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의 경제프리즘] 『미래를 설계하는 경제학』8부 Alliance Capital

서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9-08 15: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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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어떻게 국가의 경제적 자산이 되는가

 

 

◆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 사이에 다시 관세가 등장했다
2026년 8월 22일 미국은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50%의 관세를 발효했다. 캐나다 정부가 밝힌 대상 규모는 276억 캐나다달러다. 사흘 뒤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같은 규모로 맞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에 15%, 25%, 50%의 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다. 9월 8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달러 대 달러, 세율 대 세율’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권 가운데 하나를 형성해 왔다. 자동차와 부품은 국경을 오가며 생산되고, 캐나다의 에너지와 광물은 미국 산업에 공급된다. 안보에서는 북미 방공체계를 공유한다. 그런 두 나라 사이에서도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자 관세가 다시 등장했다. 관세만 놓고 보면 익숙한 무역분쟁이다. 어느 나라가 얼마의 관세를 부과했고 어느 산업이 손해를 보며 누가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는지를 계산하면 된다. 그러나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캐나다에서 관세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를 계산하는 것만으로 이 거래의 손익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캐나다가 보유한 에너지와 핵심광물, 생산시설과 시장, 북극을 포함한 전략적 위치와 안보협력의 가치까지 계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가치 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동맹을 외교와 안보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관계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국가가 보유한 시장과 기술, 자원과 공급망, 금융과 안보 역량을 공동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경제적 자산, 즉 Alliance Capital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동맹은 어떻게 경제적 자산이 되는가
기업은 모든 것을 혼자 생산하지 않는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과 협력하고, 안정적인 부품회사를 확보하며, 금융기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물류기업을 통해 제품을 세계시장으로 보낸다. 기업의 경쟁력은 자신이 직접 소유한 자산뿐 아니라 필요한 순간 외부의 자산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국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가진 미국도 모든 전략자산을 미국 안에서 완벽하게 조달할 수는 없다. 에너지와 핵심광물, 반도체와 첨단소재, 배터리와 조선, 금융과 시장, 군사기지와 정보망은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다.


중국과 장기적인 전략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실제 경쟁력을 미국의 국내총생산과 군사비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캐나다의 자원과 에너지, 유럽의 거대한 시장과 자본,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조선,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호주의 핵심광물이 미국 영토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동의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 중심의 경제·안보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인다면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역량은 미국이 직접 보유한 자산의 범위를 넘어선다.


여기에서 동맹은 외교관계가 아니라 경제적 네트워크가 된다. 동맹국이 가진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lliance Capital의 핵심은 소유권이 아니다. 접근 가능성과 동원 가능성이다.


캐나다 관세가 보여준 동맹의 또 다른 비용
캐나다 사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년 8월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와 함께 기업·근로자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조건이 캐나다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관세의 직접적인 손익은 계산할 수 있다. 수입가격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어느 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지, 정부가 얼마의 관세수입을 얻는지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동맹국 사이의 경제적 충돌에는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비용이 하나 더 존재한다.


상대방이 미래의 위험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하는 비용이다. 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상대국의 정책 변화가 자신의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커진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 기업과 정부는 자연스럽게 공급처와 시장, 투자처를 분산시키려 한다. 그 과정에서 동맹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동맹의 경제적 활용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새로운 가치 경제학은 이러한 현상을 Alliance Discount, 즉 ‘동맹할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동맹할인은 동맹관계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맹은 유지되지만 상대방의 정책을 이전만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기업과 정부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선택지를 확보하면서 기존 동맹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할인되는 현상이다. 관세로 얻는 이익은 당해 연도의 숫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동맹국이 공급망과 시장을 조금씩 다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전략적 손실은 어느 정부의 예산서에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유럽은 왜 미국과 갈라서지 않았는가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Alliance Capital을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관세를 둘러싸고 상당한 긴장을 겪었지만 결국 협상을 선택했다. 현재 합의에 따라 미국이 EU산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원칙적으로 15%를 상한으로 하고, EU는 2026년 7월부터 미국산 산업재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동시에 EU는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혜택을 철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EU가 협상 결렬에 대비해 준비했던 재균형 조치의 대상은 미국산 수입품 약 930억 유로 규모였다. 합의가 만들어지면서 조치는 중단됐지만 EU는 필요할 경우 다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두었다. 여기에는 동맹의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난다. 동맹은 일방적인 종속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유럽의 시장과 기술, 자본과 안보협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유럽도 미국의 시장과 금융, 기술과 안보체계를 필요로 한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관계를 끊는 비용도 커진다. 이것이 Alliance Capital이 만들어지는 두 번째 조건이다. 상호 필요성이다. 동맹의 힘은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을 제공할 때 관계는 더욱 강해진다. 동맹자본은 종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을 관리하는 능력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의 조선은 왜 미국의 전략자산이 되는가
한국은 Alliance Capital의 구조를 산업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국과 미국은 2025년 무역협상을 통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구조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는 미국의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이고,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에 배정됐다. 미국은 한국산 상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조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투자 대상에 조선뿐 아니라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2026년 6월에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조도 만들어졌다. 한미전략투자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그리고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투자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금액만이 아니다. 미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과 자본, 해군력과 해양안보 수요가 있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상선 건조능력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조선소 운영 경험과 기자재·인력으로 연결된 산업생태계가 있다. 서로 다른 국가에 존재하는 자산이 동맹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의 조선소를 미국이 소유하지 않아도 한국의 조선능력이 미국의 해양산업과 안보전략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과 자본, 산업수요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이 Alliance Capital의 경제적 본질이다. 동맹은 상대방의 자산을 빼앗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가 가진 자산의 활용범위를 확장하는 관계다.

 

동맹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동원능력이다
그렇다면 Alliance Capital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군사동맹을 많이 체결했다고 반드시 동맹자본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많아도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각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관계의 실제 전략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동맹국 사이에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고, 공동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며, 필요한 순간 기술과 생산능력, 자원과 금융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동맹의 경제적 가치는 커진다. 여기에서 하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동맹 → 신뢰 → 자산 접근 → 공급망 결합 → 위험 분산 → 공동 대응능력 → 국가경쟁력


따라서 Alliance Capital은 단순한 외교적 친밀도가 아니다. 동맹국이 가진 전략적 자산, 상호신뢰, 이해관계의 결속력, 실제 위기에서의 동원 가능성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지는 경제적 능력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크게 약해지면 동맹의 실질적인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신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맹국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국의 정책을 믿을 수 없다면 기업과 정부는 다른 선택지를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Trust Capital과 Alliance Capital은 연결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Trust Capital이 약속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통해 거래비용과 자본비용을 낮추는 자산이라면, Alliance Capital은 그렇게 형성된 신뢰를 국가 간 네트워크로 확장해 서로의 전략자산을 공동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미국의 진짜 경쟁자는 중국 한 나라일까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도 Alliance Capital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과 제조업 생산량, 군사비와 기술력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패권경쟁의 전체 모습을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힘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에너지와 핵심광물, 유럽의 시장과 자본,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조선, 일본의 소재와 제조기술, 호주의 자원이 미국과 연결되어 있다. 이 자산들이 공동의 공급망과 금융시장, 기술표준과 안보체계 안에서 움직이면 미국의 전략적 능력은 자국이 직접 보유한 자산의 합보다 커질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면서 상대해야 하는 대상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만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가 경쟁 상대가 된다. 바로 이것이 오랫동안 미국이 가진 강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동맹국의 기술과 자원, 시장과 생산능력이 필요한 미국이 동맹국에도 지속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면 단기적인 협상 성과와 장기적인 동맹자본 사이에서 새로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캐나다의 관세 문제와 유럽의 대응, 한국과의 전략산업 협상을 각각 독립적인 사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관세를 통해 얼마를 얻었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다면 그것 역시 패권의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동맹은 국가의 보이지 않는 대차대조표다
기업의 대차대조표에는 현금과 부동산, 설비와 특허 같은 자산이 기록된다. 국가의 공식 통계에도 외환보유액과 사회간접자본, 천연자원과 산업생산 능력이 나타난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러한 장부 밖에 존재한다. 어느 국가가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인가. 어느 국가가 핵심광물을 제공할 것인가. 어느 기업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생산할 것인가. 어느 금융시장이 자본을 제공할 것인가. 어느 국가가 공급망을 함께 지킬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면 그것 역시 국가가 가진 하나의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가치 경제학은 이것을 Alliance Capital로 바라본다. 강대국은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패권국은 다른 국가가 가진 힘까지 자신의 질서 안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 차이는 강제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방 역시 그 질서 안에 머무르는 것이 자신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동맹은 돈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신뢰를 축적해야 하고, 공동의 이해관계를 만들어야 하며, 위기의 순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가 흔들리면 그 가치는 빠르게 할인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도 Alliance Capital은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미국과 안보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일본·유럽·아세안·중동과도 산업과 자원, 시장을 공유한다. 따라서 한국의 동맹전략도 어느 한 국가에 의존하는 문제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한국이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원전, 방산, 바이오와 같은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확보할수록 한국의 Alliance Capital 역시 커질 수 있다.


동맹에서 가장 강한 국가는 상대방에게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는 국가일 수 있다. 미래의 한국 외교와 산업정책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Relationship Capital이 경제주체를 연결하고, Energy Capital이 산업을 움직이며, Supply Chain Capital이 생산의 지속성을 지키고, Quality Capital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Brand Capital이 그 신뢰를 가격결정권으로 전환하며, Trust Capital이 거래와 자본의 흐름을 지탱하고, Institutional Capital이 그 신뢰가 지속될 수 있는 규칙을 만든다면, Alliance Capital은 서로 다른 국가가 가진 자산을 하나의 더 큰 경쟁력으로 연결한다.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은 국경 안에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순간 세계의 기술과 자본, 자원과 시장이 어느 국가와 함께 움직이는가도 중요해질 것이다. 새로운 가치 경제학은 독자에게 다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미래의 패권국은 가장 많은 무기와 자본을 가진 국가일까. 아니면 다른 국가들이 자신의 기술과 시장, 자원과 미래를 기꺼이 함께 연결하려는 국가일까.
강대국은 자신의 힘으로 상대의 양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패권국은 다른 국가의 힘까지 자신의 힘으로 만든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이 바로 Alliance Capital이다.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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