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편선화 여성부장 "女노동자, 심각한 건강 침해·승객들의 안전 위협 이어져"
공공운수노조 김선화 여성위원장 "노동자 업무에 적합한 유니폼·휴게시간과 휴게공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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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은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승무원에게_운동화를’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올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지난 7일 오전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전국철도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는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승무원에게_운동화를’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노동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에 맞서 여성노동자에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객실 승무원을 비롯해 여객지원 여성 노동자들은 업무 시 굽이 높은 불편한 구두를 신는다”며 “이는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 노동자들의 역할에 비춰볼 때 업무에 필수적인 사항이 아니다. 오로지 사 측이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용모 단정’이라는 성별 규범에 따른 규정일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 측의 성차별인 인식과 태도가 복장 규정으로 드러나고 그 결과는 여성노동자의 심각한 건강 침해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며 “승무노동자들은 장시간 비행 시 하루 1만 5000보에서 2만 보 이상 구두를 신고 일한 결과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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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은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승무원에게_운동화를’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
그러면서 “항공 승무 노동자들은 수년 간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불편한 구두 대신 안전한 운동화를 신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싸움을 벌여왔다. 변화는 없었다”며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신발을, 복장을 하지 못하고 ‘여성다움’이라는 성차별적 시선하에 사 측이 제공하는 불편한 유니폼과 구두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 “제주항공, 하이힐 의무 착용 규정 없애...진에어도 운동화 착용 가능”
앞서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지난 2019년 12월 21일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해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승무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래 서서 일하는 철도 여성승무 노동자 대부분은 하지정맥류로 고통받았고 산재로 인정받는 데도 오랜 투쟁을 해왔다. 결국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바꿔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등 병원노동자들 또한 투쟁 끝에 편한 운동화, 크록스 등으로 바꿔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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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은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승무원에게_운동화를’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
해외 사례로는 일본에서 2019년 1월 여성들에게만 불편한 신발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트윗이 3만 차례 이상 공유가 되면서 #KuToo 하이힐을 신지 않을 권리. 여성들이 일터 등에서 특정 높이 이상의 구두 착용을 권고 또는 강요받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어난 해시태그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영국에서도 지난 2015년 5-10cm 하이힐을 신지 않아 무보수로 귀가한 서비스업 직원이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다음 해인 2016년 ‘하이힐 강요 금지’ 청원이 진행된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제주항공에서 하이힐 의무 착용 규정을 없앴으며 진에어에서도 운동화 착용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있는 엄격한 복장규정에 대한 저항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2022년 스페인의 이베리아 항공사 승무원들은 ‘나는 스튜어디스 바비가 아니다’며 15년 만에 유니폼 개편된 후 하이힐 의무착용 규정에 항의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비행 중에는 운동화를 신을 수 있지만 공항과 탑승 중에는 여전히 하이힐을 신도록 하는 유니폼 정책에 저항한 것이라는 게 공공운수노조의 설명이다.
◇ “노동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것은 상식...업무에 맞는 유니폼이 모두의 안전과 직결”
이날 첫 발언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김선화 여성위원장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는 메시지를 드려야 마땅한데 여기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들려드릴 이야기나 우리의 상황이 그렇지가 못하다”며 “며칠 전 저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공공운수노조가 성평등한 일터, 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해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성명서를 썼다. 그리고 같은 날 충남 서천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운동을 하다가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흉기에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봤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여전히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남성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용모 기준은 철저하게 남성 시선을 전제하고 있고 여성을 동등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 말고 다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승무원도 마찬가지이다. 승무원이 승객 응대 외에도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생각해 보면 구두를 신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노동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노동자에게 업무에 맞는 유니폼을 마련해 주고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마련해 줘야 우리 모두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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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은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승무원에게_운동화를’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
김선화 여성위원장은 또 “이제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진짜 안전한 사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여성이 마음 놓고 혼자 집 근처에서 운동도 못하는 사회를 세계 어느 누가 안전한 사회라고 할까? 여성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똑같은 인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편선화 여성부장은 “저는 대한항공에서 23년째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제가 처음 승무원을 꿈꿨던 21살에 그 꿈을 이뤘을 때 제 마음은 설렘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지금 저는 승무원이 화려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힘든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승무원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다. 우리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승무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심각한 승무 인력 부족과 승무원의 유니폼 문제, 승무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신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승무원이 부족하면 누가 피해를 봅니까? 승무원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승객의 수가 늘어나면서 기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며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승무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기 힘들었다는 피드백이 많고 비상 상황에서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운항 중 항공기 비상구를 열려는 시도를 하는 사건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응급 상황이나 비상 상황 발생했을 때, 기내 질서를 유지해야 할 때, 승무원이 부족하다면 과연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편선화 여성부장은 “승무원의 유니폼은 단순한 회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업무 환경과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유니폼은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으로 인해 불법 촬영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실제로 한 승객은 2018년 8월 기내에서 이름을 확인한다며 명찰이 부착된 승무원의 가슴을 손으로 찔렀다가 경찰에 인계됐고 앞서 4월에는 기내 객실에서 승무원의 치마 속을 태블릿 PC 카메라로 촬영한 사람이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고 분개했다.
이어 “하지만 대부분 훈방 조치로 끝나고 있고 대한항공은 불법 촬영이 많은 노선에 남승무원을 동승시키거나 불법 촬영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내 방송으로 공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것이 실효성이 있습니까? 여전히 여성 승무원들은 불법 촬영 피해를 입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실질적인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승무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해야 한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불안한 환경 속에서 이동하는 승무원들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한항공은 2018년 국정 감사에서 유니폼의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은 유지되고 있다. 더 이상 승무원의 안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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