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방칼럼] 옛 선비들의 스스로 치료하는 만성질환 노하우 ②

김주호 원장 / 기사승인 : 2013-04-22 08: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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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퇴계 『활인심방』
마음을 다스려야 병이 치료된다

주권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도 심을 다스리는 것이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심은 신명에 통할 수 있는 존재인데, 이는 심이 시공에 얽혀 있는 존재이자 시공을 초월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심이 신명에 통하여 시공을 초월함으로써 시공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질병의 싹을 없애는 것이 주권이 말하는 치료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주권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려거든 먼저 심을 다스려야 한다. 반드시 심을 바르게 한 후에 도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병자로 하여금 심 중의 의심과 걱정, 일체의 생각과 망념, 일체의 불평,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일체의 분별을 모두 떨쳐버리도록 한다. 평생 동안의 과오를 깨닫고 뉘우치며,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나의 마음을 자연에 합하도록 한다.

오래되어 마침내 신이 모이면 자연히 심군(心君)이 크게 평안해지고 성(性)이 화평해져, 세상의 만사가 모두 공허하다는 것과 종일토록 영위하는 바가 모두 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 몸이 모두 비어 있는 환상이라는 것과 화와 복이 모두 실재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 삶과 죽음이 모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홀연히 깨달아 한순간에 풀리면 마음이 자연히 청정해지고 질병도 평안히 낫게 된다. 이와 같이 될 수 있다면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이미 잊혀 있게 된다. 이는 진인(眞人)이 도로써 마음을 다스려 질병을 치료하는 큰 법이다”
이 내용은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도에 의지하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대개 약을 쓴다. 그러나 흔히 병이 마음에서 생긴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병의 싹이 마음에 있어 그것이 몸에 나타난 경우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되고, 약을 통한 치료는 그보다 하부적 개념인 몸만의 치료에 그칠 수 있다. 몸의 치료에 그치고 만 경우에는 그 후에도 여전히 질병의 싹이 마음에 잠복해 있으므로 다시 몸의 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주권은 이렇게 질병을 예방하는 면에서 심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치료하는 면에서 심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활인심’ 상권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날의 신성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미리 치료해 질병에 이르지 않도록 하였다. 지금의 의사는 사람의 질병을 치료할 줄만 알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할 줄은 모른다.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좇는 것과 같으니, 그 원천을 궁구하지 않고 그 하류를 공격하면서 질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이 어찌 어리석지 않은가”

이렇듯 주권은 심을 다스리는 것을 치료의 중심에 놓고 있다. ‘활인심’의 중화탕(中和湯), 화기환(和氣丸) 같은 내용은 이런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는 예들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심을 다스리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덕목들을 처방을 구성하는 약물에 비유함으로써 심을 다스리는 것이 곧 질병을 치료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무병장수의 ‘보물’ 중화탕(中和湯)

중화탕은 의술로 치료하지 못하는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복용하면 원기를 보존해 굳세게 하므로 사기가 침범하지 못하여 병이 생기지 않으니, 오래도록 평안하여 힘든 일이 없게 된다.

‘思無邪(좋은 것만을 생각함) 行好事(좋은 일을 행함) 莫欺心(속이는 마음을 없앰) 行方便(남에게 이로운 일을 행함) 守本分(본분을 지킴) 莫嫉妬(질투를 없앰) 除狡詐(교활한 마음을 없앰) 務誠實(성실함에 힘씀) 順天道(천도에 순응함) 知命限(명의 한계를 앎) 淸心(마음을 맑게 함) 寡慾(욕심을 적게 함) 忍耐(참고 견딤) 柔順(유순함) 謙和(겸허하며 온화함) 知足(만족함을 앎) 廉謹(청렴하고 신중함) 存仁(인을 지님) 節儉(절약하며 검소함) 處中(중에 처함) 戒殺(살생을 경계함) 戒怒(성냄을 경계함) 戒暴(사나움을 경계함) 戒貪(탐욕을 경계함) 愼篤(신중하고 성실함) 知機(벼리를 앎) 保愛(사랑을 지님) 恬退(조용히 물러섬) 守靜(고요함을 지킴) 陰(음덕을 받음)’
이상의 30가지 ‘약’을 씹어 가루로 만들고 심화(心火) 1근과 신수(腎水) 2그릇으로 은근한 불에 달여 때에 관계없이 따뜻할 때 찌꺼기까지 복용한다.

기가 막히면 화기환(和氣丸)을 복용하라

忍 : 심 위에 칼날(刃)이 있으니, 군자는 관용을 품어 덕을 이룬다.

어른과 아이의 모든 기의 병을 다스린다. 인후에 기가 막힌 것, 가슴이 답답한 것, 뱃속에 기가 그득한 것, 온몸이 저린 것, 화가 나 이를 갈거나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는 것, 얼굴과 귀가 붉어져 갑자기 불을 지른 듯한 것 등 이상의 의술이 치료하지 못하는 모든 기의 병을 다스린다.

이와 같이 중화탕은 유(儒), 불(佛), 도(道)의 실천덕목들을 고루 포함하고 있고, 화기환은 ‘인(忍)’이라는 글자를 환약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삼부경(三部經)이라는 이름을 지닌 것도 있다. ‘一字經: 忍/ 二字經: 方便/ 三字經: 依本分’
여기에서 ‘방편(方便)’이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권은 이 삼부경에 대해 태백진인(太白眞人)이라는 도인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태백진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경전을 읽는 것은 모두 복을 구하고 재앙을 면하려는 것인데, 왕왕 입과 마음이 어그러진 채 단지 읽기만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것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지 안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경전을 읽게 하는 것이 보탬이 된다면 도사는 모두 신선이 되고 스님은 모두 부처가 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삼부경의 단지 여섯 글자가 있는데, 경문이 비록 간단하나 간절한 덕이 매우 크니 다만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이 삼부경은 도장(道藏)에 있지 않고 단지 마음 한 치 가운데 사람마다 모두 있는 것이다.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글자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불문하고 모두 외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지니면 병이 생기지 않고 재앙 또한 있지 않아 저절로 복을 얻게 되는데, 그 자신에 있지 않으면 반드시 자손들에게 있게 된다”

이런 내용은 매우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너무 단순해 보여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주권은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그의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도를 아는 것은 쉽지만 도를 믿는 것은 어렵다. 도를 믿는 것은 쉽지만 도를 행하는 것은 어렵다. 도를 행하는 것은 쉽지만 도를 얻는 것은 어렵다. 도를 얻는 것은 쉽지만 도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지켜 잃어버리지 않으면 이로써 오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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