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연구개발직군, 주 52시간 노동시간법 예외 반대...반도체 노동자들은 소모품 아냐"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4 15: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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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연구개발직군 대상 설문조사 52시간제 적용 제외 도입 90% 반대
삼성전자노조 "이미 초과 근무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경험하는 노동자가 대다수"
반도체연구개발직군 노동자들, 워라밸 저하·업무스트레스 증가·노동 시간 증가 등 우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시도 규탄 및 논의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newsis)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삼성전자노조)은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연구개발직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적용 예외’ 연구개발직군 대상 노동환경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0%의 응답자가 노동시간법 예외 적용 조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3일 밝혔다.

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설문참여자 수는 총 904명이며 814명(90%)이 노동시간법 예외 적용 조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52시간제 적용 제외 도입이 연구개발직군의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특히 ‘주 52시간 예외 도입이 근로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냐’는 질의(복수선택)에는 주로 워라밸 저하(769명), 업무 스트레스 증가(697명), 노동시간 증가(642명)를 우려했다.

◇ “업무 외 시간을 근무시간으로부터 제외하는 문화 여전”


삼성전자노조는 “‘최근 1년 동안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했으나 일하기 위해서 제외시간(직원이 업무 외 시간을 근무시간으로부터 제외하는 삼성전자 사내 시스템)을 넣은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28%가 ‘1년 중 제외시간을 일하기 위해 입력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삼성전자에 여전히 '제외시간 문화(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기 위해 제외시간을 상신하는 문화)'는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매달 제외시간 넣는다 15명, 1~3개월 중 한 달 20명, 4~6개월 중 한 달 11명, 7개월 ~ 12개월 중 한 달 31명. 간헐적 152명, 총 229명이 1년 중 한 번이라도 제외시간을 넣었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 실제 현장의 목소리

‘주 52시간 적용 예외 도입이 노동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 서술형 질의에는 조합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증언한 제보가 이어졌다.


“해당 제도 도입 시 현재의 조직문화를 봤을 때 실제 현업부서에서는 부서장이 근무시간을 늘리는 취지의 행동을 취할 것이고 고과를 받기 위해 시간만 채우는 인력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전혀 회사의 성과와 관련이 없고 근무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만 가중될 것이다.”

“연구 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고과율 받았지만 월 초과 근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을 거의 넘지 않는다.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논문 준비, 기술 데모 준비 등으로 인해 아주 간혹 주 52시간 가까이 일하게 되면 집중력 저하, 인지 능력 저하를 즉각적으로 느끼게 되고 따라서 평소 업무 효율 유지를 위해서는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있다. 52시간 초과 근무를 통해 혁신적인 연구를 이뤄내겠다는 것은 연구 업무의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직무는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업무와 유관한 사항들(예를 들면 엔지니어 Lot 등)은 1년 365일, 밤새 연중무휴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근무 이외의 휴식 시간에도 해당 업무들의 압박, 긴장 상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인데 현재의 주 52시간 등 근무 시간의 제약마저 없어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상 속 지속적인 압박과 긴장감 속에 간간이 취하는 휴식마저도 없어져버리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연구개발직군에 한해 근무 시간제한을 예외로 한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연구개발자들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해당 논의를 하는 정치인들은 부디 이런 연구개발자들의 실상을 명확히 이해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과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를 원점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근무 시간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은 어린아이 수준의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조합과 직접 인터뷰한 S.LSI 사업부 소속의 A 모 조합원은 “주 52시간으로 업무량이 소화가 안 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은 인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여기에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채용을 굳혀 인건비를 아끼고 기존의 인력을 소모시키는 것을 장려하는 의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52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서 기존 시급에 5배, 10배를 줘야 한다는 법적 제한이 동반된다면 회사는 어떻게 반응할까? 부족한 개발 기간과 인력으로 항상 '개발을 성공해도 문제고 실패해도 문제이다'라는 자조가 만연하다. 팀원들이 몸을 갈아 희생해 개발을 성공시키면 경영진은 인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개발이 실패하면 개발팀의 무능으로 몰아간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개발을 성공시키면 돌아오는 것은 1회성 표창뿐이다. 개발자들은 꾸준히 부서장과 임원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성과를 만들어 오면(돈을 벌어오면) 그러면 사람을 주겠다'는 대답만 돌아온다”며 “우리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사람이 부족하다. 주 52시간을 풀겠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인력충원에 인색한 회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며 연구개발직군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도입 시도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손우목 위원장은 “2월 3일 민주당에서 주관하는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정책 디베이트에서 반대 입장을 견고히 할 것이다. 작년부터 쟁점이 제기됐음에도 노동자들과의 대화가 너무 늦게 시작된 점은 유감스럽다”며 “이번 반도체특별법에 국한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국회와 경영진은 주요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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