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쉬움이 남는 아름다운 도전, 뮤지컬 ‘레미제라블’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5-21 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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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한국어판 첫 라이센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해 12월 18일에 개봉한 동명 뮤지컬 영화 한 편이 국내에서 큰 흥행을 일으키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뮤지컬 작품이 스크린에 옮겨져 이렇게 까지 사랑을 받은 적은 전례(前例) 없는 일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해석이 많기도 했지만 국내 관객에게 대사 대신 노래 형식으로 이뤄진 뮤지컬 장르임에도 관객 수 500만명이 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뮤지컬 역시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마흔 셋부터 쓰기 시작해 장장 17년 동안 걸려 쓴 대작(大作)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인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 것으로 유명하며 무려 13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Les Miserables’은 프랑스 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수백 명이 넘는 등장인물에 프랑스 혁명 당시의 혼란한 정세와 파리시의 하수도 실태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어릴 적 읽었을 법한 빵 훔치는 장발장의 이야기는 적은 분량에 불과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대단한 것은 이런 방대한 분량의 원작 소설을 소재와 주제 의식을 모두 녹여냈다는 점이다.

이런 장황한 대서사극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고 가는 동력(動力)은 역시 음악이다. 웅장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클로드-미셸 숀버그의 음악을 18인조 대형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3시간 20분의 오리지널 공연에 비해 20분 줄어들었고, 무대적인 장치도 주로 영상으로 배경을 표현했다.

극의 속도감은 높였지만 득(得)보단 실(失)이 크다. 로렌스 코너가 연출한 ‘레미제라블’ 25주년(2010년) 기념 버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팬들의 뇌리(腦裏)에 있는 트레버 넌 연출의 회전 무대와 미니멀한 무대를 상상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더군다나 장발장이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시장이 되기까지의 과정. 죄수들의 합창인 ‘Look down’ 이 모든 상황들을 일축시키다 보니 장발장이란 캐릭터의 심리를 느끼기에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장발장이 꼬마 아이 프티제르베의 동전을 빼앗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심한 심리 묘사나 마리우스의 외조부 질 르노르망과의 갈등 장면에서 에포닌이 ‘On my own’을 부르면서 가로등 사이로 나오는 무대의 공간감 또한 빠져있어 작품 안에 캐릭터의 깊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팡틴의 ‘I dreamed a dream’, 에포닌의 ‘On my own’, 자베르의 ‘Stars’ 등 주옥같은 넘버들은 언제 들어도 심금을 울린다.

원캐스팅에 한국어판 첫 라이선스, 대극장 오픈 런이란 수식어만 들어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오리지널과의 만남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오픈 런’ 공연으로 진행된다. 5만~1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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