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수 『의림촬요』
오장육부 편안하게 하는 솔잎
뱃속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배고프지 않게 하니 곡기를 끊기에 적당하다. 좁쌀처럼 잘게 썰어서 물이나 미음에 타서 먹는다. 더러 콩가루를 섞어 먹기도 하는데 피지술(避地術, 위기를 피하는 방법)을 할 수 있다. 또는 그늘에 말린 다음 가루를 만들어 물에 타 먹어도 좋다.
또 송백피(松白皮)를 쪄서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않다. 송진 1근(약 600g)과 백복령 4냥(약 150g)을 가루로 만들어 새벽마다 물에 타서 먹거나 꿀에 개 환을 지어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으며 평생 곡식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솔잎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떫으면서도 약간 달다. 오장을 편하게 하고 모발을 나게 하며 종기나 부스럼을 다스려준다. 그 성질이 따뜻하면서도 열을 없애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식후에 마시는 솔잎차 한 잔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의 텁텁한 입 안과 뱃속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요즘 솔싹 추출물로 만든 음료나 치약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뱃속이나 구강의 청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공기도 정화하기 때문에 가로수로 쓰면 좋을 것이다.
소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겉껍질은 벗어버리고 새로운 껍질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만큼 생육이 잘 되고 복원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피부에 난 종기나 부스럼에 쓰면 새살이 돋고 묵은 딱지는 잘 떨어지게 한다. 또한 솔잎은 사람의 몸에 있는 털처럼 쉬지 않고 떨어져 새로 푸른 잎을 갖춘다.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떨어져 나간 잎만큼 새로운 잎이 다시 나기 때문에 늘 푸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인(太陽人)에게 가장 좋지만 성질이 온화하여 소음인이나 태음인이라 할지라도 그다지 무리 없이 작용하므로 권해볼 만하다.
송백피(松白皮)란 소나무 속 하얀 껍질을 말하는데 뿌리를 쓴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송근백피(松根白皮)다. 이것도 기운을 북돋워주고 오로(五勞)로 몸이 손상된 것을 보충해준다. 오로란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몸을 썼을 때나 너무 쓰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 5가지를 말한다.
그 첫째가 오랫동안 마음을 써서 무언가를 열심히 보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데, 고3 수험생에게 가끔 나타난다. 심하면 입 안이 헐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면서 진물이 흐르기도 한다.
둘째는 너무 오랫동안 누워서 지내면 기운을 잃게 된다. 병석에 오래 누워 지내다 보면 병이 완쾌돼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한 사람도 한 주일 동안 힘들었다고 일요일에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잠만 자고 나면 월요일에 오히려 출근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
셋째는 너무 오랫동안 앉아 지내면 살이 손상된다. 뱃살이 늘어지고 탄력을 잃어 물렁한 살덩어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를 화이트 칼라들에게서 많이 보게 된다.
넷째는 너무 오래 서 있으면 뼈가 약해진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는 근로자들이 허리를 비롯한 무릎이나 어깨관절에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다섯째는 지나치게 많이 걸으면 근육이 손상된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거나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러 물건을 산답시고 이것저것 하루종일 고르다 보면 다음날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이것이다.
송근백피는 땅속에 튼튼하게 뿌리를 박고 진액을 끌어올려 나무 전체에 골고루 전해주듯이 이러한 오로를 제거하고 인체의 오장육부를 모두 편안하게 해준다.
소나무 진액의 결정체가 송진이며 약물명으로는 송지(松脂) 또는 송고(松膏)라고 한다. 송진은 따뜻한 성질이 있으며 단맛도 약간 있지만 쓰다. 한여름에 나무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향로를 피우는 것 같은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술로 끓여 찬물에 담갔다가 다시 끓여 담그기를 수십 차례 하여 하얗고 매끄러워지면 자연건조를 시켰다가 돌절구에 찧어 가루를 내서 쓴다. 이것도 솔잎과 같은 효능이 있어, 오장을 편하게 하고 중풍으로 몸을 쓰지 못하고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 피부가 꺼멓게 죽은 것을 다스리며, 모든 부스럼이나 종기에 새살을 돋게 하는 데 아주 좋다.
얼굴색이 붉고 여드름 많이 나는 사람에 좋은 측백나무잎
복용법은 앞의 송진과 같으며, 오래 먹으면 곡기를 끊어도 배고프지 않게 된다.
성질은 차고 맛은 떫으면서도 쓰다. 떫은맛을 지닌 것은 수렴하는 작용을 하는데, 수렴이란 거두어들인다는 뜻이다. 서늘한 가을이 오면 무성하게 자라던 나무도 그 생장을 멈추고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지면서 열매를 맺거나 뿌리에 양분을 저장한다. 바로 이때의 뿌리나 열매는 거두어들인 결과물인 것이다.
가을은 인생으로 보면 황혼기이며 하루의 시간으로는 저녁인데 저녁은 해가 지는 쪽이기에 그 서쪽은 가을의 의미와 상통한다. 우리 조상들은 각 방향에 색깔을 부여했는데, 동쪽은 푸른색, 남쪽은 붉은색, 중앙은 누런색, 서쪽은 흰색, 북쪽은 검은색으로 두었다.
이처럼 서쪽이나 가을의 의미와 상통하는 것이 바로 백색인데, 측백나무의 ‘백(柏)’은 바로 여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측(側)’은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뜻이니 ‘측백(側柏)’은 결국 서쪽으로 기우는 나무라는 뜻이다. 모든 나무가 햇빛을 좇는데 오로지 이 나무만 서쪽을 향해 그 이름이 ‘측백’이라 붙었다. 그리하여 측백나무는 가을의 기운을 많이 품고 있으며, 그 성질이 찬 것은 서늘한 가을의 품성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 떫은맛은 가을의 수렴작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흩어지는 기운을 거두어 모으니 정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그 서늘함은 앞의 백합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가을의 숙살지기를 받아 식어가는 것처럼 몸에서 나는 열을 식혀줄 것이다. 즉 몸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것을 거두어들이는데, 열을 동반한 설사나 기침은 물론이고, 객혈이나 하혈 등 출혈 증상에도 아주 좋아 내복용이나 외용 지혈제로 많이 쓰인다.
게다가 여름의 나무가 무성하듯이 그 살집이 부풀어가는 기세가 계속되고, 열을 동반하여 얼굴이 붉으면서 여드름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데, 입 안이 말라 자주 물을 찾는 소양인이라면 이 측백잎이 그 살찌는 기세를 한풀 꺾어줄 것이다.
위나 장에 열이 많은 사람에 좋은 느릅나무 껍질
흉년이 들었을 때 양식으로 쓸 수 있는데,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는다.
유백피(楡白皮)는 느릅나무 껍질을 말한다. 느릅나무는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심고 가로수나 분재에 쓰며 봄에 어린잎을 따서 떡에 넣어 먹기도 한다. 질이 굳고 무거우며 탄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틈이 벌어지지 않아 건축재나 가구로 또는 선박재나 땔감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흔하게 볼 수 있으니만큼 우리 조상들이 많이 이용하던 나무다.
그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맛이 달기 때문에 봄에 열매를 따서 장에 담가 먹으면 향과 맛이 아주 좋다. 하얀 속껍질을 쓰는데 초봄에 채취하여 한낮의 햇볕에 말린다. 성질이 매끄럽고 잘 통하여 대변이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다스리며, 장이나 위에 열이 있어 위장병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이 먹으면 열이 식어 편해진다.
또한 수분대사를 도와 얼굴이 벌겋고 아침이면 눈이나 얼굴이 부어오르는 소양인의 열이 있는 부종(浮腫)과 그 열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경우에도 효과를 본다.
소양인의 부종 빼주는 백복령
곡식을 먹지 않고도 배고프지 않게 하는 데 좋다.
보릿가루(原註, 밀가루도 괜찮다) 1근(약 600g)과 복령가루 4냥(약 150g)을 생우유에 개 사방 한 치 크기로 빚어 쪄서 배부르게 먹으면 100일이 되도록 배고프지 않다.
백복령가루 4냥과 메밀가루 2냥(약 75g)에 물을 적당량 붓고 반죽하여 황랍(黃蠟, 꿀벌의 집을 끓여 짜낸 기름)을 기름 대신 써서 전병을 지져, 한 번 배불리 먹으면 밥을 안 먹게 되는데, 3일 후에 깨를 끓여 그 물을 마셔서 장과 위를 조금 매끄럽게 해준다.
‘복령(茯?)’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곰팡이균의 일종으로 구멍쟁이 버섯과에 속하는데 내부 수분을 제거하고 그늘에 말려서 쓴다. 가운데 소나무 뿌리가 박혀 있는 것을 ‘복신(茯神)’이라 하고, 겉껍질 부분을 ‘복령피(茯?皮)’라 하며, 내부가 담홍색을 띠는 것을 ‘적복령(赤茯?)’이라 하는데, 이 적복령을 도려내고 남은 백색 부분을 ‘백복령’이라 한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원래 송진이 땅에 떨어져 1000년이 되어야 복령이 된다고 한다. 오늘날은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는데, 종균을 접종하고 2년 뒤에 채취한다. 자연산은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고 특히 강원도, 경기도, 경북지방에서 많이 난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화평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맛은 약간 달고 담백하다.
복령의 화평한 성질은 뱃속을 편안하게 하며 아울러 정신까지 차분하게 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을 다스린다. 무엇보다 복령의 가장 큰 효능은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몸 안의 습기를 몰아내는 것인데, 뱃속에서 물소리가 나면서 더부룩하고 손발이 자주 붓는 소양인에게 널리 쓰이는 요약이다.
더불어 몸 안에 수분이 많아 설사를 자주 하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아랫배가 부풀어오르는 증상에도 빼놓을 수 없는 약재다. 따라서 몸이 부어 살진 것처럼 보이는 소양인의 부종에 이 복령을 처방하면 잘 먹으면서도 살이 빠지게 되니 더없이 보배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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