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소멸시효 10년 지나 다른 피해자들 소송기회 놓쳐”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판매 관련 민사소송이 유출피해자 중 단 4명만 5만~30만원씩의 배상을 받는 걸로 10년여만에 결론이 났다.
기업의 시간끌기와 늦장 판결로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홈플러스 고객정보의 보험사 제공 사건에 대해 홈플러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2014년 11회에 걸쳐 경품 추첨 행사를 해 벤츠자동차,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준다면서 행사 응모권 뒷면에 ‘개인정보가 보험사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1㎜ 글자 크기로 고지한 것 이외에 별도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렇게 불법으로 수집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12만건은 보험사 7곳에 건당 1980원에 판매해 총 148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패밀리 카드’ 회원을 모집한다며 개인정보 1694만건을 수집한 뒤 보험사에 83억원에 넘기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강모씨 등 283명의 고객들은 2015년 홈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이들 업체들에 대해 손해가 인정된 1명당 5만~3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일부 배상액과 대상자를 조정했지만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 역시 원심을 유지했지만 일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보험사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고객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들 원고 중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유출된 사실을 입증한 4명에 대해서만 홈플러스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을 두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일 논평을 통해 “홈플러스의 불법행위를 근 10년 만에 확인한 선고”라면서도 “법원의 늦장 판결로 이미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려 법원의 판단을 보고 추가 소송을 제기하려던 고객들은 소멸시효가 만료돼 더 이상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홈플러스는 보험사에 제공된 고객명단을 재빠르게 파기했고, 피해자들의 열람요청에 응하거나 보험사 유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며 “따라서 개인정보 제공사실은 수사기관이 홈플러스에서 압수해 형사재판 증거자료가 된 고객명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홈플러스가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통지하지 않아 보험사 제공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고, 따라서 일부 원고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늦장 판결로 이미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법원의 판단을 보고 추가 소송을 제기하려던 고객들은 소멸시효가 만료돼 더 이상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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