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주가 270% 폭등…SMR·해외수주로 가치 급부상
두산그룹, 글로벌 에너지·AI 투자로 '10대 그룹 뉴페이스'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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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독일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 2025’를 찾아 두산밥캣 부스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국내 10대 그룹 시가총액 지형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최근까지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중심의 대기업들이 상위를 독점해온 판도가 조선·방산·원전·에너지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재편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때 “재기의 여지가 적다”는 평가까지 받던 두산그룹이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발판으로 10대 그룹 순위에 단숨에 진입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두산그룹의 올해 시가총액 증가율은 국내 대기업 중 압도적 1위다. 지난해 말 24조 6000억 원에 머물던 시총은 불과 6개월 만에 64조 9000억 원으로 140% 넘게 뛰었다. 이 같은 성장 폭은 전통 강자인 삼성·현대차·LG·SK 등이 10~20%대에 그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총 순위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7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 비약의 중심에는 ‘원전 대장주’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친원전 기조 강화와 유럽 탈원전 정책 폐기로 투자심리가 급반등하면서 주가가 270% 넘게 폭등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과 대규모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가시적 성과를 내며 성장 모멘텀을 공고히 하고 있다.
◇ 두산, 수소·SMR 동시 공략 전략 주효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4월, 캐나다 캔두에너지와 ‘중수로 원전 사업’ 우선공급자 협약을 체결했다. 2000여 협력사 중 해외 기업으로는 두산이 유일하게 선정되며, 글로벌 원전 생태계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올해 5월에는 체코 26조 원 규모 원전 수주 프로젝트에 핵심 공급사로 참여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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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국가산업에너지그룹(PVN) 레 만 흥(Le Manh Hung) 회장(뒷줄 왼쪽 5번째), 베트남 국영전력공사 응웬 따이 안(Nguyen Tai Anh) 부사장(뒷줄 오른쪽 2번째), 두산에너빌리티 이현호 Plant EPC BG장(뒷줄 왼쪽 첫번째) 등 프로젝트 관계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오몬4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식이 진행됐다. [앞줄은 왼쪽부터 두산에너빌리티 박성준 EPC 영업 담당, PVPMB(PVN 산하조직. 오몬4 프로젝트 담당) 응웬 만 뜨엉(Nguyen Manh Tuong) 대표, PECC2 응웬 쩐 흥(Nguyen Chon Hung) 회장]. (사진=두산 제공) |
원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복합발전에서도 올해 대규모 해외 수주에 연이어 성공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과 약 9000억 원 규모의 1155MW급 오몬4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올 들어 해외에서만 총 5건, 4조 3000억 원 규모의 가스복합발전 계약을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 가즐란2·하자르 확장 프로젝트 스팀터빈 공급까지 포함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수주는 복합발전 시장에서도 독보적이다. 글로벌 발전 기자재 분야에서 ‘세계 1위 스팀터빈 점유율’을 지키며, 전통 발전과 탈탄소 시대의 수소·SMR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은 동시에 ‘피지컬 AI’라는 미래 먹거리에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4월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 ‘PAI Lab’을 신설하고, 스탠포드대 AI연구소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로봇·건설기계·발전기기 등 기존 주력 산업에 AI를 결합해 자율화·고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의 제품들은 이미 AI 기반 자율주행·원격조종 콘셉트를 선보였고, 발전설비에 AI 제어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 두산그룹, 10대 그룹 아성 위협하는 새 축으로 부상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독일 ‘바우마’ 전시회 현장에서 “유럽은 두산밥캣의 제2의 홈마켓”이라며 전동화·무인화·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밥캣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전동화 텔레핸들러, 무인화 로더 등 혁신기술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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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5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열린 산학협력 협약식에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왼쪽)과 제임스 랜데이 스탠포드 대학 HAI 연구소 공동연구소장(오른쪽)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
금융투자업계는 원전·가스발전·수소·AI라는 전통과 미래의 슈퍼사이클이 맞물리면서 두산그룹이 압도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라며, 원전 르네상스와 피지컬 AI 투자로 LG·현대차 등 기존 10대 그룹의 아성을 위협하는 새 축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과 탈탄소 정책 수혜를 동시 흡수하며 그룹 가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데다, 중장기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글로벌 에너지·원전 수주 성과가 그룹 몸값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차세대 에너지, 기계 자동화, 반도체 첨단 소재 등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두산그룹 시가총액 급등 배경에 대해 “주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이 평가하는 영역으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를 한 것은 없다”면서도 “올해 들어 일부 지주회사 전반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증가했고,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관련 성장 기대감이 부각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전 세계 원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 여러 제작 협력 레퍼런스를 쌓아온 점이 투자 심리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규모 원전 수주 계획과 관련해선 “원전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주도로 진행되는 정책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저희는 협력사로 참여하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현재 여러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며 열심히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두산그룹의 미래 투자 분야에 대해 “차세대 에너지, 기계 자동화, 반도체 첨단 소재 등 세 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2022년 채권단 체제 종료 이후 본격적으로 정립된 전략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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