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한국랭킹 발표 결과 8개월 연속 이세돌 9단이 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불안한 1위이다. 첫 번째 불안 요소는 이세돌 9단의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세돌 9단은 5월 한 달 동안 3전 3패를 기록했다.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한웅규 5단에게 패했고, 2013 중국갑조리그에서 퉁위린4단과 리쉬안하오(李軒豪) 4단에게 연달아 패하는 등 컨디션 난조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불안 요소는 1위부터 3위까지의 점수 차이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부분이다. 이세돌 9단은 3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42점의 감점을 당하며 랭킹 점수 9753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5월에 7승 1패의 호조를 보인 박정환 9단은 점수가 20점이 상승하며 9730점을 기록 3위에서 한 달만에 2위를 복귀했다. 박정환 9단은 중국갑조리그에서 4연승을 거두었고, 특히 지난 달 랭킹 2위였던 김지석 9단과 만난 한국 물가정보배 프로기전에서 승리한 것이 랭킹 상승의 밑거름이 됐다.
3위를 기록한 김지석 9단 역시 8승 3패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점수가 5점 상승해 9725점으로 3위를 기록,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재 1위인 이세돌 9단과 3위인 김지석 9단까지 점수 차이는 불과 28점에 불과하다. 6월 성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 변동이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6월에는 랭킹 선두를 지키려는 자와 추격하는 자들 간의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 될 전망이다. 한편 최철한 9단은 6승 3패를 기록하며 4위 자리를 지켰고, 강동윤 9단도 3승 2패로 5위를 보전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원성진 9단은 승패 없이 6위에 랭크됐고, 조한승 9단은 6승 3패의 성적으로 12점이 올라 랭킹도 2단계 상승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백홍석 9단과 박영훈 9단이 각각 8위와 9위에 올랐고, 10위 자리는 8승 1패의 호조의 성적을 보인 김승재 5단이 차지했다. 가장 상승폭이 컸던 부분은 8승 2패를 기록한 조인선 2단이다. 49점이 상승한 조인선 2단은 랭킹도 11계단이 수직 상승하며 40위를 기록했다.
조인선 2단은 제1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상연 2단은 4전 4패를 기록해 36점이 떨어졌고, 전달 38위에서 48위로 열 계단이나 추락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여자기사 중에서는 박지은 9단이 유일하게 8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한국랭킹은 레이팅 제도를 이용한 승률기대치와 기전의 가중치를 점수화 해 매달 랭킹 100위까지 발표된다.
박정환, 김승재 물가는 내가 잡는다.
지난 5일 서울 홍익동에 한국기원 내에 위치한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본선 대국이 벌어졌다. 본 대회 본선은 4명씩 4개조로 나눠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정환 9단이 속해있는 C조는 김지석, 이영구, 홍성지 등 상위 랭커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죽음의 조로 불렸다.
이날 박정환 9단은 이영구 9단에게 승리를 거두며 죽음의 조를 뚫고 결선에 올랐다. 백을 쥔 박정환 9단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실리를 챙기며 상대를 압박했다. 결국 실리 부족을 느낀 이영구 9단은 우중앙 백 대마를 잡으러 가며 승부를 걸었으나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교훈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다.
한편 본선 B조에서는 김승재(21)5단과 이지현(21)3단의 동갑내기 맞대결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동갑내기 라이벌로서 함께 성장해 온 두 기사지만 공식 대국에서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흑을 잡은 김승재 5단은 초반부터 묘수를 선보이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이지현 3단이 차분하게 추격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이에 이지현 3단도 상변 흑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김승재 5단이 사는 수를 보고 있었다. 결국 동갑내기 라이벌의 첫 공식 대국은 김승재 5단의 승리로 끝났다.
물가정보배 해설자 김영삼 9단은 김승재 5단의 초반 묘수가 올해의 묘수상 꼽을 수 있을 만큼 멋진 수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환 9단과 김승재 5단이 결선에 오르며 A조 조한승 9단과 D조 류민형3단까지 4명의 결선진출자가 가려졌다. 이날 패한 이영구 9단과 이지현 3단은 나머지 4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려내기 위한 본선 막바지 접전을 준비해야 한다.
물가정보배의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00만원이며, 4강 진출자에게는 차기대회 본선시드를 부여한다. 제한시간은 각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전기 우승자는 안성준 4단, 준우승자는 김지석 9단이다.
집중분석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본선B조
흑: 김승재 5단
백: 이지현 3단
결과: 257수 흑 불계승
김승재 5단과 이지현 3단의 대국에서 나왔던 김승재 5단의 멋진 묘수를 살펴보자. 초반에 하변에서 최근 자주 등장하는 복잡한 형태의 싸움이 연출됐다.
1도 흑 1로 들여다 본 수부터 문제의 장면이 시작됐다. 이지현 3단은 기세로 백 2로 밀어서 반발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수. 김승재 5단이 흑 3, 5로 젖히고 치중하는 수가 첫 번째 묘수로 이지현 3단이 곤란해졌다. 백 2로는 2도 백 1로 이어서 참아두는 것이 정수였다.
흑 2로 중앙을 막아도 백 3으로 반대쪽 중앙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진행이라면 긴 바둑이었다. 다시 실전으로 돌아가보자. 위기 상황에 놓인 이지현 3단은 백 1을 선택한다. 이렇게 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흑 2가 좋은 타이밍. 백 3이 불가피 할 때 흑 4, 6으로 우하귀 백을 공략한다.
백 9로 단순하게 살리고자 한다면 귀곡사가 되는 형태. 그마나 백 9가 좋은 수여서 우하귀 백 대마는 사는 형태다. 그러나 여기서 김승재 5단의 준비된 두 번째 묘수가 등장한다. 흑 10으로 내려서서 차단하는 것이 묘수. 이로 인해 우변 흑 한 점을 연결하는 수가 생겼다. 수순 중 백 1로 4도같이 백 1로 막아서 받는 것은 흑 2를 교환하고 흑 4로 차단하는 수가 있어 안 된다.
우변 백돌을 살리고자 하면 결국 우하귀 백이 잡히는 형태이다. 다시 실전진행으로 돌아와서 이지현 3단은 5도 백 1로 우선 우하귀 백 대마를 살린다. 흑 2의 차단에 백 3은 흑 4의 악수를 유도하는 좋은 수. 그러나 흑 6까지 우변 백 돌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이지현 3단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승재 5단이 일찍부터 승기를 잡은 모습. 백 1로 우하귀를 살아둔 수로 먼저 6도 백 1에 곳에 우변에서 흑이 연결하는 차단하면 공배가 채워져서 흑 6까지 더욱 손실이 커진다. 멋진 묘수를 바탕으로 승리한 김승재 5단이 물가를 정복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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