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삼성전자, 언론엔 '노동안전 적극 협조' 노조엔 산업안전보건 관련 자료 제공 거부 등 '비협조"
![]() |
▲대학병원 입원 당시 피해자의 양손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동조조합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삼성전자(회장 이재용)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집단발병, 화성 불산 누출 사고,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 베트남 삼성전자 노동자 사망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최근 수년 사이에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는 반도체 작업장에서 일어난 방사선 피폭이라는 중대산업재해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삼성전자노조)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삼성전자는 언론 등 외부에는 사고의 책임을 다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건을 무마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뒤가 다른 태도가 사고를 발생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는 오래된 병폐로 사 측은 안전한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 사고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모든 책임을 명확히 하고 노동조합과의 진정성 있는 협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기흥공장 노동자 두 명,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연간 허용 기준치인 0.5Sv를 188배, 56배 초과한 수치로 피폭
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방사선에 피폭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자들은 각각 손 부위에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을 당해 한 명은 94Sv, 다른 한 명은 28Sv에 노출됐으며 두명 모두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연간 허용 기준치인 0.5Sv를 188배, 56배 초과한 수치로 피폭됐다.
삼성전자노조와 반올림은 “특히 한 피해자는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위기에 처했고 또 다른 한 피해자의 경우 인체 전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전신유효선량이 허용기준치인 50mSv를 크게 넘는 130mSv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삼성전자노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삼성전자 담당자들과 각각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노조와 반올림은 "당시 원안위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마네킹 재연 실험을 진행했고 결과는 한 달 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으며 사 측은 피해자가 치료를 잘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하며 "그러나 9월 3일 현재까지 원안위, 회사 양쪽 모두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15일 삼성전자노조 홈페이지에 피해자 중 한 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수 있다는 상황을 알리며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해당 피해자는 "이재용 회장과 대표이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못 받았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자살 충동도 든다. 고통을 받는 동안 이재용 회장은 해외 순방 및 올림픽을 관람했다. 회사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행태에 참을 수가 없다"며 "산재 이후 치료에 전념하느라 급여가 줄어들어 생계가 어려워져 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만삭인 아내와 아이는 남편의 부재로 인해 우울증과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호소하며 조합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노조와 반올림은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 사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언론에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형식적인 사내 규정과 절차를 고수해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며 "피해자들은 전문 의료진이 없는 사내병원과 인근 대학병원에 방문해야 했으며 피폭 검사를 받지 못했다. 필요한 원자력병원으로의 이송이 사내 규정에 의해 거부됐다고 증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터락의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사 측은 '고년차 엔지니어가 인터락을 간과했다', 'Human Error'라는 내용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고 이 허위 보고서는 '인터락을 임의 해제해서 발생한 문제'라는 소문을 퍼지게 만들어 피해자를 두 번 상처 입히고 있다"며 "사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여전히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방사선 피폭 사고 당시 현장에는 정비작업자 외에도 청소, 물류, 장비업체 등 협력업체 소속의 많은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피폭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한 달 후 노동조합의 요구로 CCTV에 찍힌 10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만 사내병원에서 채혈 검사가 이뤄졌고 이후에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고 사 측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삼성전자와 원안위는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노동자들, 특히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투명하게 사고 경위를 밝히고 정밀 검사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며 "원안위는 마네킹 재연 실험 결과를 신속히 발표하고 이를 모든 노동자에게 공개하며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전폭 지원 ▲사고 책임자와 허위 보고서에 관여한 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방사선 장비를 다루는 전 직원의 한국원자력병원 검진(피폭 검사) 시행 ▲해당 사고 라인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직원(협력업체 포함)에 대한 피폭 검사와 사후 관리 ▲전 사업장 방사선 장비 현황 등의 정보 공개 (방사선 설비 종류, 세기, 수량, 안전관리대책, 응급 사고 대응 절차, 방사선 안전관리자 인력 현황) ▲방사선 안전 관리 시스템 전면 재검토 및 개선 ▲방사선 사고 발생 후 대응 절차 전면 재검토 및 개선 ▲정기적인 방사선 장비 안전 점검 및 결과 공개 ▲사 측이 거부하고 있는 5개 자료 즉시 제공 등 9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 |
▲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제조 여성 노동자들의 실제 손가락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제공) |
◇ 기흥사업장 여성 노동자들, 근골격계질환 겪고 있어...집단산재신청 예고
한편 지난 7월 삼성전자노조의 파업 기간에 기흥사업장 8인치 라인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여성 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을 겪고 있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기흥사업장 제조직군에 실태조사를 했고 집단산재신청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와 반올림은 "사 측은 갑작스럽게 8월 8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기흥사업장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는 '사업장 내 산업재해 관련 예방 및 신청, 역학조사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그동안 노동 안전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제야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뒷북 대응을 질타했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사 측의 발표는 바로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사 측은 밖으로는 환경개선과 노동안전을 약속했지만 안으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가 요구한 공식적인 산업안전보건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사 측에 ▲전 사업장 위험성평가 자료(5년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표 ▲산업재해 공정 시정조치 자료 ▲삼성전자 최근 산업재해 현황 ▲작업환경측정 자료를 요청했다"며 "이 자료는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회사가 작성하고 노동자와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After the Samsung Giheung Plant Radiation Exposure] Union and Banollim: "Samsung's different attitudes, including refusal to provide industrial safety and health data... Unable to prevent recurrence"
[Sunday Weekly=Reporter Tae-kyung Lim] Safety accidents continue to occur at Samsung Electronics (Chairman Jae-yong Lee) industrial sites. Major safety accidents have occurred one after another in recent years, including the outbreak of occupational diseases such as leukemia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the hydrofluoric acid leak in Hwaseong, the carbon dioxide leak deaths at the Giheung plant, and the deaths of Samsung Electronics workers in Vietnam. This year, the aftermath of a major industrial accident involving radiation exposure at a semiconductor workplace is growing. On the 3rd,
the National Samsung Electronics Labor Union (hereinafter referred to as the Samsung Electronics Labor Union) and the semiconductor workers’ health and human rights defenders Banollim (hereinafter referred to as Banollim) issued a joint statement, stating , “ Whenever a safety accident occurs, Samsung Electronics announces to the press and other external parties that it will take responsibility for the accident, but internally, it shows a two-faced attitude of trying to cover up the incident,” and pointed out that this inconsistent attitude is the main cause of the accidents.
He continued, “This behavior is a long-standing evil, and the company is not guaranteeing a safe work environment and the workers’ right to health,” and urged, “Samsung Electronics must offer a sincere apology and full support to the victims of the radiation exposure accident. It must clarify all responsibility and establish specific and practical measures to prevent recurrence through sincere cooperation with the labor union.”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