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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남카라 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지난 12일 칠곡 향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공연을 마친 합창단원들이 김재욱 칠곡군수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칠곡군) |
[일요주간=최부건 기자] 입시 경쟁 대신 화음을 선택한 북삼고 학부모들의 합창단이 15년째 지역 사회의 따뜻한 화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2일 저녁, 칠곡 향사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아남카라 합창단’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 관객의 가장 큰 눈물과 박수를 이끈 곡은 ‘엄마가 딸에게’였다. 무대에서는 재학생이 ‘딸’을, 단원들이 ‘엄마’를 맡아 연기를 펼쳤고, 뒤에서 합창단의 화음이 더해지자 곳곳에서 울림과 감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아남카라’는 라틴어로 ‘영혼의 동반자’를 의미한다. 합창단은 2010년 북삼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되던 해, 첫 입학생 어머니들이 모이면서 시작됐다. 다른 학부모 모임처럼 입시 정보를 나누는 대신, 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음악실에 모여 함께 노래를 불렀다. 경쟁보다 화합을, 치맛바람 대신 화음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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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칠곡 향사아트센터에서 열린‘아남카라 합창단’정기연주회에서 단원들이 힘차게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칠곡군) |
창립 단원들은 “합창으로 화합하며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힘이 되자는 마음으로 합창단을 꾸렸다”고 입을 모았다.
15년 세월이 흘렀다. 단원 수는 26명에서 30명 사이를 오가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창립 멤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달 2만 원씩 회비를 내며 무대를 꾸려왔고,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채워왔다. 매주 월요일 저녁을 비워둔 작은 습관이 쌓여 15년이라는 시간이 이어진 셈이다.
합창단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태순 단장의 역할이 컸다. 창립 때부터 단장을 맡아온 그는 단원들의 구심점이었다. 무대에 오를 의상도 손수 제작해 단원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김태순 단장은 “월요일 저녁은 무조건 비워둔다. 합창단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며 “아이들과 지역을 위해서라도 무대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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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오른 아남카라 합창단이 재치 있는 퍼포먼스를 곁들여 합창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사진=칠곡군) |
이들의 활동은 공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요양원과 어르신센터를 찾아가 노래로 위로를 전하고, 환경정화 활동에도 참여했다. 해마다 한 차례는 후배인 북삼고 학생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학업에 지친 학생들을 노래로 응원했다. 단원 자녀의 결혼식이 열리면 모두가 모여 축가를 불렀고, 지역에서 공연 요청이 오면 어디든 달려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긴 세월 자발적으로 합창을 이어온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준다”며 “군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칠곡의 힘이다. 앞으로도 누구나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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