의 난’인 우암각 습격 사건의 전모다.
김정남은 우암각 사건 이후로 해외 언론과 인터뷰 때마다 “후계 문제에 관심이 없다. 조용히 살겠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김영철(현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당시 정찰총국장의 지시로 중국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일도 있었다. 2011년에도 국가안전보위부가 마카오를 찾아 김정남을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 다음의 혈육 표적은 누가 될까?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암살한 김정은의 다음 표적은 누구일까? 이번 김정남 제거팀이 ‘다국적 용병’으로 꾸려졌다는 분석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제2의 김정남 피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김정은은 자신의 위협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라면 제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보기관은 김정은의 ‘암살 명령’이 한번 내리면 취소하지 않는 성격의 ‘스탠딩 오더’였을 것이라고 보는 만큼 김정남 외에도 더 많은 타깃이 있을 수 있다. 먼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체코 북한대사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평일은 1954년 출생하여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후 인민무력부 작전국 부국장을 지낸 뒤, 1988년부터는 헝가리 대사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해외만을 떠돌고 있다.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했지만 김정일이 사망 후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한때 거론되었다. 백두산 혈통과 합리적 성품, 그리고 180㎝대의 큰 키에 김일성을 닮은 외모와 목소리는 김정은이 모멸감을 느끼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서방과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론 언제든 자신의 위치를 넘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면 과감하게 행동에 옮길 것이다. 2016년 11월 홍콩 한 시사주간지는 북한 안팎에서 김정은을 교체하고 김평일을 옹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의 비참한 죽음을 목도했다는 점에서 제거 대상에 오르기 충분하다. 그리고 김한솔은 분명 아직 어리고 북한 내 정치적 기반이 없지만, 그가 김일성-김정일-김정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이며, 지금까지 북한 체제를 공개 비판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한솔은 2011년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 2013년 8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르아브르 캠퍼스를 각각 입학한 뒤 졸업했다. 2916년 9월 영국의 한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은 하지 않았다 한다.
김한솔의 어머니는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이다. 김한솔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2년 10월 핀란드 공영방송과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은 가난한 인민들을 생각하라고 말했으며 대한민국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하며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고민해왔다."고 당당히 밝혔기도 하였다. 특히 삼촌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독재자(dictator)’라고 비판하면서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였다.
김정남이 권력 승계 다툼에서 밀려난 이후 김정남과 그 가족들은 줄곧 해외 각지를 떠돌며 살아왔다. 국정원은 “김정남의 첫째 부인 신명희와 아들 금솔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둘째 부인 이혜경과 1남(한솔) 1녀(솔희)는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데, 두 가족 모두 현재 중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사실상 은둔 중인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과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7개월 넘게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는 동생 김여정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 20년전 피살된 김정남 사촌형 이한영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를 비롯하여 강명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등 고위 탈북인사들에 대한 신변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24시간 밀착 경호를 하고 있으며, CCTV등을 통한 방범활동을 늘렸다.
만약 남한 내부에서 제2의 김정남 피살이 일어날 경우 다국적 용병보다는 1997년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때처럼 북한 내부 공작원이 투입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정확히 20년 전 국내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사촌형 이한영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킨다.
고(故) 이한영(본명 리일남·사망 당시 37세)은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로, 한국에 망명한 지 15년 만인 지난 1997년 2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는 북한제 권총에 사용되는 탄피가 발견되었다.
이한영은 여러 경로를 거친 뒤 1982년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한국에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미로 이름을 이한영으로 개명한 뒤 KBS 국제국 러시아어 방송PD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1996년 6월 그는 김정일의 사생활을 폭로한 책 ‘대동강 로열 패밀리’를 출간해 북한 내 정치세력의 실체를 대한민국에 알려 큰 충격파를 던졌다.
실제 북한은 2009년 해외 비밀공작을 총괄하고자 정찰총국을 통해 여성공작원의 인원과 이들의 활동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습 사건에 북한 정찰총국 산하 ‘모란꽃 소대’가 투입됐을 것이라는 북한군 고위급 출신 탈북민의 주장도 나왔다.
북한군 정찰총국은 해외 비밀공작과 도발을 총괄한다. 북한은 여성공작원 선발 과정에서 출신 성분과 노동당에 대한 충성심을 면밀히 검증한 뒤 외국어 실력에 출중한 빼어난 미모의 여성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피살로 중국 정부가 북한 관련 인사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최근 김정남 피살 후 중국 내에서 보호 중인 북한 인사들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탈북 고위 관료와 가족이 그 대상이다. 탈북 관료들은 한국에 망명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인사들이 탈북 후에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해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 김정남 모친 성혜림도 비운의 여인
김정남 피살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굴곡진 생을 마감한 그의 생모 성혜림의 삶에도 관심이 쏠린다. 옛 소련과 러시아의 고위 정치인, 장성, 유명 작가와 배우 등이 묻힌 이 묘지에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의 묘가 있다. 성혜림은 1971년 아들 김정남을 낳았지만 김일성이 그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모스크바로 추방되어 외로운 삶속에 2002년 병사했다.
1937년 경남 창녕에서 1남 3녀 중 둘째 딸로 출생한 성혜림은 어머니를 따라 월북해 1951년 평양 제3여자중학교를 졸업한 뒤 평양예술학교를 거쳐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성혜림은 소설 ‘땅'으로 알려진 월북작가 리기영의 첫째 아들인 전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리평과 결혼했지만 김일성의 장남 김정일의 눈에 들어 리평과 이혼했다. 김정일과 사이에서 김정남을 낳았다.
하지만 성혜림은 김일성에게 공식 인정받지 못한 가운데, 김정일은 김일성이 낙점한 당 간부의 딸 김영숙과 결혼했다. 이후 김정일의 관심에서 멀어진 성혜림은 심한 우울증에 걸렸고, 1974년 이후 소련 모스크바에서 외롭게 살다가 2002년 5월 사망했다.
한편 김정남이 권력서열에서 멀어진 것은 친모 성혜림의 언니인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했고, 그의 아들 이한영 역시 대한민국 망명했기 때문이다.더욱이 김정남이 외국을 배회하면서 북한 정권을 비방하는 등 김정은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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