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최형선 칼럼니스트] 19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로렌스 지방은 가혹한 조건 속에서 노동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주로 섬유산업에 종사했는데 공장주들은 생산에 사용되는 실과 바늘, 심지어 노동자들이 앉는 의자까지 노동자에게 값을 물렸다. 형편없는 임금, 장시간 노동, 그리고 위험하고 비좁고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 그들의 평균 수명은 전국 최하위에 속했다.
참다못한 여성노동자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그들은 ‘빵 뿐만 아니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가 실린 피켓을 들고 일어섰다. 이 ‘빵과 장미를 위한 투쟁’은 당시 남성 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동조합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비숙련 여성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며 외면했던 것이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출신과 언어가 아주 다양한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장주와 주지사는 민병대를 조직하고 인근 도시에서 경찰력을 꿔서 투입했고 그로 인해 수백 명이 체포를 당하고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처음 수백 명으로 시작한 이 파업은 10주가 되자 1만 명이 동참하는 파업으로 번졌다.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지지자도 늘어갔다. 결국 노동조건에 대한 의회의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마침내 노동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이 투쟁은 미국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여자를 천시하던 당시, 여자에 대한 권익을 요구하며 일어섰던 여성 노동운동에서 여성이 승리했던 사건은 여성 근로자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이었는지 모른다. 그 덕분에 내가 활동하고 있는 테크니컬라이팅의 세계에서도 여성 테크니컬라이터들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할 때 한국인 영문 테크니컬라이터를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낸 적이 있었다. 사실 난 가능하면 남성을 채용하고 싶었다. 업무적으로 출장을 함께 나갈 수도 있고 일을 지시하는데 있어서 불편이 없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면접과 테스트를 하는 현장에는 남성이 한 명도 없었다. 쟁쟁한 여성들과 경쟁하는 것이 두려워 미리부터 꽁무니를 뺀 것이었다. 사실 그게 현실이란 것을 그때부터 깨닫고 있었다.
루소는 남성의 경우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반면, 여성은 언제나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루소의 이런 믿음은 남성에게만 인간이 되는 교육을 하고 여성은 오직 아내와 어머니로서 훈련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차별적인 그의 교육관은 그가 살던 당시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여성은 부속 인간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던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인 시각에 따라 빚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성은 현실을 직시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각에 맞춰 모습을 달리 했던 것이다. 남성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이상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은 보다 현명해서 자신의 나약함을 빨리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빨리 터득한다. 결국 이로 인해 여성들은 사회에서 남성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이제 남성들은 자신의 경쟁자로서 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은 남성의 고유 성역으로 보였던 사관학교나 기계공학, 건축학부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다. 남성들은 과거 가졌던 여성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버려야만 한다.
호주의 지폐는 재질적으로 여타 국가들과 차별된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폐 용지의 원료로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고 잉크가 잘 스며드는 면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반해 호주는 1992년부터 폴리머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이 폴리머 지폐는 열에 약하고 한 번 접히면 잘 펴지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면 지폐보다 질기고 쉽게 더러워지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다 특정 부분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위조방지효과가 탁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호주 지폐의 인물 도안 배치가 철저한 남녀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지폐의 앞면에 여성 인물 초상이 있으면 반드시 뒷면에는 남성의 인물 초상을 배치하고 있다. 이는 호주의 건국이념이 바로 ‘차별 없는 Mono Society’에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거리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 때도 대부분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이 한 조가 된다. 육체노동 현장에서도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노동을 하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성의 파워는 정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6개 주로 구성된 호주 연방의 총리는 얼마 전까지 줄리아 길라드란 여성 총리가 맡고 있다가 최근에 케빈 러드로 바뀌었다. 또 6명의 주 총리 중 세 명은 여자이다. 이는 그동안 호주 여성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의 사회 구조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형태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여성의 치열한 사회 참여는 사회 구조를 약화시키는 역할로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서 보다 치열해져야 하는 여성들은 결혼도 늦추게 될 것이고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사회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회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므로 난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시대의 흐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잘못 대처하면 사회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여성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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