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 설치 CCTV-메신저, 감시 수단 사용 다반사…5명 중 1명 감시 경험·목격"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7 09:27:20
  • -
  • +
  • 인쇄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업무용 메신저·사내 CCTV 관련 설문조사 발표
직장인 10.4% "CCTV 노동자 감시 목적 설치"...45.4%만 "법대로 안내판 부착"
37.3% "메신저 수집 정보 활용 안내 못 받아"…59.9% "메신저 감시 기능 인지 못해"
김하나 변호사 "근로기준법에 노동자 감시 수단 설치 시 절차·내용 명확히 정해야"
▲ 사진=픽사베이 제공.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법과 제도의 공백과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노동자들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및 사생활 권리 침해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메신저나 CCTV,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일터 전자 감시 갑질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30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8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업무용 사내 메신저 및 사업장 내 CCTV’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업장에 CCTV가 설치돼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 10명 중 1명(10.4%)은 사업장 내 CCTV가 노동자 감시를 위해 설치됐다고 응답했고 5명 중 1명(22.2%)은 실제 CCTV 감시로 업무와 관련한 지적을 받거나 동료가 지적받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사업장 내 CCTV 설치 과정에서 직원 동의 절차가 있었다는 응답은 30.9%, 설치 목적과 촬영 범위 등이 적힌 CCTV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는 응답은 45.4%에 불과했고 업무용 사내 메신저 이용자 37.3%는 회사로부터 수집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 기본적인 안내조차 받지 못한 채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59.9%는 사내 메신저에 감시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업무용 사내 메신저 및 사업장 내 CCTV’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메신저 사용 경험


사업장에서 업무용 사내 메신저(회사 자체 개발 메신저, 잔디, 슬랙, 네이버웍스, 카카오워크 등)를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49%로 나타났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정규직(62%), 사무직(63.8%)이 비정규직(29.5%), 비사무직(34.2%) 보다 상대적으로 사내 메신저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또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업무용 사내 메신저 이용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업무용 사내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n=490)들에게 관련 규정을 안내받았는지 물어본 결과 37.3%가 ‘안내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업무용 사내 메신저 이용자 상당수가 메신저를 통해 수집한 정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남용되지 않도록 회사는 어떤 보호조치를 할 것인지, 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는 무엇인지 등을 안내받지 못한 채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안내받지 않았다’ 응답은 노동조합 조합원(24.7%)보다 비조합원(40.3%)에서 높게 나타났다. 직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46.9%), 5인 이상 30인 미만(48.3%),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41.1%)에서 규정 안내를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업무용 사내 메신저에는 관리자가 직원들의 메시지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9.9%가 ‘모른다’고 답했다. 또 업무용 사내 메신저에 이러한 메시지 감시 기능이 필요한지를 물어본 결과 72.4%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 사업장 내 CCTV 설치 여부
 

직장인들에게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돼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는 응답이 65.7%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회사 사업장 내부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하지 않은 비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해당 장소에 출입하는 정보주체, 즉 노동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 응답자(n=657)들에게 ‘설치 당시 직원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아니다’ 34.6%, ‘잘 모르겠다’ 34.6%, ‘그렇다’ 30.9%로 나타났다.

‘아니다’ 응답은 5인 미만(41.7%), 5인 이상 30인 미만(43.4%)과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잘 모르겠다’ 응답은 노동조합 비조합원(37.4%), 비정규직(39.2%), 비사무직(39%), 임금 300만 원 미만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업장에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 응답자(n=657) 중 CCTV 설치구역에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5.4%에 불과했으며 안내판이 없다는 응답이 37.4%, 안내판이 부착돼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7.2%였다. ‘안내판 없음’ 또는 ‘잘 모르겠다’ 응답은 비정규직, 비조합원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한 경우 해당 설치구역에는 CCTV 설치 목적, 촬영 장소, 범위, 관리책임자 연락처 등이 담긴 안내판을 알아보기 쉬운 장소에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갑질119는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한 공개된 장소에는 노동자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거나 수집된 영상을 사용할 수 없다”며 “비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 역시 설치 당시 목적과 달리 사용하기 위해 임의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되고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은 사내 메신저나 CCTV를 통한 감시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회사에서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동의를 받아갔는데 그 이후 CCTV를 추가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그 동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 CCTV가 직원 감시 목적으로 설치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설치됐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올 초 제가 부당징계를 인정받고 판정문을 받자 회사에서 갑자기 저희 팀 사무실에만 안전을 핑계로 CCTV를 설치한다고 한다. 저에 대한 보복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저희 팀원들도 이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 보안 문제로 설치하는 것이니 CCTV로 업무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니 ‘카메라 없는 곳에서 무슨 개인 볼일을 보려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24년 7월 카카오톡)

이같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등에 대한 보복성 CCTV 설치 및 감시 사례가 가장 흔하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연차를 신청했더니 인사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사용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 욕을 하며 ‘CCTV로 감시하고 있다. 곧 잘릴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한다. 단톡방에서는 ‘네가 하는 일이 뭐냐’는 말도 한다.” (2024년 9월 카카오톡)

이 같은 사례처럼 단순히 사용자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CCTV 감시가 시작되기도 한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주장이다.

“대표가 어느 날 제게 핸드폰으로 CCTV 영상을 보여주며 A 직원은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더라 하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사장이 저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이처럼 일부 사용자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직원 통제를 위해 ‘CCTV로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나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기도 한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지적이다.

“팀에서 퇴사자가 발생했는데 저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 상황도 아닌데 회사에서는 제가 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제 업무 메신저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저는 공적인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대화도 있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제 말을 무시하고 사장은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제 메신저 내용을 뽑아오라 지시했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직장갑질119는 “사내 메신저와 관련해서는 ‘사 측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화 내용을 보겠다는 사 측의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아 상담을 청하는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메신저나 CCTV를 활용한 일터 전자 감시 갑질의 경우 ▲노동자를 보호할 법과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노동관계법령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규율하고 있어 사용자와 노동자가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노동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어 사용자와 노동자가 법 위반 상황을 인지하거나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행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상시근로자 30인 이상으로 노사협의회가 설치된 사업장의 노사협의회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에 관해 협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노동자 감시설비 설치에 따른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및 사생활 권리 침해 위험에 더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통해 메신저나 CCTV,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한 일터 전자 감시 갑질을 규율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CCTV를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등 순기능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무실 등 사업장에 설치된 CCTV는 감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며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감시할 용도로 CCTV를 사용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를 처벌하는 규정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청인 고용노동부에 감독 권한이 없어 실무적으로 법은 존재하지만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노동자 감시 수단을 설치하는 경우 그 절차와 내용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6년간 전 세계에 韓 방송 콘텐츠 불법 송출 중국인 입건 [사건PICK]2022.05.25
멸균우유에서 이물질이 나왔어요! [SNS PICK]2022.10.07
하나손해보험, 전체 금융업권 중 배임 금액 최다 불명예 [국감 PICK]2023.10.10
“삼성전자, 스마트폰 독점 구조 속 국내 소비자 역차별 심각”...중고폰 보상 가격 어떻길래 [국감 PICK]2023.10.10
알바천국, 성차별천국?...최근 3년 남여 차별 채용공고 ‘최다’ 불명예 [국감 PICK]2023.10.10
오렌지듄스영종골프클럽 ‘서류조작’·서울지방항공청 ‘직무태만’에 구멍뚫린 항공 안전 [국감 PICK]2023.10.25
[뉴스 Pick] 용인 수지 H아파트 현관 지붕 붕괴...30년 전에도 순살아파트?2024.07.04
[뉴스 Pick] 인천시, 소음·분진 등 민원 발생 구역 주민 집단 이주 시키면서 인근에 새 주거지 허가 '엇박자 행정' 논란2024.07.10
[뉴스 Pick] 식약처, 식품 위생 사각지대 무인판매점 등 집중 점검2024.07.11
[뉴스 Pick] 유영제약 '아트리플러스주' 잠정 판매·사용중지 조치..."환자 부종 등 부작용 발생"2024.07.12
[뉴스 Pick] 고용부, 근로감독 행정에 AI 도입 추진...노동약자 보호 강화 기대2024.07.15
벤츠 딜러사 신성자동차 노조, 대표 등 경찰에 고소...'강제추행·폭행·폭언·세금 포탈' 수사 촉구 [뉴스 Pick]2024.07.17
"신한은행 해외 부동산펀드, '고객서명 위조' 논란 속 손실 눈덩이...금감원 조사 착수" [뉴스 Pick]2024.07.19
소비자원, 콘택트렌즈 세정액 미생물 부적합 제품 4개 적발..."소비자 요청시 환불" [뉴스 Pick]2024.07.20
저신용등급 서민 등 대상 살인적 이자 뜯는 불법사채 기승...'불법사채 근절법' 발의 주목 [뉴스 Pick]2024.07.24
박정현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차남 편법 증여 덮기 위해 차용증 위조 의혹" [뉴스 Pick]2024.07.25
"위탁택배원 휴가철, 택배 없는 날?...집배원에 택배 전가" [뉴스 Pick]2024.08.06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농어업재해 피해 눈덩이...'농어업재해기금 설치법' 주목 [뉴스 Pick]]2024.08.08
자생한방병원 한약 '청파원' 건강보험 급여 지급 논란...특혜 의혹 보도에 복지부 "사실 아냐" [뉴스 Pick]2024.08.09
한진택배 물류센터 덮친 노동자 온열질환 사고 재발방지 대책 있나?···“노동부 폭염대책 권고사항일 뿐” [뉴스 Pick]2024.08.16
사회·경제적 취약청년들 지원 미비..."자립지원법 등 통합적 정책 시급" [뉴스 Pick]2024.08.19
가스안전공사 前연구원들, 연구비 5억 원 카드깡 꿀꺽 '징역형' [뉴스 Pick]2024.08.20
락앤락 덮친 '부당해고' 판정, 지노위 이어 중노위까지 '복직명령' [뉴스 Pick]2024.08.22
대형가전마트 퇴사 매니저, 직원 행세하며 사기 행각..."피해자만 20여 명" [뉴스 Pick]2024.09.02
"사업장 내 설치 CCTV-메신저, 감시 수단 사용 다반사…5명 중 1명 감시 경험·목격"2024.10.07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