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탁계약서·장시간 고강도 노동·뇌 및 심혈관 질환 가능성 높아…문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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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샛별 배송’, ‘로켓 배송’. 오늘 주문한 상품이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분명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서비스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새벽잠을 포기하고 물건을 옮기는 이들도 존재한다. 야간노동은 심장과 뇌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산업안전공단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염불일 뿐이다. 온라인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을 위해 노사 상생을 제안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송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샛별, 로켓을 넘어 15분에서 2시간 안에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에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독일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2020년 3,500억 원에서 2025년엔 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유통산업의 온라인화는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 극대화를 낳았지만, 노동자의 건강은 악화시켰다. 실제로 고강도·장시간·야간노동에 의한 과로로 숨진 배송노동자 수는 적지 않다.
배송노동자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은 지난해 6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마트 배송노동자 3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조사 응답자의 59.6%가 한 달에 26일 이상 30일 미만 일했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31~40건을 배송하고 노동시간은 하루 10~11시간 미만(35.5%), 11~12시간(33.3%), 12시간 이상(15.1%)순이었다.
10명 중 7명은 ‘용차비가 부담스러워 아파도 참고 일했다’라고 답했다. 배송노동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거나, 자신을 대체할 기사를 쓴 ‘용차비’를 내야한다. 아프거나, 일하다 다쳐도 예외없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온라인 배송노동자는 용차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
우리는 집안 대소사가 있어 근무에 빠지면 하루 일당의 2배나 되는 돈이 ‘용차’라는 비용으로 빠져버린다. 노후 준비는커녕 당장 현실도 막막해져 아르바이트나 다른 부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많은 시간 일을 하다보니 사고도 수시로 일어난다. 제가 알기론 최근 졸음운전으로 3번 사고가 났다. 2대는 차량이 대파되어 모두 폐차되었고 기사는 병원에 있어야 해서 당장 생계가 막막하고 가정이 산산 조각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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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 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배송노동자들의 야간노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야간·교대 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2A급’으로 분류한 바 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 군은 낮 근무 군보다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1.4배 높았다.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대 2.8배 위험도가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유통업체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에서 “새벽배송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등에서 야간노동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로 인해 과로사 등에 노출되는 빈도수도 함께 늘었다”라면서 “노동강도와 야간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에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근로는 밤 10시 이후부터 익일 아침 6시까지 이뤄지는 근로를 의미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해 야간노동 시간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산업안전공단에서 야간 노동 시 충분한 휴식 보장을 권고하는 정도다. 이에 정 위원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변화되고 있는 유통산업 전체를 포괄하고 있지 못한다. 변화된 산업과 현장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지 못하므로 전면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부당한 위수탁계약 문제 뿐만 아니라 운송료 문제, 용차비 문제, 고강도·장시간노동 문제, 고용안정 문제, 사고 위험에 대한 해소와 휴식 및 건강권보장 문제, 각종 사회안전망 내부로 포괄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를 착취하여 성장한 산업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라면서 ▲유통산업발전법 내 온라인 산업 종사자 보호 조항 추가 ▲의무 휴업 적용 ▲영업 시간 제한 ▲비정규직 사용 제한 ▲표준계약서 제정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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