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도급 노동자, 추락 반신불수 책임론 공방…노조 “사측 거짓 해명” 반발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3 0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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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곡성지사 전기 노동자 A 씨, 활선 차량 버켓서 추락…하반신 마비 진단
-도급 사업주 한국전력, 노조 주장 반박 자료 배포…“안전 관리 규칙 어긴 건 A씨”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 노동자의 추락 사고와 관련해 도급 사업주인 한국전력공사를 규탄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활선 차량 위에서 배선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지침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반면, 도급 사업주인 한국전력공사는 피해자 과실을 얘기하는 가운데, 노조는 한전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2일 ‘한전의 거짓 해명과 추잡한 진실’이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최근 발생한 활선 차량 버켓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한전 측이 내놓은 해명을 재차 반박하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4월 22일 전라남도 곡성군에서 전선 설치 작업 중이던 전기노동자 A (만 46세) 씨가 활선 차량 버켓 파손으로 추락했다. A 씨는 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진단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된 셈이다. 노조 측은, 사고 당일 A 씨가 탑승한 차의 등록 일자는 2009년 7월 31일 자로 10년 넘은 노후 차량이며, 버켓도 낡고 해어진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 이경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 광주지회장은 지난 5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전기 노동자 추락 재해의 책임이 한국전력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전재희 노동안전실장은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정상적인 버켓은 웬만한 충격으로 손상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그러나 A 씨가 탔던 활선 차의 버켓은 애초에 금이 있고, 일부가 찢어져 있어서 다른 조합원들이 (버켓 상태를)보고 경악했다고 한다”라면서 “통상 승용차도 10년 이상 타면 ‘노후 차량’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높은 곳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받쳐야 하는 역할의 활선 차량이라면 더욱 세밀하게 관리·감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 측은 올해 1월 검사를 했다고 하지만 ‘절연’부문만 테스트했을 뿐, 버켓 상태는 점검하지 않았다”라면서 “한전은 고(故) 김다운 씨 고압 전류 감전 사망 사건 이후 1월부터 일괄적으로 전봇대에 직접 오르는 승주(昇柱) 작업을 금지했고, 결국 창고에 방치되어있던 낡은 활선 차량이 동원되면서 이같은 재해가 발생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전선을 주로 작업하는 ‘사선 전공’ 노동자로서 주로 승주 작업을 도맡았다. 이에 활선 버켓 조정은 상대적으로 미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한전이 현장 상황 고려 없이 전봇대에 오르는 작업을 일괄 금지 지침을 내리면서, A 씨가 울며 겨자 먹기로 버켓에 탑승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전 실장은 “건설노조 배전 전기 조합원 중 2021년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중 2건이 활선 차량 관련 사고다. 즉, 한전은 위험을 방지한다며 전주에 오르는 작업을 금지했지만, 활선 차량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20년 동안 사선 작업만 한 사람한테 낯선 업무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지침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발생한 재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달 31일, 한전은 출입 기자들을 통해 위 사건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건설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피해 노동자가 안전 작업 수칙을 어겼다는 게 골자다.


▲ 사고가 난 활선 차량의 버켓 모습. 밑이 뚫려 있다. <사진=건설노조 제공>

 

이날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임의로 바켓에 구멍을 뚫는 식으로 작업 환경을 개조했다. 또한, 저압 케이블 설치 시 전주(고정 지지물)에 밧줄을 걸고 이를 당기면서 작업해야 하지만, A 씨는 전주가 아닌 절연 버켓에 전선을 고정하는 바람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안전고리 역시 버켓 조작부가 아닌 임의 개조한 구멍에 걸어서 생긴 사고라고 덧붙였다.

피해 노동자가 활선 작업이 미숙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전은 A 씨가 이미 2019년 6월 14일 활선 버켓 조종 자격증을 갖춘 상태였고, 활선 차량 작업 경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이 밖에도 사고 차량은 지난 2, 3월 절연 및 종합검사에서 ‘정상’ 판정 받았다며 ‘노후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사측 주장에 노조는 ‘추잡하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전은 안전작업수칙을 들며 작업자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작업수칙 611조(활선 작업차 사용 작업방법)’ 중 1항은 사고 이전에 없던 내용”이라면서 “다시 말해, 사고 당시 없던 지침을 들이대며 작업자 과실을 운운하는 것”이라고 했다.

‘활선 버켓 조종 자격증’과 관련해서도 장롱 면허를 예시로 들며, 한전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활선 버켓 조종자격은 활선 전공은 물론 사선 전공, 전공들의 작업을 돕는 조공도 갖출 수 있다. 장롱 면허 소지자가 운전면허는 있지만 운전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라면서 “조종자격이 있다고 해서 활선 차량 작업을 하지 않는다. 배전 전기 일은 활선과 사선 등 노동자들이 팀을 이뤄 협업으로 이뤄진다.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한전은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전 측에 ▲협력업체의 활선 차량 전수 조사 ▲전체 작업 차량검사 항목 확대 및 강화 ▲시험 검사 대행업체 선정 강화 등을 촉구했다.

 

더불어,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혐의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한전 곡성지사에서 발생한 작업자 안전사고의 원인에 대한 건설 노조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면서도 “안전작업수칙이 재해 발생 후 신설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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