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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2014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은 옛 바르사 감독 펩 과르디올라 ⓒNewsis/AP통신 |
6월 축구는 시즌 경기를 마치고 국가별 A매치와 월드컵 조별예선이 한창이다. 세계 축구의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 이제 ‘세계 최강’의 이름표를 달아줄 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주 최강팀을 보유했다던 극강의 스페인 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 최강자를 뽑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에서 2년 연속 결승행 문턱에서 무너졌다.
전 세계 리그에서 최다득점을 기록 중인 리오넬 메시(25)와 항상 이런 메시 덕(?)에 ‘2인자’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를 품었지만 챔스의 빅이어(Big Ear)를 놓치고 말았다.
바르사는 그저 ‘최다 득점팀’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판국이다. 다 득점으로 승점 100점을 채우며 리가 우승을 거머쥔 바르사와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50) 감독이 떠난 레알 마드리드, 과연 최강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혹자들은 라 리가의 생명은 이제 끝났다며 올 시즌 챔스 우승을 거머쥔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페인 축구, 과연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올 시즌, 바르사는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스페인 라 리가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의 양대 산맥 구도는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3시즌 전까지만 해도 양 팀의 ‘트레블(treble 한 시즌 기간 동안 자국 정규리그, 축구협회(FA)컵, 대륙별 챔피언스 리그 등 3개 대회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것. 스페인의 경우 리그 경기인 라 리가, 챔스, 국왕컵(코파 델 레이)의 3개 대회를 말함)달성’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근 몇 년 간 챔스는 물론 국왕컵에서도 신흥 강호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넘겨주며 ‘양강 구도’의 파괴가 시작됐다.
라리가의 양강 구도의 파괴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첫 번째 이유로 원탑 바르사의 시대가 지났다는 것. 2012-2013 시즌 초반 무적 바르샤의 함장인 조셉 과르디올라(44)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바르사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바르사는 어떤 팀인가. 그들은 올해만 90골을 기록한 메시를 주축으로 극강의 베스트 11을 보유한 팀이다.
올 시즌 베스트 포메이션인 4-3-3을 살펴보자. 주전 공격에 라인에 메시를 주축으로 좌우 날개에 미드필더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9)와 공격수 페드로 로드리게스(25)를 톱3으로 내세워 그 뒤를 세스크 파브레가스(26), 사비 에르난데스(33), 세르히오 부스케츠(24)가 받치는 구조로 탄탄한 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호르디 알바(24), 하비에르 마스체라노(29), 헤라르드 피케(26), 다니엘 알베스(30) 그리고 최강의 수문장 빅토르 발데스(31)까지 합해 바르샤는 과르디올라의 부재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양 측 의견은 더욱 팽팽히 맞섰다.
그도 그럴것이 ‘과르디올라’에서 ‘티토 빌라노바’ 체제로 이동한 근거는 바로 ‘변화’를 주지 않은 ‘안정’이 그 이유였다. 바르샤의 수석 코치였던 빌라노바를 새로운 감독으로 지명했고 이는 바르사 구단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탓이다. 2012-2013 시즌이 시작되자 큰 틀에서는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짧고 간결한 패스 게임 티키타카(Tiki-Taka)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미)식 축구가 매력 발산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팀 컬러를 유지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온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사는 발 빠른 축구에 볼에 대한 소유권을 골포스트까지 갖고 가는 이른바 ‘집착형 축구’ 즉, 골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골포스트까지 골을 이동하기 위해 상대팀을 교란해 골을 끝까지 놓지 않기에 결국엔 골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 따라서 그는 패스와 드리블을 통한 압박 수비보다는 끝까지 골을 갖고 이동하는 ‘집착형 축구’를 지향했다. 결국 그의 생각대로 바르사는 유효공격수는 물론 골 역시 리가 최고였으며 상대팀들은 바르사의 압박에 쉽사리 무너졌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체제를 유지했다고는 하나 빌라노바는 골에 집착하며 공격을 퍼붓는 과르디올라식 방식에서 ‘골에 대한 집착’을 많이 내려놓았다. 골에 대한 소유를 줄이는 대신 수비에 집중하고 득점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는 일정 수준의 공격 기회를 내주지만 득점을 많이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가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해냄으로써 방어를 약화시키는 것. 물론 타 팀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바르사의 진영에서 공격에 집착하는 것은 유별나지만 말이다.
그러나 스타일의 변경은 결국 챔스 대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원정 1차전에서 0-4로 홈 2차전에서 0-3으로 대패하면서 무려 0-7이라는 대대적인 스코어로 결승 진출 문턱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과르디올라 시절의 바르사가 상대팀이 골도 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채 패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면 빌라노바는 더 많은 공격을 했고 더 잦은 수비를 했지만 상대팀을 압도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올 시즌 기록이 이를 증명이나 하듯, 과르디올라 체제가 극한의 물이 올라있던 2010-2011 시즌 바르사는 95득점 21실점 골 득실차 +74 였던 데 반해, 2012-2013 시즌 빌라노바 체제에서는 무려 115득점 40실점 골 득실차 +75를 기록했다. 득실차에서 차이가 없지만 득점과 실적이 모두 증가해 ‘집착형 축구’를 강조했던 과르디올라와는 차이점이 눈에 띈다.
이제 밀착형 ‘티키-타카’식 공격을 보여주는 바르사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바르샤의 원톱 체제는 무너졌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올 독일 트레블 달성에 성공한 바이에른 뮌헨을 절반의 박스 안에 가둔 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 아직까지 극강의 선수들을 포진한 바르사이고 여전히 라 리가의 원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기에 바르샤의 흥망을 논하기는 아직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무리뉴 “나는 스페인 축구에 손해를 입힌 자”
라 리가의 바르사와의 양강 구도를 그려온 레알 마드리드는 주제 무리뉴의 첼시행으로 사령탑의 변화가 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2011-2012시즌 라 리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바르사의 원톱 체제에 제동을 걸리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그가 라 리가에서 최다승의 기록(최다 승점(100점)·최다득점(121골))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리뉴가 누구인가.
포르투갈 출신의 무리뉴는 유소년 대표팀 발탁을 시작으로 축구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이후 지도자로 변신, 2002-2003 시즌 포르투갈의 FC포르투를 맡아 ‘트레블’ 달성의 업적을 올렸다. 이후 그는 리그 우승과 챔스 우승을 거머쥔 후 첼시에 합류했다. 그의 첼시에서의 기록은 대단했다. 2004-2005 시즌 첫 해 50년 만에 칼링컵 우승은 물론,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2005-2006 시즌에는 2번 째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승승가도를 달릴 것 같던 첼시가 다음 시즌, 챔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패하자 무리뉴는 첼시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당시 무관이 아닌 FA컵 우승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챔스 우승이 절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 밀란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감독직을 수락한 그해 바로 수퍼코파 우승을, 그 이듬해 인 2008-2009 시즌 리그 우승에 성공한다. 이후 코파 이탈리안(컵대회) 우승은 물론 2년 연속 리그 우승컵을 거머쥔 사나이. 그가 바로 무리뉴다. ‘스페셜 원’이라는 애칭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그가 바로 ‘인간계 최강’이라는 스페인 리그,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코파 델 레이 우승도 거머쥐었지만 그는 여전히 챔스 우승에 목말라있었다. 올 시즌 무관으로 마침표를 찍자 시끄럽던 구단 간 마찰을 뒤로한 채 EPL의 첼시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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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EPL첼시로의 복귀를 선언한 주제 무리뉴 감독ⓒNewsis/AP통신 |
“감독으로서 FC 바르셀로나의 우월함을 깨뜨렸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첼시 신임 감독으로 변신한 무리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서 자신은 스페인 축구를 망쳤다는 바르사의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의 주장을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스페인에서 이룬 업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누구도 깨지 못할 것 같던 바르사의 독주를 무너뜨린 데 대한 것. 여기에 최다득점에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물론 공격축구를 지향해온 스페인 축구의 아성 바르사를 상대로 엄청난 승점을 올린 것은 아마도 라 리가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100점이라는 승점의 기록은 최초로 레알 마드리드가 세웠고 그 지휘봉을 잡은 것이 무리뉴 감독이다.
2007-2008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이후 그 첫 해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깨지 못할 것 같던 바르사의 아성을 5시즌 만에 눌렀고(올 시즌 바르사 상대 3승2무1패) 특히 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바르사의 막강함을 누르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레알 마드리드였기에 올 챔스 우승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바르사의 중심 이니에스타의 이 같은 발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바르사와 레알 간 라이벌 대결 외에도 무리뉴 감독의 첼시 시절 챔스에서의 악연은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무려 2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했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실제로 스페인 축구를 망쳤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2인자의 자리에서 바르사를 누르고 우승의 승기를 잡아 본 레알의 명감독이라는 측면에서 무리뉴를 바라본다면 실제로 자신의 수비형 축구에서 벗어나 바르사를 잡기 위한 공격형 축구를 구사했다는 것은 크게 살 일이다.
특히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의 진정한 팬이라면 바르사에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원치 않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르사 역시 레알 마드리드를 확실하게 누르고 선두를 지키는 일 역시 의무로 생각했을 것.그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감독임에는 틀림없다. 단지 그의 챔스 우승 불발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리라. 이제 그는 챔스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준 첼시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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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FC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코치진ⓒNewsis/AP통신 |
펩 과르디올라와 주제 무리뉴
이들은 스페인 라 리가의 양대 산맥이던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의 최고 전성기를 보냈던 감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은 다음 시즌 라 리가를 위협하는 타 리그의 최강팀으로 이적을 확정했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분데스리가 트레블 달성의 바이에른 뮌헨과 두 시즌 연속 챔스와 유로파의 승기를 연달아 거머쥔 잉글랜드 EPL 첼시로 이동하는 이들의 움직임으로 과연 스페인 축구가 몰락의 기로에 섰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지는 해가 되지 않으려는 라 리가의 발 빠른 모양새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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