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무한 독주 한국 바둑 위기론 올까

백대현 프로 8단 / 기사승인 : 2013-06-25 11: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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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열두 번째 이야기
▲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대국 전경

한국 바둑의 위기론

최근 한국 바둑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16강에서 한국기사가 모두 전멸하며 8강에는 한 단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기사가 8강에 한명도 진출하지 못한 것은 국제기전을 통틀어서 제1회 후지쯔배, 제10회 후지쯔배에 이어 3번째이다. 그만큼 이번 LG배는 한국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이창호 9단이 전성기로 불렸던 시대에 한국은 세계 바둑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중국이 나라에서 바둑을 장려하며 어린 시절부터 각 성에서 뛰어난 인재를 모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어느 순간부터 중국이 무섭게 성장했다.

그 이후 한국과 중국은 서로 밀고 당기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이 중국에게 끌려가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중국 같은 경우에는 특정 인물이 랭킹 1위 자리를 오랫동안 머물지 못한다. 왜냐면 그만큼 뛰어난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구리 9단과 쿵제 9단은 한 동안 중국 바둑의 핵심적인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배 기사들과의 승부가 만만치 않다.

현재 구리 9단은 중국 랭킹 4위, 쿵제 9단은 17위로 밀려났다. 지난 5월에는 퉈자시 3단이 중국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6월에는 퉈자시 3단이 3위로 밀려나며 스웨 9단이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 만큼 중국 바둑계에서 독주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과 같은 독보적인 존재는 없지만 약 20명가량은 언제든지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 잘 알려진 후야오위 9단이 랭킹 19위라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펼쳐진 대회를 살펴봐도 제18회 LG배는 중국의 스웨 9단이 우승했고, 제7회 응씨배는 판팅위 9단, 제1회 바이링배는 저우루이양 9단, 6월 20일 막을 내린 제9회 춘란배는 천야오예 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등을 통한 차세대 바둑 인재 육성
쇄국주의 한국 바둑의 입단 문호 개방 이뤄져야

우승을 차지한 기사가 모두 다르다. 한 사람의 독주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은 이세돌 9단이 오랫동안 독주하고 있다. 그 뒤를 박정환 9단이 받쳐 왔다. 현재 랭킹 3위인 김지석 9단은 그동안 세계대회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철한 9단과 박영훈 9단이 허리 역할을 해왔다. 또 다른 허리 라인이라 할 수 있는 백홍석 9단과 원성진 9단은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실제적으로 세계대회에서 우승 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기사는 5명에서 10명 안쪽이라고 볼 수 있다. 층이 너무 얇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거기다가 한국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세돌 9단의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 올해 13승 14패를 거두고 있다. 이세돌 9단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물론 컨디션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세돌 9단이 흔들리면 타격이 크다.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바둑이 강해진 것은 국가적으로 영재를 키우고 체계적으로 훈련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바둑도 조금 더 다음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새롭게 영재 입단대회를 도입하며 영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입단 이후 관리에 아쉬운 면이 많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적으로 인재를 키워야 한다. 또한 입단 문호도 더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까운 인재들이 입단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기사 수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를 잘 보완하여 보다 많은 프로기사를 뽑아야 한다.

최근에 나오는 위기론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위축될 것도 없다. 한국 바둑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더 정진해 나가야 한다.


집중분석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32강전
흑: 구리 9단 백: 김성진 2단
결과: 162수 백 불계승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대국 중 한국의 무명의 신예 김성진 2단이 중국의 거함 구리 9단을 힘으로 제압하는 내용의 바둑이다. 바둑은 김성진 2단이 실리로 약간 앞서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구리 9단이 1도 흑 1로 좌변에 좁은 곳을 움직여 간다. 하지만 흑 1은 구리 9단의 착각. 구리 9단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흑 1은 2도 흑 1로 상변 백 두점을 공격하며 천천히 풀어가야 했다.

공격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면 긴 바둑이었다. 3도 백 1로 차단하는 것은 흑 2, 4로 축이 되는 형태. 4도가 실전진행이다. 구리 9단은 백 1로 차단하면 흑 2로 다음에 양 단수로 끊어가는 수가 생기기 때문에 단순하게 백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을 보강하지 않고 백 3으로 젖혀가는 수가 성립한다. 백 17까지 쌍방 최선의 진행. 하지만 이 그림은 김성진 2단이 유리한 싸움이다. 수순 중 흑 8로 반발하는 수는 없을까?

5도 흑 1로 백 한 점을 끊으면 백 2로 중앙의 약점을 보강한다. 흑 3, 5로 넘어가는 형태 같아 보이지만 백 6으로 먹여쳐두고 백 8로 단수 하면 흑 돌이 잡히는 모습이다.

6도 흑 1로 늘어두는 수는 어떨까? 역시 백 2로 중앙을 지켜두고 흑 11까지 외길의 진행. 결국 패가 되는 형태인데, 김성진 2단에게는 가의 곳과 나의 곳에 절대 팻감이 있고, 백 보다는 흑이 더 부담이 더 큰 패이기 때문에 역시 흑이 안 된다.

다시 실전으로 돌아가 이제는 중앙 싸움이 어떻게 처리 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여기서 하 중앙 흑 돌을 흑 1로 움직이는 것은 백 2의 장문하는 수로 백 6까지 중앙 백이 두터워 진다.

이러한 진행이라면 확실한 백 우세. 구리 9단은 8도 흑 1로 중앙 백 한 점을 단수치고 움직여 나가며 최대한 버틴다. 하지만 여기서 김성진 2단의 카운터펀치가 나온다.

백 2, 4, 6으로 당당하게 움직여 나가는 과정에서 백 8로 건너 붙여간 수가 결정타. 그 교환으로 인해서 흑 15로 흑 A로 차단하는 것 안 된다.

백 B로 잡히는 모습. 결국 중앙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흑 15로 지키는 것이 불가피 했고, 백 16의 단수 쳐서 좌상 흑돌 전체가 위험해졌다. 이후 구리 9단이 패로 버티며 역전을 노렸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김성진 2단이 완벽하게 마무리 하며 162수만에 구리 9단의 항복을 받는다.

김성진 2단의 완승국. 김성진 2단이 힘으로 구리 9단을 제압하며 주목을 끌었으나, 16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샤천쿤 2단에게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한국 신예 기사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대국으로 평가된다. 7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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