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구애 갑질’...女 성적 대상화 사회 분위기 여전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3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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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1.0%, 원치 않는 구애 경험...피해자 모두 여성
-상사가 “너 나 좋아하냐?”···거절하니 ‘갑질’ 시작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치 않는 구애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 11.0%나 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 “1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가 불쾌한 행동을 하며 선 넘는 요구를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컵에 동의 없이 입을 댄다거나 회식이 끝나고 귀가하면 도착 문자를 보내라고 강요합니다. 또 다른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면 질투하거나 장난처럼 다른 사람과 연애하지 말고 자기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 “신입직원입니다. 같은 부서의 상사가 술만 마시면 ‘너 같이 생긴 애는 노래방 가서도 만날 수 있다’, ‘너 나 좋아하냐?’는 말을 하고, 제가 자기를 꾀었다는 헛소리를 합니다. 참는 제가 만만해 보였는지 몸을 만지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퇴근 후 전화해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별 대꾸를 안 했더니 ‘니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그만두려고 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14~2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원치 않는 구애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 11.0%나 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치 않는 구애’ 경험은 일터의 약자인 여성(14.9), 비정규직(13.8)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 직장갑질119에 올해 1월 신고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는 총 138건이었다. 이 가운데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관련 상담은 7.2%(10건)이었다.

10일 현재 기준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사례는 32건으로 유형별 분류에서 ‘강압적 구애’가 25%(8건)로 가장 많았다. ‘강압적 구애’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제보된 사례를 보면 ‘원치 않는 구애’는 직장에서의 위계 관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구애 갑질’ 행위자는 모두 피해자보다 직장 내 우위에 있었다. 권력행사형 ‘구애 갑질’은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행위자가 지속적으로 더욱 집요한 갑질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구애 갑질’ 행위자가 대표이거나 그 친인척일 때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위 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해 상사-후임 간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사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79.8%가 ‘상사의 지위를 이용해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72%가 동의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에서 우위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사내 연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직장인 대부분이 공감한 것”이라며 “사용자는 회사 내에서 ‘구애 갑질’이 벌어지는지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구애 갑질’은 여성을 쉽게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문화에서 발생한다”면서 “여성 동료를 동등한 주체로 대우하는 인식 제고, 더 이상 원치 않는 구애가 낭만적인 것이 아닌 ‘구애 갑질’이라는 사회적 평가, 직장인 여성이 안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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