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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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평론) 여러분이 서 있는 자리는 어떤가요? 평평하고 따뜻한가요 아니면 고산의 벼랑 끝이거나 진흙이 발목을 잡는 곳일까요. 살며 겪는 고비 앞에서 한 번쯤 목 놓아 울고 싶은 자리, 나만의 울만 한 자리 찾지 못해 우리, 속울음 삼킨 적 있을 거예요.
한때 저는 「바닥」의 시를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었지요. 도심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와 낮은 집들 보며 편히 등 기대고 누울 자리 한 곳 구하지 못한 소외와 노력할수록 상처받는 유리감에서 오는 우울이 오히려 안식처럼 느껴지던 시간들. ‘불안을 빼앗지 마라/ 나는 우울 안에서 안전하다/ 울음을 빼앗지 마라/ 나는 울음 안에서 행복하다// 우울은 행복이라는 역설의 꽃’이란 행들을 위로로 삼던.
옛 어른들께서 평범하게 사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요. 제 삶과 주위를 돌아보면 맞다, 고개 끄덕여져요. 그래도 우리 지금껏 잘 견뎌 왔잖아요. 딛고 있는 이 자리 힘들다고 주저앉기에는 속상하잖아요.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더 마음 아프잖아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어머니로 살 에듯 고통스러울 때 눈 감고 생각해 보면 ‘딛고 있는 자리가/ 수렁의 꽃술이라, 허우적댈수록/ 활짝 핀다는 것을’ 경험한 적 있을 거예요.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마지막 고비’를 ‘숨꽃 트이는 자리’로 만드는 준비된 힘이 내 안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봄이 오고 있어요. 저는 한때 제 삶과 대비되는 봄이 무척 슬펐어요. 하지만 눈먼 처녀가 봄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듯 감각을 열자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었지요. 올해는 함께 봄을 맞는 건 어떨까요. 그 길목에서 내적 자아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잘 살아왔다, 등 다독여 주는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선인들이 무언가 하나씩 다져놓고 간 길 위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일/ 수렁이라도, 피는 꽃은 아름다울 테니!’ 말이에요.
우리, 잘살고 있다. 잘 살아왔다는 위로받을 자격 충분하잖아요. 올봄 여러분과 손잡고 앙리의 ‘춤’ 출 수 있길 희망해도 될까요. 이 계절만큼은 삶의 무게 슬쩍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원시적인 봄을 만나보는 일 신날 거예요. 봄! 봄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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