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방칼럼] 옛 선비들의 스스로 치료하는 만성질환 노하우 ③

김주호 원장 / 기사승인 : 2013-04-29 09:58:42
  • -
  • +
  • 인쇄
옛 선비들의 스스로 치료하는 만성질환 노하우

- 이퇴계 『활인심방』 (3)

일상생활에서의 섭생

주권은 또한 ‘양생지법(養生之法)’이라는 제목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섭생을 위한 구체적인 비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음식, 거처에 대한 것으로부터 태식(胎息), 성생활에 대한 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비(脾)는 음악을 좋아한다. 밤에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가 이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주례(周禮)에서는 “음악으로 식사를 즐겁게 한다”고 했는데, 대개 비는 음악을 좋아하므로 음악을 들으면 비의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이런 까닭으로 음성은 모두 비에서 나온다. 여름철에는 밤이 짧으므로 저녁식사를 더욱 적게 해야 하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술은 비록 성정을 도야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지만, 풍을 불러들이고 신장을 상하게 하며 장을 썩게 한다. 특히 포식한 후에는 더욱 금해야 한다. 술을 급히 마시면 폐를 상할 수 있다. 술이 아직 덜 깬 상태에서 목이 마르다고 물이나 차를 마시면 이 물이 술기운을 끌고 신장으로 들어가 독기운을 머금게 되니, 이로부터 허리와 다리가 무거우면서 아프고, 방광에 냉통이 생기며, 수종·소갈·각기 등의 질병이 생긴다. 무릇 차는 많이 마셔서는 안 되니, 하초를 허랭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배불리 먹은 후 한두 잔의 차는 괜찮은데,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 때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 무릇 앉거나 누운 자리에서 바람을 느끼게 되면 바로 피해야지 억지로 참고 있으면 안 된다. 특히 연로한 사람은 기력이 약하고 안이 부실하므로 풍사(風邪)가 쉽게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오래 되면 사람을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비록 여름이라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좋지 않고, 술에 취한 후에 바람을 맞아서도 안 된다. 옛날 팽조에게서 장생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두통이 생겨 팽조가 그의 잠자리를 살펴보니 뇌호(腦戶)에 해당하는 자리에 구멍이 있었다. 그래서 그 구멍을 막으니 두통이 없어졌다.

● 오미(五味)를 담담하게 하면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하지만 조금씩 과하게 되면 그 관계되는 장부를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신맛이 많으면 비장을 상하게 하고, 매운맛이 많으면 간(肝)을 상하게 하고, 짠맛이 많으면 심(心)을 상하게 하고, 쓴맛이 많으면 폐(肺)를 상하게 하고, 단맛이 많으면 신(腎)을 상하게 하니, 이는 오행의 자연적인 이치다. 처음에 상할 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오래 되면 질병이 깊어진다.

● 오래 보면 심을 상하여 혈(血)이 손상되고, 오래 앉아 있으면 비를 상하여 육(肉)이 손상되고, 오래 누워 있으면 폐를 상하여 기(氣)가 손상되고, 오래 걸으면 간을 상하여 근(筋)이 손상되고, 오래 서 있으면 신을 상하여 골(骨)이 손상된다.

● 사람이 노권(勞倦, 맥이 풀리고 열이 나면서 기운이 빠지는 증상)함은 지나치게 한가하기 때문이다. 힘든 일은 하지 않고 가벼운 일만 하려 하니, 온종일 오로지 이와 같아 한가한 사람에게 이 병이 많이 생긴다. 대개 한가한 사람은 기력을 써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고, 배불리 먹은 후에도 앉거나 누워만 있어 경맥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뭉쳐 병이 생기게 된다.

● 이런 까닭으로 귀한 사람은 겉보기에는 즐겁지만 마음은 괴로우며, 천한 사람은 마음은 한가하지만 겉보기에는 괴로워 보이니, 귀한 사람은 때를 가리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모르는 까닭에 음식을 배불리 먹은 상태에서도 바로 누워 자는 등의 잘못을 범한다. 그러므로 항상 힘써 일하되 다만 지나치게 피로하지 않게만 한다면 기혈이 유통되고 혈맥이 조화되니, 비유컨대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방은 좀이 슬지 않는 것과 같다.

● 누워 잘 때에는 마땅히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 무릎을 구부려 심기를 돕는다. 깨어나서 몸을 뻗으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 대개 몸을 쭉 펴고 자면 좋지 않은 기운을 불러들이게 되니, 공자도 잘 때 죽은 것처럼 똑바로 눕지 말라고 하였다.

● 빗질을 많이 하면 풍(風)을 없애고 눈을 밝게 한다. 그러므로 도가에서는 아침마다 120번씩 머리를 빗는다. 목욕을 많이 하면 가슴과 배를 손상시켜 사람을 권태롭게 만든다.

● 잘 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오장이 종과 같아 걸어놓지 않으면 소리가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 등불을 밝히면 사람의 정신을 불안하게 한다.

●여름은 사람의 정신이 빠져나가는 계절로 심의 기능은 왕성해지고 신의 기능은 쇠약해진다. 신의 기운은 변화하여 물이 되었다가 가을이 되면 엉기고 겨울이 되면 굳기 시작하므로 더욱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노소를 불문하고 음식을 따뜻하게 해야만 가을이 되어 토사곽란을 앓지 않게 된다. 뱃속이 항상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어떤 질병도 생기지 않으니,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 음력 5월이 되면 군자는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니, 거처함에 반드시 몸을 단속하여 조급히 굴지 말고 여색을 멀리하며, 지나치게 성내지 말고 음식을 담박하게 하여 평안함을 유지하고 욕심을 없애 심기를 안정시키도록 한다.

● 비록 한여름이 되어 매우 덥더라도 찬물로 세수해서는 안 되니, 오장을 마르게 하여 진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목욕은 더욱 안 될 것이다. 무릇 차가운 것을 좋아하면 눈을 크게 손상시킨다.

● 채소의 성질은 매우 차갑다. 야채와 오이는 비록 기를 다스리기는 하나 사람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할 수 있으며, 당나귀가 이를 먹으면 눈이 썩게 된다. 이런 것은 대개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먹어서는 안 되며, 노인은 더욱 금해야 한다.

● 겨울에는 천지가 닫히고 혈기도 감춰지므로 병이 있더라도 땀을 내서는 안 된다.

● 옛날 세 사람이 안개를 무릅쓰고 일찍 길을 떠났는데, 한 사람은 공복이었고 또 한 사람은 죽을 먹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술을 마셨다. 공복이었던 사람은 죽었고, 죽을 먹은 사람은 병이 들었고, 술을 마신 사람은 건강하였다. 대개 술은 서리와 이슬을 견디게 하며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거센 바람, 번개를 만나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마땅히 방으로 들어가 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손상을 입는데,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오래 되면 질병이 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