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이 과장됐다고? 더하면 더했지 덜한 장면은 거의 없다"

이준표 / 기사승인 : 2012-02-13 1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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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영화 '부러진 화살' 속 실제 인물 김명호 교수

[일요주간=이준표 기자] 사회적인 이해갈등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인류문명은 ‘정치’와 ‘법’이라는 두 가지 제도가 존속하도록 했다. 무기를 들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기보다는 정치적 결사와 토론, 그리고 협상을 통한 평화적 타협을 이루기 위해 정치력이 필요하다.


사사건건 정치적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합의된 사항은 법을 만들어 공포하고, 그 다음의 정치적인 결정사항(변동사항)이 발생하기 까지는 오직 법에 의한 판결만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치주의가 갖는 함의(含意)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사법부 역할이 확대됨과 동시에 옛날과 같은 무한의 존경과 신뢰는 안 통하므로, 상대적 가치관에 입각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의 신뢰성 문제 제기를 했으나 논란만 가중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책 '부러진 화살'의 저자 서형이 영화의 한 인물인 판사에 대해 남긴 (아래)증언은 사법부 발전을 위해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


"OOO판사는 기록을 은폐하려고 했다. 그 재판이 기록으로 안 남을 거라고 판단한 거다.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김명호 교수의 주장을 무시해 버렸다. 기록이 남겨질 거라 생각했으면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그것도 그의 운명이다. 내가 기록하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편집자 주 : 여기에서 ‘나’는 르포작가 서형을 의미한다. 1월 20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 참조>


김 교수는 사진보다 젊어 보였다. 모든 공판 기록들을 훑어보면 트러블 메이커라는 불평을 무수히 많이 들었을 것 같고 서형 작가의 김 교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읽은 바도 있는데다, 아무래도 엄청난 일들을 겪은 후라 트라우마(Trauma)가 클 것이라 예상하고 조심스레 접근했는데, 김 교수는 여느 50대 처럼 밝고 건강했다. 생활 전반, 사회 전반으로 아는 것도 많았다.


원칙주의자라는 것은 대화에서 쉽게 감지된다. 침착성과 인내심이 대단해 반드시 상대방 말이 끝난 후에야 자기주장을 포괄적으로 이어가는 한국인으로서 흔치 않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남이 말할 때 허리를 자르며 뛰어드는 대부분의 우리 주위 사람들이 가진 그런 태도가 그에게는 전혀 없었다. 다만 ‘판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말이 빨라졌고 표현도 다소 과격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양하지 않는 듯 했다.


문: 영화는 사실과 다르다, 아니다 또 어떠하다 등 의견이 많습니다.
답: 영화는 ‘맥락성 사실’ 그대로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 실제와 같으며 일부 표현이나 주변인물 설정 등에서 조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작품을 위해서이겠지요. 진실을 나타내고자 하는 노력에 부합했습니다. 영화 관객도 벌써 3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문: 교수님께 이 영화가 도움이 된 것 같은 데 그렇지 않나요?
답: 도움이 되었냐구요? 네, 이 영화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요. 내가 주장하고 나타내려는 노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 사실에 기초했으며 더하면 더했지 덜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전체 스토리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영화에서 담을 수 있는 영역과 그것은 또 별개이니까요.


문: 교원재임용 탈락 시 처음 소송을 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지요?
답: 입학시험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 사유가 되어 결국 교수 재임용에 탈락했을 때 제 고등학교 때 절친 하나가 최정상급 언론계(C일보 사회부 S차장)에 있었기에 공론화를 위해 그에게 부탁했습니다. 얼마 후 그에게서 받은 답변은 '부장과 상의했으나' 취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사법부와도 다퉜지만 마찬가지로 변호사들과도 다퉜습니다.



처음에는 저는 법에 문외한이었으나 얼마 후에 보니 변호사들이 내 어려운 형편만큼 열심히 하지 않거나, 내가 조사한 내용만큼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조사해 온 조문이나 판례 같은 것은 담당 판사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변호사들은 내가 변론을 요청한 사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와도 법리를 다퉈야 했지요. 법은 당사자 우선입니다.


아무리 변호사가 잘 설정을 해놓아도 법정에서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당사자가 진술하는 것은 변호사라도 취소를 못합니다. 그런데도 한 변호사는 변호사 자기가 하는 대로 해야 하게 되어있다고 우겨서 결렬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법전에는 분명히 있는데도 그것을 적용하게 되면 법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에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변호사 두 분이 저의 변론을 함께 도와준 적이 있는데, OOO 고등법원 부장판사(재판 때는 지방법원판사)를 제 재판의 증인으로 불렀을 때 한 분은 반대하고 한 분은 찬성해서 옥신각신했습니다. 사법사상 초유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결과가 되었습니다.


문: 어째든 재판을 세 번 하신 것이지요. 재임용에서 탈락된 지위를 회복해 보고자 한 첫 번째 재판에서 지고, 항소심을 냈고, 이후 석궁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으신 것이지요.
답: 그렇습니다.


문: 재판장님들은 교수님이 S대 교수출신에다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을까요?
답: 신상명세는 수학을 공부했다는 것까지 다 알아요. 맨 처음 재판 때 일입니다. 소송을 내면서 청구 취지를 1) 교수지위확인, 2)재임용거부결정무효 등 두 개로 해 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판사가 그러는 것입니다. 원고는 수학 교수이면 논리적이어야 할 사람이 청구 취지를 어떻게 그렇게 냈는가. 1)항 교수지위확인만 되면 2)항은 따라서 될 것인데 그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다 알아본 것이거든요. 동일한 사례의 판례가 나온 것이 있는데 이렇게 두 개의 항으로 청구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맞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대로 하나로 합쳤다가, 그 이후 다시 두 개로 청구 취지를 만들게 하여 다시 두 개의 청구취지로 변경하는 등 난리를 피웠습니다.) 판사도 나중에 판례를 찾아보았겠지요. 맨 처음 시작이 이랬지만 그 후에도 매사가 그런 식이었습니다. 법관들이 법을 잘 알아보고 하지를 않거나 법을 어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문: 다른 해직 교수들도 소송을 했나요? 이분들과는 협력을 했나요?
답: 해직 교수들과 만나기도 했고 의논도 했는데, 막상 어떤 조치를 취하려면 주저하고 많이들 빠지고 했습니다. 해직된 입장이 되면 입장이 얼마나 약해지는지 모릅니다. 결국 각자 입장에 따라 따로따로 소송을 냈지만 다 패소한 것으로 압니다. 20여 년간 400여명이 해직 조치를 받았는데 여기에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즉 대법원판례가 잘못되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77년 판례 다-300은 ‘대학교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이 예정되고 있다고 보아진다’라고 했는데, 86자카 2622판례가 87년 ‘재임용은 임기만료’이므로 ‘학교의 자유재량’이라고 판결하는 데 따른 결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 법 전문적인 내용이라 받아 적거나 단숨에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답: 지금까지의 상세한 진행사항과 구체적인 자료가 실린 책을 제가 내어서 방금 출판되었습니다. 제목은 '판사 니들이 뭔데'이고 알라딘과 인터파크에서 주문하면 곧 배달될 것입니다. 총판에서 곧 시판도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관련자들이 실명으로 소개됩니다.


문: 위 대법원 판례는 근거로 행정부, 국회의 법률개정이 있었겠지요.
답: 아니오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법원장 공개질의서를 냈습니다. 50쪽 분 150부를 찍었습니다. 법원조직법 7조 1항의 3에 의해 전원합의체 결정을 따라야하는데 요건 미달임을 지적한 것입니다.그런데 질의한 내용이 아닌 엉뚱한 질의를 쓰고 그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2006년 7월 19일 대법원장과 사법정책실장을 상대로 공문서위조로 고발을 했습니다. 한편, 이틀 뒤인 7월 21일은 선고날짜였었습니다. 변론재개를 했는데 민사소송법 43조에 의해 기일을 정해서 변론하게 되어 7월 21일에서 5개월인 12월 22일까지로 정해졌습니다. 상대방을 안 알려주고 증인을 기습적으로 세워 위법하게 패소했습니다. 반대심문을 안 한 것이 억울합니다. 이런 사항들이 <한겨례21>에 언급된 것 같습니다.


문: 석궁 사건은 어떤 경과입니까?
답: 석궁을 들고 찾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옥신각신하는 도중 화살이 발사됐으나 없어지고 그 이후 전개된 경찰, 검찰, 법원에서의 진행사항은 터무니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대로입니다. 아파트에 올라가 티로 갈아입고 내려왔으므로 와이셔츠에 혈흔 등 진술과 모든 것을 절차대로 확실히 조사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미흡했었습니다.


문: 언론과의 접촉이 많았나요?
답: 정지영 감독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것이다'라고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촬영을 해가 곧 방영이 될 것입니다. 과거 2008년 3월에 PD수첩에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이번 미디어 비평에서 와서 물어 언론이 국민 권리를 찾는 일에 소홀한 것 같다고 한 것 같습니다. 재판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하는 일도 있는 데 이와 같은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백지연씨가 진행하는 방송 인터뷰에서도 법원은 형편없다고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나는 검찰개혁 보다 법원개혁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해도 법원만 제대로 서 있으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민배심원제가 추진돼야 합니다. 국민이 공직자의 비위사실을 고발해도 불기소처분을 하면 아무 실효가 없습니다. 이것을 어렵게 하고 국민들이 참여해 결정사항은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OOO 판사에게 민사소송을 하려 했더니 민소 117조의 법이 바뀌었습니다. 민사소송을 걸려면 첫째 원고가 주거부정인 경우는 소송비용을 담보로 제공해야 합니다. 사유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청구사유가 명백히 없을 때’라는 요건입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소송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재판 청구사유가 명백히 없는 것으로 간주하면 패소하기가 십상인데, 그러면 담보금은 그냥 소진되고 재판은 일찍 끝나 아무 성과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합니까?
답: 복직을 위해 뛸 생각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국민이 재판 과정에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판권이 국민들에게 정당하게 행사되도록 뜻있는 분들과 협력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법이 제대로 운용되면 복직도 저절로 가능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사후 소감)

한국의 법은 치밀한 시민권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헐렁한 남의 옷을 빌려 입듯이 서구의 법을 들여온 까닭에 오히려 더 이상적인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재판에서는 그러한 혜택을 살림이 없이 경험칙으로 오랜 동안 일상적인 재판을 하던 관례에서 김명호 교수 같은 성실한 초보자가 잘박한 심정에서 법의 원리원칙을 고지식하게 파고 든 것 같고, 이에 대해 권위주의에 젖어있던 변호사들과 법관들이 이를 법과 현실을 모르는 풋내기 아마추어리즘으로 간주해 경멸감과 반감을 가진데서 초창기의 사단이 발생한 듯하다.한국의 법은 치밀한 시민권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헐렁한 남의 옷을 빌려 입듯이 서구의 법을 들여온 까닭에 오히려 더 이상적인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재판에서는 그러한 혜택을 살림이 없이 경험칙으로 오랜 동안 일상적인 재판을 하던 관례에서 김명호 교수 같은 성실한 초보자가 잘박한 심정에서 법의 원리원칙을 고지식하게 파고 든 것 같고, 이에 대해 권위주의에 젖어있던 변호사들과 법관들이 이를 법과 현실을 모르는 풋내기 아마추어리즘으로 간주해 경멸감과 반감을 가진데서 초창기의 사단이 발생한 듯하다.




인터뷰를 마치고(사후 소감) 한국의 법은 치밀한 시민권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헐렁한 남의 옷을 빌려 입듯이 서구의 법을 들여온 까닭에 오히려 더 이상적인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재판에서는 그러한 혜택을 살림이 없이 경험칙으로 오랜 동안 일상적인 재판을 하던 관례에서 김명호 교수 같은 성실한 초보자가 잘박한 심정에서 법의 원리원칙을 고지식하게 파고 든 것 같고, 이에 대해 권위주의에 젖어있던 변호사들과 법관들이 이를 법과 현실을 모르는 풋내기 아마추어리즘으로 간주해 경멸감과 반감을 가진데서 초창기의 사단이 발생한 듯하다.

그러나 비전문가로서는 그 이상의 어떤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김교수가 지적한 많은 이슈들은 충분히 검토의 가치가 있고, 잘 연구하여 시시비비를 가릴 것은 가리고 지혜롭게 반영한다면 한국사회가 미래 사회로 일정한 분량만큼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김명호 교수가 이런 일을 직접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선 발표문 등에서 사용하는 그의 과격한 언어가 기성사회에 몸담고 있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 기관, 단체 어느 곳이라 해도 상호 연대하기에는 부담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에는 여야가 있지만 법조에는 여야가 없다. 법에 관한 문제는 법조 전문인이 도와주어야 하는데 법조인들은 법조에 관한 문제에는 누구도 불관여 원칙을 취한다.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청문회나 국정감사 등에서 브레인 스토밍 방식으로 차분하게 다뤄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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