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사후확인제, 3곳 중 1곳 기준 미달"…경실련, 특별법 제정 촉구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0 12: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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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9개 단지 중 6곳 부적합…검사세대 2% 불과, 보완조치도 미흡
▲층간소음 관련 이미지. (그래픽=newsis)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2022년 도입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전체 조사 단지 3곳 중 1곳은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며 “제도 무력화 방지를 위해 22대 국회는 ‘층간소음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기준 미달 단지 32%…“검사해도 부적합 속출”

경실련이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사후확인제를 적용받은 19개 공동주택 단지 가운데 6곳(32%)이 성능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에는 3곳 중 0곳이 부적합이었으나, 2024년에는 조사 단지 9곳 중 4곳(44%), 2025년에도 7곳 중 2곳(29%)이 기준 미달로 확인됐다. 이는 제도가 본격화될수록 오히려 부적합 단지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후확인제의 취지를 감안하면, 단순히 ‘일부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조사에 참여한 세대가 전체 입주 세대의 2%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기준 미달 단지가 발생했다는 점은 실제로는 더 많은 아파트가 부실 시공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 후 바닥성능검사 실시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 표본조사 한계…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검사’

경실련은 현재의 사후확인제가 구조적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3년간 전체 1530세대 중 실제 검사 대상은 38세대(2%)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표본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사후확인제는 이름만 거창할 뿐, 현실에서는 ‘보여주기식 검사’에 머물고 있다”며 “검사 대상이 지나치게 적고, 대표성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 보완조치도 미흡…‘기준 미달’인데도 준공 승인

더 큰 문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단지의 관리 부실이다. 조사 결과 6개 단지 중 4곳만이 보완 시공 후 기준을 충족했고, 나머지 2곳은 여전히 기준 미달 상태로 준공됐다.

예컨대 경북 영양군 영양동부 단지는 중량충격음 수치가 51dB로 기준치(49dB)를 초과했으나, 별다른 보완 조치 없이 사용승인을 받았다. 또 서울 서초의 한 단지도 보완 시공 후 재검사에서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준공에는 지장이 없었다.

경실련은 이를 두고 “현행 제도는 건설사가 부실 시공을 해도 사실상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소비자 보호가 아닌 건설사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 ‘최하위 기준’ 49dB…실제 거주 체감과 괴리

경실련은 사후확인제 자체의 기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량충격음 기준은 49dB인데, 이는 사실상 최하위 등급(4등급)에 해당한다. 즉,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거주민이 체감하는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미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1~2등급(약 40dB 이하)인데, 정부는 가장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못 지키는 단지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전수조사 의무화: 표본 방식에서 벗어나 최소 20% 이상 강제 조사, 장기적으로 전수조사 확대 △강력한 제재 도입: 기준 미달 단지는 준공 불허, 입주 지연 손실비용은 시공사가 전액 부담 △벌금 및 입찰 제한: 부실 시공 건설사는 공공입찰 제한 및 과징금 부과 △기준 상향 조정: 현행 49dB을 국제적 권고 수준에 맞게 1~2등급으로 상향 등이다.

경실련은 지난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을 통해 「층간소음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청원했다. 법안은 ▲기준 미달 시 준공 불허 ▲입주 지연 손실의 시공사 부담 ▲층간소음 성능 표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도입 이후 성능검사 실시 전체 현황. (사진=경실련 제공)

◇ “주거권·안전 문제…보여주기식 대책 끝내야”


경실련은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지 말고 강력한 법적 장치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와 같은 느슨한 제도 운영으로는 국민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층간소음 갈등이 매년 살인사건·폭행사건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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