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홍명보(44)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는 성적표를 뒤로하고 그가 대표팀 감독직에 적임자가 맞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홍명보는 선수 시절 명성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장악 능력이 그 어떤 감독보다 출중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각에서는 클럽 팀 한번 이끌지 못한 감독에 국가대표팀을 맡겨야하는 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번복했던 홍명보 감독은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해야한다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 이를 수락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가 제시한 홍명보 카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홍명보호 아직은 시기상조
“영원한 리베로, 월드컵 4강 진출 신화,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의 주인공”
그의 이름 앞에 붙이는 수식어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그만큼 현대 한국 축구史에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홍명보 감독은 국제무대에서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는 U-20 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아시안 게임 감독,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모두 지내며 국제무대에 대한 경험이 많다. 실제로 클럽 팀을 이끈 경험은 없지만 그가 내놓은 성과들은 그 어떤 감독보다 화려하다.
이에 선수생활부터 감독직 수락까지 그의 커리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축협은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아온 그를 한국 축구를 이끌 사령탑으로 이전부터 점 찍어놓지 않았겠는가. 은퇴 직후 그의 이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주축이 지난 런던올림픽 신화를 함께했던 선수들로 구성돼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국내파와 해외파 간 적응 기간을 비롯한 합(合)이 맞지 않는 갈등, 여기에 해외파 감독들과는 달리 정해진 포메이션 구사가 명확하지 않은 등 전술의 부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감독은 홍명보 감독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현 축구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에 아쉬움이 드러나는 것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홍명보 감독이 감독직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고사’했었다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4강을 함께한 거스 히딩크(66)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러시아 안시 마하치카라에서 기술 코치로 연수중이었다. 그는 최강희(54, 전북현대)감독이 감독직을 내려놓자 축협의 러브콜을 받았고 “아직은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부담감을 표시했다. 뭔가 익숙한 모양새다. 지난 최강희 감독 선임 때와 비슷하다. 축협은 떠안기고 본인들은 고사하다 받아들이는 것이 말이다.
대표팀의 사령탑 자리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홍명보 감독이 등 떠밀려 대표팀 감독을 맡은 듯한 모양새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번 감독직을 고사한 그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돌이켜봤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감독이라도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을 1년 남짓 남긴 현 상황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 에 없다. 만일 실패라도 한다면 한국 축구계는 정통한 감독을 하나 잃는 셈이다.
이에 변명은 아니지만 그의 선임 배경을 밝힌 축협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경력과 배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선수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 그들을 잘 이끌 수 있는 감독이 바로 홍명보 감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의 시선도 녹록치 않다. 그간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한 기대치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들은 축협의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세놀 귀네슈(61, 트라브존스포르) 전 FC서울 감독을 비롯해 마르셀로 비엘사(57,아틀레티코 빌바오) 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한국 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꾸준히 거론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1년이라는 시간 내에 팀을 완성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귀네슈 감독이 FC서울을 맡았을 당시, 자신의 패싱 축구를 완성시키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바 있다. 특히 클럽팀이 아닌 대표팀의 경우 선수들의 소속이 제각각 이기에 발을 맞출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이제 그에게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대표팀의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필드를 날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 지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가져다 준 것에 희망을 걸으면서 말이다.
그의 선임은 현실적인 선택
홍명보 감독의 계약 기간은 향후 2년.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물론 2015 호주 아시안컵까지 축구판의 굵직한 A매치를 소화할 예정이다. 최근 A매치에서 부진한 성적표로 국내팬들에 실망감을 안겨준 대표팀이 침체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홍명보 감독, 긍정적인 성적표를 낼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상징성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09년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이끌며 짧은 지도자 기간 동안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외국인 감독으로 새판을 짜기를 바라는 시각이 강했지만 짧은 기간이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결국 국내파 감독과 해외파 감독 간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라질 월드컵까지 불과 1여년 남짓 남았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홍명보 감독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는 게 바로 선수들을 아우르는 장악력, 그리고 수비 조직력이다. 이는 현 대표팀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목된 바 있다.
대표팀은 수비라인에서 취약점을 드러내왔다. 여기서 홍명보 감독의 능력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그가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 바로 ‘강력한 압박 수비’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드필더 5명이 끈질긴 협력 수비를 통해 수비 포백라인을 보호했을 뿐 아니라 공격수까지 압박의 범위를 넓혀 전방까지 아우르는 협공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한국식 승부근성도 작용했다. 결국 선수들의 근성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역시 감독의 힘이라고 들 말한다.
홍명보 감독의 선수 장악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지도자의 힘이 무엇인가. 선수 개개인 하나의 장점을 아울러 전체적인 통일된 맵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런 이유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이다. 2년으로 확정된 계약기간이 기간 내 자칫 잘못한다면(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등) ‘감독 교체설’이 또 다시 대두될 수 있지않냐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물론 계약기간 내에 좋은 성적을 낸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지휘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홍명보호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인가. 어느 축구팀을 막론하고 골을 넣지 않는 팀의 성공은 어렵다. 수비라인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을 펼쳤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바로 최전방 공격수의 완성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홍명보호에서 공격수라면 누가 있을까.
분데스리가에서 입지를 굳힌 손흥민(20,함부르크SV)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경험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다름 아닌 박주영(27, 아스널FC 현 셀타비고 임대)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박주영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영, 홍명보호서 날개 다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막판 3연전을 살펴보자. 당시 최강희호는 3경기에서 단 2골을 넣는 데 그치며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한시적 감독직’을 수락했던 최강희 감독이었지만 성적이 좋았다면 그의 사임 의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강희호의 공격진들을 살펴보자. 믿음직한 공격수가 있었던가. 전북 현대를 함께 이끌어온 이동국(34,전북현대), 여기에 김신욱(25,울산 현대)과 함께 앞서 언급했던 손흥민 정도일까. 그러나 해결사 노릇을 할 것 같던 맏형 이동국은 최강희호에서 에이스로 거듭나지 못했고 김신욱 역시 A매치에서 1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전반전부터 나선 경우가 드물어 성적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가 애매한 실정이다. 여기에 지동원(22,선덜랜드 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팀 내 에이스였는지는 모르지만 최강희호에선 계속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경기인 이란전에서는 무득점 패배라는 수모를 겪었다. 공격의 핵인 에이스 발굴에 실패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오는 카드가 바로 박주영이다. 팬들을 비롯한 축구계에서 그의 대표팀 복귀를 주목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해 주전 공격수로 활용했다.
그 선택은 최선이었음을 결과로 입증했다. 박주영은 아시안게임 6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결정한 한일전에서 결승골로 한국의 hero로 올랐다. 그의 경험치가 복귀를 부르는 이유다.
여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영은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에 진출, 명문팀인 아스널 FC로 화려하게 이적했다. 그러나 팀에서의 활약성은 너무나 초라했다. 선수는 필드에서 가장 뚜렷한 빛을 낸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선발 출장기회를 보장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로 임대를 갔지만 여기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포지션이 애매한 상황이다.
그의 복귀를 기대하면서도 부활 가능성에 확신이 있지 않아 불안함은 여전히 상존한다. 많은 축구팬들은 박주영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그가 현 셀타비고에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만큼 다음 시즌 그의 성적표는 홍명보호의 주전 자리와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주영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간판 공격수였다. 과거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모두 그를 신임했고 최전방에 그를 놓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아스널로 이적한 그가 출장 기회가 줄어들자 잦은 실수가 이어졌고 실전 감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이때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귀가 홍명보호의 팀 구축에 영향을 미치기를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의 수많은 장점 때문이다. 공격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 온 그의 연계플레이, 문전 쇄도는 물론 순발력 등은 여타 공격수와 비교하기 어렵다.
박주영, 이제 새로운 맵을 짜기 시작한 홍명보호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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