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그 후] 근로복지공단 '질병' 판정···노조 "삼성 눈치보나, '중대재해' 적용" 촉구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3 14: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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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94Sv라는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 사고를 부상이 아닌 질병으로만 볼 수 있나" 분개
노조 "근로복지공단, 한국원자력의학원 소견 무시하고 방사선 화상을 ‘부상’ 아닌 ‘질병’ 판정...삼성에 면죄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삼성 출신 배경은 이번 방사선 피폭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 불러 일으켜"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서울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의 중대재해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회장 이재용)가 이를 '중대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삼성전자노조)은 지난 11일 서울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결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준인 6개월 이상의 장기간 치료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 사고를 통해 발생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려 하고 있으며 근로복지공단 또한 재해자의 산업재해 신청을 질병으로 처리하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하며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단호하고 공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삼성전자, 중대재해 처벌 회피 시도...방사선 피폭을 '질병'으로 축소


사고 당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차단 장치(인터락)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각각 94Sv, 28Sv의 고선량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노조는 “방사선 피폭의 강도는 기준치의 최대 188배를 넘었으며 이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은 심각한 방사선 화상을 입었다”며 “피폭된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완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화상을 '부상'이 아닌 '질병'으로 축소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피하려는 명백한 책임 회피 시도를 하고 있다”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에 3명 이상 발생해야 중대재해로 규정되는데 현재 재해자가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용해 삼성전자는 이 사고를 '질병'으로 처리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처벌을 피하려는 '몸 비틀기' 전략이라 할 수 있다”며 “방사선 피폭은 장기간 노출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닌 한 번의 사고로 발생한 외상이기에 재해자들의 상태는 명백히 '부상'으로 분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서울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의 중대재해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 근로복지공단, 한국원자력의학원 소견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화상을 '질병'으로 처리


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도 반영됐다”며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재해자가 업무상 사고로 신청했으나 공단에서는 질병으로 판단했다’고 말하며 피폭된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은 '방사선 화상'을 '질병'으로 처리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보험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에 의거해 업무상 질병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노동자들이 겪은 심각한 방사선 화상을 일회성 부상이 아닌 '질병'으로 축소한 것으로 중대재해 처벌을 피하려는 삼성전자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피폭을 '방사선손상', '수상(受傷)', '부상(injury)'으로 명확히 소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무시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부당한 결정이다. 이번 사고는 안전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한 일회성 사고”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염두에 두고 업무상 사고 신청 건을 무리하게 업무상 질병으로 바꿔준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대학병원 입원 당시 피해자의 양손 사진. (사진=전국삼성전자동조조합 제공)

◇ 삼성 출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공정성 논란 

 

삼성전자노조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삼성 출신 배경은 이번 방사선 피폭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박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안전보건 고문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력이 이번 사건에서 삼성전자의 '질병' 주장을 받아들여 중대재해 처리를 회피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반올림과 생명안전시민넷 등은 이미 박 이사장의 취임 당시 삼성의 산재 은폐와 관련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선임에 반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준수와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팀 내에 상근고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사 측은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안전과장, 안전보건정책과장, 고용정책실장 등을 역임하고 법무법인 세종의 중대재해대응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문기섭 부센터장을 고문으로 선임한 바 있다. 문기섭 고문은 중대재해 전문가로서 그의 경력 또한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중립성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것은 그 배경에 박 이사장의 삼성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공정한 결정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서울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의 중대재해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 백일섭 변호사 “삼성전자의 '질병' 주장은 법리적 오해에 불과”


법률사무소 권유의 백일섭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질병' 주장이 법리적 오해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사용한 웨이퍼 검사장비는 X선(전리방사선)을 사용하는 위험 설비(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라면서 이번 피폭 사건은 위험설비의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작업자가 일시에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사고’임을 강조했다.

백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부상은 사고를 원인으로 한 모든 상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이번 피폭 사건으로 최소 2명의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방사선 화상 등)을 입은 것이므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재해를 그 사고 경위와 무관하게 모두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노조 “고용노동부, 삼성의 눈치와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결정에서 벗어나야”
 

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질병' 주장은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기업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명백히 판단된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무책임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말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결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번 방사선 피폭 사고의 중대재해 여부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욱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방사선 피폭이라는 심각한 사고를 '질병'으로 축소 처리한다면 이는 매우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이러한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삼성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생산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앞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끝으로 삼성전자노조는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이번 방사선 피폭 사고를 중대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어떠한 타협도 허용돼서는 안 되며 진실을 밝히고 삼성전자가 이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amsung Electronics Radiation Exposure Aftermath] Korea Workers' Compensation & Welfare Service's 'Disease' Decision···Union Urges "Are You Watching Samsung's Face, Apply Major Disaster"


The National Samsung Electronics Labor Union is indignant, saying, "Can a fatal radiation exposure accident of 94Sv be considered only a disease and not an injury?" The union is also indignant,
saying, "The Korea Workers' Compensation and Welfare Service ignored the opinion of the Korea Institute of Radiological Medical Science and judged the radiation burn as a 'disease' and not an 'injury'... giving Samsung an indulgence."
"The background of the chairman of the Korea Workers' Compensation and Welfare Service from Samsung has raised controversy over the fairness of the handling of this radiation exposure in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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