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정부조합청사 앞에서 개최된 경기도건설지부 여성건설노동자 결의대회.(사진=일요주간 DB)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여성노동자도 가장이다. 여성도 일꾼이다. 여성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뺏지 마라!”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건설현장에 여성건설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서 운영 중인 기능학교(건설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 교육)를 통해 건설 분야 진출하고 있다.
아직은 건설현장에서 남성노동자에 비해 여성건설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수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경기도건설지부의 경우 5000명 조합원 중에 200명 정도가 여성노동자로, 2년 전만 해도 여성조합원이 20여 명 정도였다.
그동안 건설현장은 남성의 일터로만 여겨졌지만 여성건설노동자들은 형틀 목수, 정리, 유도원, 먹반장, 화기감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여성이 건설 현장에 들어오면 이윤이 줄어든다며 여성노동자들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성희롱 등의 발생을 핑계로 여성건설노동자의 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정부조합청사 앞에서 개최된 경기도건설지부 여성건설노동자 결의대회.(사진=일요주간 DB) |
건설노조는 “노조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을 등에 업은 건설자본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정권과 한편이 되어 건설노조를 현장에서 내쫓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며 “그 내쫓기는 앞줄에 여성건설노동자들이 있다. 현장에서 여성을 못 받겠다, 여성이 많이 다치니까 안 받겠다, 성희롱사건이 발생할까 봐 여성을 못 받겠다라며 여성건설노동자의 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여성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경기도건설지부 장지화 여성위원장은 “단종(하청업체)들은 불법으로 외국인을 고용하면 싼 값에 많이 쓸 수 있어 공기(공사기간)을 단축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단협(사 측과 노동조합 간에 단체적으로 맺어지는 협약)에서 결정한 대로 고용을 하면 되는데 한국노동자들을 많이 안 받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특히 여성들을 못 받겠다고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건설노동자 늘면서 화장실·휴게실 개선 및 확충 시급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현장에 여성건설노동자들이 늘면서 노동환경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화장실과 휴게실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설현장에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물이 나오는 화장실은 찾아볼 수 없고 그런 것이 있어도 건설사 직원들만 사용이 가능했다. 화장실 수도 턱없이 모자라 아침을 먹고 조회하러 가기 전에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몇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이런 건설현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정부조합청사 앞에서 개최된 경기도건설지부 여성건설노동자 결의대회.(사진=일요주간 DB) |
화장실 못지않게 휴게실 확충도 급선무이다.
몇 달 전 경기도 광명에서 초등학교를 짓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여성유도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휴게실이 없어 차디찬 현장 바닥에 합판한 장 깔고 쉬고 있는데 여성노동자가 쉬고 있는 줄 모르고 지게차를 올리는 바람에 그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건설사가 휴게실을 설치했었다면 그 여성노동자는 점심시간에 편안하게 쉬고 있었을 것이고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며 “점심시간에 밥 먹고 안전한 곳에서 편안하게 쉬게 해 달라는 것이 그렇게 큰 요구인가? 이렇게 건설사는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는 돈이 아까와서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 여성 인권침해 심각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근 <일요주간>에 접수된 한 제보에 따르면 대형건설사 A건설 건설현장에서 현장 소장이 아들보다 어린 여성건설노동자한테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스폰서 제의를 하며 압박을 해 몇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사직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소장이라는 직위로 회식을 할 때 옆에 여성 직원들을 않게 한 것은 물론 평소에도 ‘다리가 이쁘다’라는 성희롱 발언과 업무 시 얼굴을 가져다 대는 등의 스킨십으로 여직원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소장이 법이라는 말로 개인적인 외부 업무도 시키며 여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렸고 본사 임원들과의 친분일 이용해 몇 건의 성추행 사실을 무마하기도 했다는 것.
제보자는 “여성건설노동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도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며 “이번 현장소장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 일 뿐이다. 건설현장의 이 같은 부조리 때문에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에 뛰어든 여성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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