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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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돌멩이 같은 아기’ 라는 딱딱한 ‘돌’의 속성과 생명력을 가진 ‘아기’는 막연한 ‘그곳’처럼 연상이 먼 시어들이네요. 이처럼 사소한 소재들을 낯선 감각으로 옮긴 행들은 물길처럼 혹은 새들처럼 자유롭습니다. 이어 시인은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그곳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생략하고 있어요. 이어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실 것이라고 시상을 전환해 버리는 화자, 조금은 불친절하지만 이 또한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시인에게 ‘그곳’은 어떤 곳일까요. 궁금해집니다. ‘그곳’에 대한 상상은 저 또한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놓을게요. 구태여 무엇이다, 라고 단정 짓는 일은 위험하니까요.
이 시를 품고 있는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에서는 쓸쓸함의 근원은 알 수 없으나 시집 전반에 흐르는 고독의 정서는 구체적입니다 선명한 이미지가 돋보이거든요. 시인의 시가 낯설고 아름다운 이유는 행간에 담긴 먼 리듬성 때문일 거예요. 그러다 보니 독자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화자와 독자의 거리는 가까워진답니다. 화자와 독자의 홍일점인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어’ 내리는 ‘그곳’은 모두가 희망하는 이데아가 아닐까 싶어요.
시냇가의 물소리와 흐르는 물은 다채로움을 이루며 흐르지요. 좁을 물길과 갈림길을 만나도 냇물은 물길을 트고 흘러갑니다. ‘마을을 환히 적실’ 노래를 나직하게 들려주는 시인의 시, 낯선 언어들의 교감에 귀 기울여봅니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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