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여행] 바다를 품에 안은 섬, 울릉도②

이재윤 기자 / 기사승인 : 2017-09-11 14: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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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_나리분지, 추산일가

[일요주간=이재윤 기자] 울릉도에는 OO가 있다? 없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동행한 홍연철 씨는 기자에게 불쑥 물었다. “기자님, 울릉도에 없는 게 몇 개 있는데 혹시 아세요?” 그게 뭐냐고 호기심을 보이자 그는 “논이 없고, 뱀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울릉도에서 나는 토종 산나물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 채소류, 과일 등을 모두 외지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이번 울릉도 취재에 동행하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성덕대학교 윤지현 총장이 “울릉도 사람들에게 과일 선물을 하면 참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울릉도에 뱀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묻자 “화산섬이라 뱀이 살지 못한다”며 어느 숲이든 들어가도 뱀에 물릴 걱정은 없다며 껄껄 웃었다.


▲ 뱀과 옷가게. 울릉도에는 뱀과 옷가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구글)

울릉도에 없는 것을 하나 더 꼽으라면 그것은 ‘옷가게’이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땀을 많이 흘려 옷을 좀 갈아입고 싶어 가장 번화한 도동이나 저동에서 티셔츠라도 사 입을 곳이 없냐고 묻자 울릉도에는 옷가게가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페리호 승선비가 울릉주민들에게는 5천원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육지로 나가서 옷을 사 온다는 것. 다행히 독도전망대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독도 티셔츠를 구입해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지만, 그것 역시 울릉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 울릉도는 터널이 1차선이기 때문에 터널 앞에서 신호를 받으며 기다려야 한다. (사진=이재윤 기자)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한참을 가는데, 그가 다시 불쑥 “사진 찍을 준비하라”며 차의 속도를 늦추더니 터널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도대체 뭘 찍으라는 건지 두리번거리는 기자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그는 터널 앞 신호등을 가리켰다. 신호등에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는데, 가만 보니 터널이 1차선 밖에 없다. 오래 전 터널을 뚫을 때 예산이 없어 1차선 밖에 뚫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터널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터널 앞에서 신호를 받으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울릉도 일주여행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섬 안의 두메산골, 나리분지


울릉도에서의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홍합죽 한 그릇을 뚝딱 하고 나리분지로 향했다. 원래 2박3일 일정으로 갔으나, 다음날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하루 먼저 섬을 떠나야 했기에 나리분지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얼마나 갔을까? 나리분지 전망대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그 너머로 높고 낮은 산줄기에 둘러싸인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움푹한 화산 분화구에 자리 잡은 나리분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고갯길을 내려와 나리분지로 들어서면 위에서 볼 때와 달리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리분지는 동서 1.5㎞, 남북 2㎞로, 면적이 198만㎡(60만평)에 이른다. 눈을 씻고 둘러봐도 평지라고는 없는 울릉도에서 나리분지는 육지의 평야와도 같은 광활한 들녘이다. 그래서 1882년 고종황제의 개척령 반포로 울릉도 이주민들이 처음 정착한 곳도 나리분지였다.


▲ 나리분지 (사진=이재윤 기자)

하지만 드넓은 나리분지는 화산재로 이뤄져 논농사가 불가능한 척박한 땅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더덕이나 삼나물, 참고비, 천궁 등의 산나물과 약초를 재배하거나 음식점과 민박집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나리'라는 지명도 과거 개척시절에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먹으며 연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나리분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울릉도의 각종 산채 요리와 비빔밥이다.


▲ 울릉도의 각종 산채 요리와 비빔밥 (사진=이재윤 기자)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각종 산나물들로 한상 가득 차려진 밥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산나물 하나하나 따로 먹어도 미각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데다, 한 데 넣고 비벼 놓으니 그 맛 또한 육지의 어느 비빔밥도 비할 게 못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삼나물 무침회는 단연 입맛을 사로잡는다. 삼나무를 회처럼 초장에 무친 것인데, 씹으면 마치 부드러운 고기를 씹는 듯한 삼나물의 식감은 나물 중에 으뜸이라 할 만 하다.


바다를 품에 안은 쉼터, 추산일가


▲ 추산일가 (사진=이재윤 기자)

이번 울릉도 여행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한 것은 ‘추산일가’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코끼리바위(공암)를 지나 웅장한 송곳봉을 바라보며 오르는 길에서 마주한 추산일가의 모습은 그 자리에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바다를 굽어보며 벼랑 끝에 불을 밝히고 선 추산일가의 첫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


울릉도 전통 너와집 양식으로 지어진 너와펜션 추산일가 마당에 들어서니 아래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쪽빛을 띄고 있는 발아래 바다는 벼랑 끝자락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먼 바다는 한없이 고요하다.


▲ 울릉도 전통 너와 양식 (사진=이재윤 기자)

바다로 난 2층 방은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닷바람에 그 어떤 선풍기, 에어컨도 부럽지 않다. 정갈하게 손질된 이불이며 베개, 화장실 또한 먼 뱃길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엔 더없이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그뿐이랴! 따개비 칼국수, 울릉도 산채비빔밥, 그리고 아침으로 나오는 홍합죽은 두 말이 필요 없는 별미 중의 별미다.


▲ 홍합죽, 씨앗동동주 (사진=이재윤 기자)

거기에 사람 좋고 입담 좋은 주인장 부부의 넉넉한 인심은 하룻밤 묵어가는 여행객에게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추산일가 홈페이지(http://www.chusanilga.com)를 통해 사전에 예약을 하면 입담 좋은 주인 아저씨의 가이드로 더 멋진 울릉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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